맥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물론 맥주의 한자어가 麥酒, 보리로 만든 술이란 의미이므로 보리가 주재료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맥주 재료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맥아, 홉, 효모, 물 이 네 가지로 알콜 음료를 만들어내는 것을 통상 맥주라고 부른다. 즉 보리라기 보다는 맥아로 만드는 것이다.

맥아란 보리를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싹을 키운 것 인데 맥주 맛의 50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우리 선조들은 엿기름이란 표현도 많이 한다. 맥주 만들 때의 맥아는 엿기름과는 조금 다르다. 보리로 맥아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보리가 발아시 효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맥주를 만드는 데 알콜 성분은 거의 맥아의 양에 따라 좌우 된다. 그래서 보통 도수가 높은 맥주는 가격이 비싼 것이다. 맥주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맥아에서 나오는 당을 효모가 섭취하여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그래서 맥아가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알콜 도수가 높은 맥주가 탄생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맥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맥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홉이다. 삼과 덩굴 식물의 후물루스루풀루스 암꽃 열매를 홉이라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홉이 대마의 사촌 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마와의 차이는 환각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홉 대신 마리화나를 사용한 맥주도 있기도 하다. 이러한 맥주가 우리나라에도 유통은 되고 있는데 식약청에서 허가가 된 걸 보면 마약성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약간의 중독성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 맥주를 마시다가 크래프트 맥주에 빠지면 금방 매니아가 되는 게 이 홉의 중독성 때문이다.

홉의 역할 중 가장 큰 것은 부패 방지이고, 향과 맛을 좌우한다. 보통 술의 품질유지 기간은 알콜 도수에 의해 결정 되지만 맥주에는 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디아 페어 에일이란 맥주가 탄생 했던 것이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고 있을 때, 일반 페어 에일 맥주가 인도까지 가는데 자꾸 부패가 되자 홉을 많이 넣어 맥주 품질을 오래 유지하게 만든 것이다.

홉의 또 하나의 역할은 쓴 맛을 좌우하는 것이다. 무조건 홉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쓴 맛이 나는 게 아니라 품종에 따라 좌우한다. 현재 필자가 알고 있는 품종만 50 여개가 넘고, 지금도 품종이 개량되고 있다. 여기에 특징이 강한 홉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다음으로는 효모인데 효모는 간단하지만 맥주를 두 가지로 나누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에일 효모는 발효탱크의 상층 부위에서 작용해 맥주의 풍미를 표현한다. 지금 맥주 종류의 대부분은 이 효모를 사용한 에일 맥주이다. 또 하나의 효모는 발효 탱크 하층 부분에서 작용해 맥주의 청량감과 상쾌함을 잘 나타낸 라거 효모이다. 이런 맥주를 라거 맥주라 하는 데 현재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마지막 재료는 물이다. 현재 맥주 제조에는 정제수를 사용하는데 이유는 맥주 맛을 가장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몇몇 맥주 매니아들이나 맥주 공장들은 탄산수나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제수를 사용해야 된다.

맥주의 참맛은 주된 네 가지 재료가 잘 배합되었을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수제 맥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단순히 마시는 즐거움으로만 여겨졌던 것에서 직접 만들고 음미하는 가운데 새로운 바람직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로빈 robin316303@gmail.com 로빈은 '로빈의 맥주파티'라는 브랜드네이밍으로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탐닉하는 맥주 전문가이다. 또한 그는 재미난 맥주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비어 스토리텔러이다. 로빈과 함께라면 우리가 알지 못해서 마셔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맥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현재 아이디어컴퍼니 렛츠메이크의 대표이자 맥주 세일의 매니저이며, 맥주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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