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환적인 부분과 강한 부분을 통해, 푸치니의 음악적 색채를 들려준 ‘토스카’

‘토스카’의 제1막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은 진군가처럼 밝은 음악으로 시작한다. 사랑과 정치, 종교가 아리아로 잘 표현되고 있는 이 작품은 배역들의 감정적인 부분 역시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오페라 서곡보다 영화의 OST 같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그란데오페라합창단, PBC 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으로 함께한 김학민 예술감독의 국립오페라단 ‘토스카’는 토스카의 등장부터 강렬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데, 다양한 음악적인 색채는 아리아를 부를 때 성악가들의 역량이 필요로 하기도 한다.

교회의 종소리는 현악 파트로 표현되기도 하고, 스카르피아의 악한 면모 역시 아리아를 통하영 표현되기도 한다. 푸치니 음악의 강렬한 색채를 느낄 수 있는 ‘토스카’는 다른 오페라들과는 달리 몽환적 부분과 강한 부분을 통해 아름다운 세계 갈구한다는 면이 눈에 띈다.

◇ 내면의 이중성, 감성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무대와 의상

‘토스카’의 막이 오르면 이탈리아 파시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4각의 콜로세움과 교회 건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대 중간에 설치되어 뒷 부분을 가리고 있는 큰 천은,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왜 가리고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주인공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제복을 입고 있다는 점과 무대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토스카’는 무대 전반에서 이중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토스카’의 구조물인 4각의 콜로세움을 보면, 무대의 왼쪽과 정면 뒤쪽 중 왼쪽은 회색의 시멘트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고, 무대의 오른쪽과 정면 뒤쪽 중 오른쪽은 벽돌로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은 무대 전체를 사람의 얼굴이라고 보았을 때, 마치 대각선의 형태로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멘트와 벽돌이 가진 다른 질감, 다른 표면감, 다른 색깔은 오페라가 가진 양면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스카르피아 내면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스카르피아가 아리아를 부를 때 4각의 콜로세움이 전체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그런 느낌을 뒷받침해 준다.

◇ 이미지적으로 보이다가 영화처럼 깊게 들어가는 영상과 조명

이번 ‘토스카’ 공연은 영상과 조명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명 기구는 이미 무대 안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대 위에 설치된 이동식 측면 조명은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제1막에서는 무대 중간에 설치된 천 위에 영상이 펼쳐졌다. 흑백 영상과 칼라 조명의 조화는 단색의 영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고, 천의 주름 사이로 영상이 스며들어서 일종의 질감의 느낌을 생성하였기 때문에 입체감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완전히 평평하지 않고 주름이 진 천 위에 펼쳐진 스틸사진과 크게 움직이지는 않는 영상은 스토리적이라기 보다는 이미지적으로 전달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3막에서 무대 뒷 벽을 통해 본격적으로 보여지는 영상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구름이 흘러가는 영상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은 제3막의 영상은 흑백 영상이 오버랩되며 파시즘을 보여주는 등 시대상과 역사, 배경상황을 영화에 대한 오마주처럼 표현하였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제3막의 영상은 어쩌면 다소 민감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하였지만, 실제로는 시대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치로 받아들여졌다.

‘토스카’에는 무대 뒤쪽에서 관객석 방향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과 조명 등 여러 무대 장치와 스토리, 아리아를 통하여 감정이입된 관객은 자신이 총을 맞는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토스카’는 대구오페라하우스(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거제문화예술회관, 천안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될 예정인데, 관객들이 새롭게 해석된 ‘토스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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