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카메라를 사야 좋을까?”라는 질문을 하겠고, 사진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그렇다. 실제로 사진을 업으로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어떠한 카메라를 구입해야 하는지”와 “사진을 잘 찍는 방법” 또는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혹자는 사진을 보여주고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팁을 달라고도 한다.)”이다.

사실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기 힘들다. 그 이유는, "좋고 나쁨의 기준을 과연 무엇으로 정의하는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정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비싼(또는 고가의 브랜드) 카메라로 찍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의 사진이 과연 좋은 것인가? 아니면, 정확한 노출과 칼날같은 초점이 맞는 사진이 좋은 것인가? 답은 YES일 수도 있고, NO일 수도 있다.

필자는 사진의 역사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연구가)들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로 인해 발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특정 사진에 대하여 곧바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는 애매모호함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좋은 사진은 바로 무엇이다.”라고 명확히 정의된다면 사진이 예술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단순히 재미없는 기술적인 도구로서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늘 애매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좋고 나쁨의 경계의 중심에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좋은 사진도 때로는 나쁘게 만들 수 있고 나쁜 사진도 결과적으로 좋은 사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진은 기술 그 이상의 기술이다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포털(검색) 사이트에서 “사진”이라고 검색을 하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 물체로부터 오는 광선을 사진기 렌즈로 모아 필름, 건판 따위에 결상(結像)을 시킨 뒤에, 이것을 현상액으로 처리하여 음화(陰畫)를 만들고 다시 인화지로 양화(陽畫)를 만든다.”

이 설명은 필름카메라의 원리인데, 디지털카메라는 물체로부터 오는 광선을 렌즈를 통해 모으고, 센서(필름)가 빛의 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어 디지털이미지를 만든다. 지극히 과학적인 설명이다. 이렇게 사진을 과학적인 메커니즘(원리)로만 이해를 한다면 좋은 사진의 조건은 1)더 좋은 기능이 있는 비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 2)정확한 노출과 초점의 사진, 3)잘 알려진 구도의 사진, 4) 더하여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보정한 사진 등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 중 몇 가지는 좋은 사진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나, 이 것만으로 좋은 사진을 충족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사진은 기술 그 이상의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사진을 프레임 오브 마인드(사진의 명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보는 행위를 통해서 나의 마음을 반영시키는데, 이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사진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렇기에 모든 사진에는 감정(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감정만 내재되어 있다고 좋은 사진이 될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이전에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고심을 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한 마디로 마음의 표현이다. 단순히 특정 감정상태(마음)만 프레임에 넣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사진을 보는 다른 사람에게 표현을 하고자 함이다. 여기에서 유명한 사진작가의 말은 인용할 수 있다. “프레임안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두쉬민(David Duchemin)은 “좋은 사진이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강렬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과 소통하는 사진”이라고 하였다. 데이비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표현이고 그것을 통하여 소통하고자 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란 내가 말하고 싶은 무언가(또는 마음)이 잘 반영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전달할 수 있는지, 사람들은 공감을 하는지를 판단해보면 된다.

좋은 사진의 표현과 소통을 만들려면 ?
종군기자였던 로버트 카파(Robert Cafa)의 이야기를 해보자. 로버트 카파는 "If your photographs aren's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이라고 했는데, 이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좋지 않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이다. 이 것은 카메라와 피사체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찍고자 하는 상황이나 물체(또는 인물)과의 심리적인 거리를 일컫는다. 즉, 마음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사진적인 의미로 표현될 수 있다.

로버트 카파는 전쟁사진을 찍은 종군기자였고, 다섯 번이나 전쟁의 현장에 참여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는 단순히 전쟁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아닌, 전쟁의 모습을 통하여 참혹함과 비인간적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다. 그는 평화주의자였고, 전쟁이 지구에서 없어지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버트 카파는 전쟁이 사라지기 위한 바람(마음)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프레임에 담았고, 그 마음을 세상에 알렸다. 그의 사진 속에 배치된 각각의 요소들은 카파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카파의 바람(hope)이 프레임에서 그려진다. 우리는 이 것을 비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설명한 "프레임 오브 마인드”는 사진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며, 감정을 이끄는 또는 감정의 목적(방향)이 바로 더 좋은 사진을 만드는 비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 로버트카파
노르망디 상륙작전 / 로버트카파

로버트 카파가 찍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우선 단순히 기술적으로 사진을 평가해보자. 이 사진은 흔들린 사진이다. 흔들렸기 때문에 초점이 맞지 않아 인물과 배경이 흐릿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나쁜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이 사진이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또한 좋은 사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여기에서 ‘흔들림’은 하나의 표현기법이고, 작가의 비전을 위한 것이다. 이 흔들림을 통해서 로버트 카파는 전쟁의 참혹함과 긴박함의 감정을 표현했고, 그로 인해 사진을 보는 독자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흔들림이 나쁜 사진의 요소라고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고 있는 로커트 카파 역시도 전쟁 속에서 함께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감정의 전달(비전)을 위해서 카파는 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피사체) 속으로 충분히 가까이 갔던 것이다. 우리는 기술 그 이상의 것을 보아야 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계적인 원리와 기술을 통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해야 하며, 그것은 로버트 카파가 이야기 했던 충분한 거리(이해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을 알고있다!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 표현하기 위해서 거창한 단어와 유명한 작가의 말을 인용했지만, 단순히 정의하면 좋은 사진은 "표현과 소통”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SNS에 공유를 한다. 어떤 현상 또는 행위에 대한 감정(마음)을 우리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것의 메세지를 SNS를 통하여 알리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Figure.2)은 필자가 찍은 사진인데, 사진 속에는 책과 하늘, 그리고 나무가 있다. 필자는 휴식 또는 여유(편안함)이라는 심적인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책과 나무, 하늘의 요소를 프레임에 담았고, SNS에 공유해 “나는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라는 메지지를 전달했다.

아이폰으로 휴식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아이폰으로 휴식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분명 필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진을 통해서 마음을 표현했고, SNS를 통한 사람들과 소통까지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하다. 왜일까? 바로 이 마음이 왜 이끌었는지, 왜 표현했는지에 대한 명확함, 그 비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사진을 위한 과정, 그 방법을 따라 한다고 좋은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닌데, 다른 한 장의 사진으로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이 사진은 조리개를 최대 개방(f/2.8)으로 하여 아웃포커스드 기법을 이용했고, 빛을 마주한 역광으로 촬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점영역과 역광이 만들어준 풀잎의 라인이 더욱 집중이 되게 만든다. 노란빛의 색감이 따스한 느낌을 만들어주고 있고, 흐려진 배경으로 몽환적인 느낌까지 주는 듯 하다. 아름다운 또는 따뜻한 사진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좋은 사진이라고 말하기는 이 사진 역시도 어렵다

Awaken from the dark, 2015 / Jeong Yeon Ho
Awaken from the dark, 2015 / Jeong Yeon Ho

이제 여기에 필자가 사진을 찍었던 이유와 사진을 찍기 전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겠다. 우선 이 사진은 태백산의 정상에 피어나고 있는 작은 풀잎의 사진이다. 심신이 지쳐 무언가의 큰 각오가 필요했던 필자는 야간산행을 결정했고, 혼자 새벽4시에 태백산을 오르게 된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수 십 번의 고민과 결정을 반복하며 나아갔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밤, 순간 순간 놀라게 만드는 작고 큰 소리들을 온 몸으로 마주하면서 정상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도 무서웠고, 몇 번이고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돌아갈 수도 없었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어둠, 그리고 공포를 마주하고 그대로 느끼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찾았고 이윽고 필자는 해가 뜰 무렵 정상에 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뜨거운 광경에 울지 않을 수 없었고, 역광에 비친 풀잎이 마치 어둠 속에서 헤쳐 나온 필자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필자는 이 사진의 제목을 “Awaken from the dark”라고 지었고,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감정과 다짐들을 되새기곤 한다.

자, 이제 다시 사진을 보자. 아마 스토리를 알기 이전의 사진보다는 더 좋게 보일 것이다. 촬영자의 스토리가 들어가면서 사진은 완전히 바뀔 수 있는데, 스토리를 통해서 이 사진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촬영자가 왜 사진을 찍었고, 그리고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스토리를 통해서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토리를 통해서 만들어진 제목이 사진의 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는 우리를 특정 감성상태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우리가 가진 마음가짐 또는 비전을 표현하기도 한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스토리를 생각하고, 그 것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면 될 것이다. 좋은 사진의 방법과 그 것으로 다가가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위의 내용을 모두 정리하면 그것은 기술이 바탕이 되기도 하고, 기술 너머의 마음과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팁)으로 사진을 모두 좋고 나쁨을 따질 수가 없는데, 우리는 절대로 사진을 그냥 찍지 않기 때문이다.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이 없듯이, 사진 역시도 의미 없는 사진이 없다. 사진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행위이고, 그것은 곧 마음이 이끌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마음 속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담긴 사진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쁨의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촬영된 사진의 명확한 존재이유에 근거하여 좋은 사진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명상에서 이야기하는 알아차림(마음챙김, Mindfulness)과 같다. 그것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인데, 로버트 카파의 명언처럼 만족할만한 사진을 위해서라면 사진을 찍는 나와 더 가까운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하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