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의 ‘쿠보와 전설의 악기(Kubo and the Two Strings)’는 악기로 사물을 움직이는 재주와 현란한 말솜씨를 가진 쿠보(아트 파킨슨)가 펼치는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투덜이 길잡이 원숭이(샤를리즈 테론), 기억을 잃은 전사 딱정벌레(매튜 맥커너히), 어둠을 지배하는 악당인 달 왕(랄프 파인즈), 쿠보를 쫓는 자객 쌍둥이 자매(루니 마라) 등 할리우드 최정상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실사영화처럼 몰입감을 준다.

◇ 판타지와 사랑, 순수함의 결정체, 안 본 것처럼 다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감수성을 흔드는 작품이다. 쿠보가 악기를 연주하면 색종이가 살아있는 생물로 변환되어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은 감성을 자극한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달 왕이 보낸 쌍둥이 자매의 공격을 받은 쿠보는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마을을 구하기 위하여 아버지의 갑옷을 찾으러 떠나게 되고, 달 왕의 저주에 걸린 원숭이와 딱정벌레를 만나게 된다.

따스함, 연민이 느껴지는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판타지와 사랑, 순수함의 결정체이다. 차갑고 매정하고 완벽한 피가 흐르지만, 따스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하는 쿠보의 모습은, 가족의 사랑·믿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이 작품은 각각 주인공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데, 한 이야기의 끝은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영혼과 사랑, 마음속에 간직한 사람 등 이야기 속 시적인 표현들도 감동을 준다.

절대악에 대항하는 절대선이라기 보다는 순수하지 못한 모든 것에 맞서는 순수함에, 관객들은 먹먹해진다. 이처럼 선악의 대결이 아닌 순수함과 순수하지 못한 것의 대결의 구도를 선택한 것은 절묘하다.

◇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어느새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쿠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가보면 어느 새 관객들은 직접 모험을 하며 쿠보와 하나가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의 전개와 확산은 장소의 이동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으로 펼쳐질 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뛰어난 영상 저변에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깔고 있다. 단적인 것이 밤이면 쿠보를 찾아오는 쌍둥이 자매 이모들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쿠보가 하는 한조 이야기가 쿠보의 이야기와 이어지도록 만드는 이야기의 연결도 돋보이고, 스토리텔링 중에 나오는 뮤지컬신은 몰입이 주는 피로감을 해소시키며 가도록 만들어준다.

딱정벌레의 정체에 대하여는 관객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들도 궁금해하는데, 관객과 등장인물의 궁금증을 일치시키는 것은 관객의 감정이입과 몰입을 돕는 탁월한 방법이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동양의 문화와 예술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호기심 자극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갑옷을 찾아 떠나는 어드벤처에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주는 실제감을 뛰어난 영상미로 표현한 작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명가로 손꼽히는 라이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밝고 화려함이 돋보이는 영상미를 자랑하고 있는 작품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인형의 미세한 움직임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서 그 사진들을 연결하여 영화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인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인공 쿠보의 모형만 2만개가 넘게 제작됐다.

보트 촬영 하나에만 19개월 소요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기술집약적 작업이면서도 노동집약적 작업이다. 그러면서도 애니적 감성이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스톱모션으로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끈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쿠보와 전설의 악기’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인형과 모형을 촬영하여 제작하기 때문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실제감을 주며, 자연의 모습보다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에 적합한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파도치는 바다, 불, 끓는 물, 눈보라 등 자연도 디테일하고 살아있도록 표현한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머리카락의 움직임 등 3D 애니메이션으로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분야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놀라운 영상과 만나는 시간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주는 사실감과 애니적 정서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 더욱 높아지는 작품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어떤 호응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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