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스는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고산마을이다.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가 숙소구하러 할수없이 들른 마을이다. 근데 마을에서 보이는 경치가 놀랍다. 카파도키아의 경치가 절벽따라 쭉 이어진다.

아침먹고 체크아웃하고 강건너 석림속으로 갔다. 길을 따라 전망좋아보이는 곳으로 가니 묘지다. 마을의 경치좋은 자리는 묘지들이 자리잡고 있다. 남자 4명이 위에서 내려온다. 신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오더니 경치좋은 곳을 안내하겠단다.

초입이 험해보인다. 길이 이어지는 끝에 가니 하타셴이라는 마을이 절벽위에 있다.관광객을 처음 보는지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좋더니 마을길은 험한 오프로드이다. 차가 뒤뚱뒤뚱거리며 힘겹게 빠져나간다. 나의 꺅꺅 아리아가 차안에 울려퍼진다.

힘들게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섰다. 절벽위 마을이긴 한데 절벽위에 올라서보면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전망을 보려고 기대했었는데 마을을 바라볼 곳이 없다. 계곡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길을 달렸다. 바람과 비의 풍화작용으로 만든 절벽바위들이 기묘한 형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절경인데도 교통이 불편해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다. 우리 둘이서만 가다가 서서 사진찍는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케이블카를 타러갔다. 아침일찍 서둘기를 잘했다. 주차장에 차들이 많지 않다. 차를 세우고 표를 사러갔다. 바로 출발하니 빨리 가서 타라고 한다. 케이블카는 달랑 2대로 한대는 상행 한대는 하행으로 운행한다. 놓치면 15분을 기다려야 탈수 있다.

5.7킬로미터를 15분동안 경치를 감상하면서 계곡사이를 간다. 중간에 악마의 다리가 보인다. 혁명군에 의해 마을사람들이 쫓길때 바위가 굴러떨어져 다리가 만들어져서 구원받았단다. 혁명군입장에서 보면 악마의 다리인듯 싶다.

드디어 따테브사원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러 오기도 했지만 따테브사원이 더 궁금했다. 예레반호텔 로비 텔레비젼 스크린에서 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절벽위에 서있는 사원을 꼭 보고 싶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사원으로 갔다. 안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다른 사원들보다 성스럽다. 초에 블밝히며 눈물을 흘리는 여인도 있다. 사람들은 나갈때 예를 다해서 돌아서 나간다. 뒷모습을 신에게 보이면 안된다.

본당은 베드로와 바울을 모시는 곳이고 작은 교회들은 각각 마리아와 그레고리를 모신 교회다. 입구에는 오일방앗간이 있다. 사원은 한때 대학으로 운영되기도 했단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도 소란스럽지않고 차분하다. 아이들을 데리고온 가족들이 많은데 부모들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

사원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택시기사가 교회전망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유혹한다. 안그래도 꼭 보고싶었는데 차를 가져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택시를 타고 전망대로 갔다. 내가 원하는 딱 그모습이다. 절벽위에 우뚝 선 모습이 감동이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고 레스토랑으로 갔다. 남편이 돼지갈비바베큐를 시키니 바베큐는 안되고 폭찹이 된단다. 폭찹이 바베큐보다 2천드람이나 비싸다. 나는 아르메니아식 파스타를 시켰다

식사가 나왔다. 분명히 내눈엔 폭찹이 아니고 포크립바베큐이다. 계산하는데 폭찹가격이다. 이거 바베큐아니냐고 물으니 폭찹이란다. 돼지가 뚱뚱한 주제에 둔갑도 잘한다. 그냥 기분좋게 폭찹가격으로 냈다. 우기는데는 장사없다. 기분나쁘면 나만 감정상하고 속상하다.

차를 몰고 계속 달렸다. 중간에 만난 이정표에 볼거리표시가 잔뜩 보여서 계곡길로 갔다. 예게기스계곡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니 길이 험하다. 이정표보고 힘들게 올라간 자리엔 초라한 교회가 있다. 볼거리간판들이 무색하다. 두개정도 재미로 찾아보고 계곡을 돌아나왔다.

오늘의 종착지 세반호수로 향했다. 호수로 가는길에 해발 2400미터를 넘어야 한다. 차는 우리를 싣고 낑낑거리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한참 낑낑 올라가는 도중에 카라반사라이가 있다

그 옛날 실크로드시절 카라반상인들이 이 높은 고개를 넘어 하루 쉬어가던 곳이다. 우리도 한숨 돌리며 쉬었다. 그옛날 융성했던 카라반의 쉼터엔 성격좋은 아저씨가 미니마켓을 외치며 꿀등을 팔고 있다.

우리는 다시 지그재그길을 올라서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해발 2400미터를 넘어서니 드넓은 고원습지가 펼쳐진다. 2400고지에 대평원이 아름답다. 사람들은 소를 먹이고 양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다. 그림같은 마을이 이어진다.

길은 서서히 내려가더니 바다같은 호수가 펼쳐진다.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의 바다같은 세반호수가 해발 1900미터에 펼쳐진다. 호수가 보이는 순간 바다를 만난 기분이다.

오늘은 일찌감치 푹 쉬고싶어서 호텔을 예약했다. 호숫가 경치좋은 리조트를 예약했다. 호숫가길을 따라 40킬로정도 달렸다. 호수를 따라 달리는 길이 마치 해안길을 달리는듯 하다.

저녁먹고 들어오는데 호텔로비에 조명이 남다르다. 왠일인가 했더니 영화촬영중이란다. 남자주인공이 술한잔들고 폼을 잡고 서있다. 우리가 들어서니 조명을 끈다.

미안해하는 참에 주인공이 인사를 건넨다.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주인공이름이 알렉스라 한다. 왠지 우리나라 박영규 아저씨나 노주현 아저씨 삘이다.

방으로 들어와서 발코니에 나가니 서쪽하늘이 불타듯 붉다. 세반호수에 도착하자 계속 구름끼고 비내리더니 해가 저녁인사를 하려고 얼굴을 내민다. 내일은 화창한 하늘아래 밝은 얼굴을 보여주길 바래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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