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뒷모습이 보이는가
당신 눈에 늘상 비치는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이 아닌
세상살이에 생채기 난 채
웅크리고 있는 뒷모습이 보이는가

당신과 같이 있을 때 호탕하게 웃고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고서는
집에 가면서 또는 혼자 있을 때
세상의 짐을 혼자만 진 것 같은 기분에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거나
혼자서 매듭을 풀어보려고 애를 쓰는
친구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의 뒷모습도 볼 수 있는
깊은 눈이 있어야 한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어머니가 위암 말기로 투병생활을 하실 때가 나에게는 꽤나 힘들었던 기간이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병문안을 다녔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가 아니다보니 고통이 가중되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장남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회의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병문안을 위해 내려가면 한 친구가 나의 일정에 맞춰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아 어김없이 식사와 차를 대접해주었다. 숨은 쉬고 살아야지라는 말과 함께 베풀어준 그 시간들이 그 시기의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올해 여름에는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작년 말에 학원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생활의 절박감을 느끼던 때였다. 뭔가 탈출구를 찾고자 그 동안 틈틈이 써 놓은 시들을 묶고 싶었는데, 이 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시집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을 출간하게 되었다. 시집이 출간된 후 많은 친구들이 출간 기념 모임들을 만들어 축하해주고 시집도 적지 않게 구입해 주었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자신감을 주고 위로해주어 어려운 시기를 덜 힘들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친구들을 생각하면 늘 감사하다. 그러면서 중국 전국 시대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가 떠오른다. 거문고 연주자로 유명한 백아가 마음을 담아 연주하면,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종자기는 백아의 마음을 알아맞히곤 했다. 백아가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강물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하고, 백아가 산에 오르는 생각을 하며 연주하면 태산같다고 말하였다. 두 친구의 마음이 정말 대단하다. 종자기가 먼저 세상을 뜨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아가 말하기를,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했다. 지음(知音)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속마음까지 다 이해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친구들이 나의 뒷모습을 보아 주었듯이 나도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게 되기를 원한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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