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에서는 울창한 숲을 보기가 어렵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도 일년중 잠시 물기머금는 순간뿐이다. 벗은 땅이 만드는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따라가다보면 오아시스마을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숲이라고 해봐야 오아시스마을근처에서 보는 정도이다.

딜리잔이 아르메니아의 알프스라기에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만나는 계곡과 숲하고 다를게 없다. 심지어 계곡 군데군데 정자를 마련해놓은것도 똑같다. 여름철 주말이다보니 정자마다 소풍온 가족들이 계곡을 즐기는 모습은 우리나라하고 다를것이 없다.

하지만 그런 풍경이 아르메니아에선 귀한 풍경이다. 우리나라에 모래사막이 신기한것과 같은 이치다. 며칠동안 바위와 사막 끝없는 초원을 보며 달려온 나는 하늘을 가린 숲사이로 차를 달려가니 싱그러워진다. 잊고 있었던 초록나무에 흠뻑 취해본다.

국립공원 숲사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하그하르친사원이 수풀사이로 보인다. 절벽위 아찔한 사원들만 보다가 울창한 숲사이 모습은 또 다른 풍경이다. 아르메니아사원들을 찾아가노라면 경치를 덤으로 즐기는듯 하다.

그레고리성인과 마리아 스테파노성인을 봉헌한 사원이다. 본당앞에는 벼락맞아 부러진 나무가 있다. 사람들 몇명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도 넉넉한 공간이다.

딜리잔국립공원에 자리한 사원이라 하이킹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마을에서부터 계곡과 숲길을 따라 걸어올수도 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드문 광경이다.

차를 몰고 고쉬마을에 있는 고쉬사원으로 갔다. 고쉬는 사원을 지은 사람이름이다. 법률가이자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단다.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현자인 모양이다. 본당앞에서 저울을 들고 죄를 심판하는듯 무섭게 앉아있다. 고쉬사원을 짓고 사원에 묻혔다한다.

두개의 사원사이에 있는 하츠카가 정교하고 아름답다. 여기에서 파는 아르메니아 나무하츠카가 이뻐서 몇개 샀다. 밋밋한 옷에 악세사리로 두르니 이쁘다.

딜리잔을 떠나기전에 점심을 먹자고 식당을 찾았다. 맛집으로 등록된 식당을 지도에서 찾아가니 아무것도 없다. 가는 길에 눈에 뜨이는 식당에서 먹자했다. 2킬로정도 가다보니 괜찮은 식당이 보인다. 원래 찾던 식당이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잘꾸민 정원을 가진 근사한 유럽식 레스토랑이다. 테이블에 주인이 앉아있다. 지도등록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니 금시초문이란다. 직원에게 전화하더니 당장 고치라고 뭐라한다.

고급레스토랑답게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다. 예레반에 가면 주인아저씨가 하는 레스토랑에 들러봐야겠다. 더운 여름철에 딜리잔에 머무는듯 싶다. 딜리잔은 여름에 머물기 좋은 휴양지이다.

점심을 먹고 아르메니아 2대도시 ‚窄갔다. 아르메니아에서 자주 보는 맥주중 ‚窄팁斂있다. 먼저 북쪽에 있는 마르마센 사원으로 갔다. 도시외곽으로 달리다보니 짓다만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있다. 도시개발하다 만듯이 보인다.

비포장도로로 접어드니 절벽아래 강이 흐른다. 가운데 오아시스에 마르마센사원이 있다. 낮은곳으로 임하는 사원을 아르메니아에서 처음 본다. 대부분의 사원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오늘은 특이하게 숲속과 강아래에 위치한 사원을 본다.

본당안에는 마리아를 모신 성화가 가득하다. 사원을 지은 왕자의 묘가 본당앞에 있다. 사원자체는 크게 특이한 점은 없지만 절벽아래 오아시스에 자리잡은 것이 아름답다.

‚窄처뻔가서 러시아정교회로 갔다. 아쉽게도 문을 닫아서 내부는 볼수가 없다. 대신 아르메니아 어머니상과 블랙요새가 눈앞에 보인다. ‚窄아르메니아 2대도시라는데 크게 볼것은 없는 곳인듯 싶다. 시간이 바쁜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아올만한 곳은 아닌듯 싶다.

원래 예정은 ‚窄【자려고 했었는데 머물고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냥 바가르사파트로 향했다.

국도로 접어들어 마을들이 이어지니 진풍경이 펼쳐진다. 황새들이 전봇대위에 집을 짓고 살고있다. 전봇대가 큰 덩치의 황새집을 지고 버티고 있는것이 대단하다. 전에 발트3국 여행때도 황새집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이 본다.

드디어 바가르사파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르메니아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당이 있는곳이다. 세계최초의 성당(cathedral)이 있는 곳이다. 일단 호텔로 갔다. 박물관을 겸한 숙소라 볼거리가 많다.

성당앞 공원에는 산책나온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성당은 아침7시부터 저녁8시까지 문을 연단다. 오늘은 늦어서 못들어간단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사막지역의 빗방울은 반가운 일이다. 방으로 들어오니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더니 금새 그친다. 딜리잔의 시원한 숲그늘이 벌써 그립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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