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 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1963년 열악했던 우리나라 필기구 역사를 바꾼 신제품이 출시됐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 유성볼펜인 `모나미 153`이다. 한국인이 `볼펜`하면 떠올리는 베스트셀러이자 국내 문구산업 산 역사가 된 이 제품은 모나미 전신으로 1960년 설립된 `광신화학공업사`에서 3년 만에 개발해 1963년 5월 1일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153 볼펜 초창기 생산 모습. 사진=모나미 제공
153 볼펜 초창기 생산 모습. 사진=모나미 제공

광신화학에서 물감과 왕자파스에 이어서 세 번째로 개발된 이 제품에 사용된 `모나미`라는 이름은 불어로 `나`를 의미하는 `몽(Mon)`과 친구를 의미하는 `아미(Ami)`를 합한 것. 출시 당시 회사 내 공모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해당 제품이 국민에게 깊게 각인되면서 광신화학은 1967년 회사 이름을 아예 모나미화학공업주식회사로 변경했다.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6주년 기념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6주년 기념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기업, 관공서 등에서는 여전히 잉크와 펜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용성 잉크는 작성해 놓은 문서나 의복 등을 훼손하는 일이 빈번했고 휴대가 어려웠다. 만년필 역시 잉크를 자주 보충해야 했고 펜촉과 마찬가지로 종이가 찢어지는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모나미 153 출시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으며 현대화, 산업화와 맞물려 히트를 칠 수밖에 없었다.

제품 이름이 당시에도 생소한 153이라는 숫자로 표기된 것에 대한 설명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독교 신자였던 모나미 창립자 송삼석 회장이 `베드로가 하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다`는 성경 속 한 구절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하나님의 뜻, 즉 순리에 따르면 그만큼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53이 우리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라는 뜻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뜻은 출시 당시 제품의 가격이 15원이었고 모나미(광신화학공업)가 만든 3번째 제품이라는 숫자들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모나미 153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0주년 기념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0주년 기념 신문 광고. 사진=모나미 제공

사실 모나미 153이 처음부터 잘 팔린 것은 아니다. 만년필과 펜촉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볼펜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문화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초 제품은 미숙한 유성잉크의 배합 탓에 플라스틱 관 밖으로 잉크가 새어 나와 옷에 배는 경우도 빈번했다. 옷을 버렸다는 소비자의 항의를 들을 때마다 모나미는 즉시 변상하는 어려움도 겪었다고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나미 연구진은 밤을 지새웠고 소비자들의 불신을 만회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은 기업과 관공서를 돌며 `모나미 153`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런 노력으로 1970년대 중·후반 잉크병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후 80년 중반까지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다 쓴 모나미 153볼펜은 심을 갈아 쓰거나 몽당연필을 끼워 쓰는 도구로도 활용됐다.

현재 모나미 153의 하루 생산량은 20만 자루에 달한다. 출시 후 생산된 총개수는 37억 자루(자루당 14.5㎝)로 이를 일렬로 연결하면 지구(둘레 약 4만㎞) 12바퀴를 돈 것에 해당한다. 이런 수치는 사무용품 디지털화, 문구 소비 감소를 고려할 때 적은 수치가 아니다.

모나미는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2014년 1월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작으로 153 아이디(ID), 153 블랙 앤 화이트(Black&White) 등 고급 펜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153 키스(Kiss), 153 카모(Camo), 153 트레블(Travel) 등으로 기존 모나미 153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래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새롭게 각인시키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지난해부터 5개들이 1세트인 153 스토리 라인을 선보였다. 10월 출시한 153 플라워(Flower)는 감성 글귀를 바탕으로 최근 SNS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153을 포함한 모나미 제품은 현재 중국, 터키 등 100여개국에 수출되며, 국민 볼펜으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모나미 연구소.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연구소.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태국공장 내부 모습.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태국공장 내부 모습. 사진=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은]

1963년-모나미 153 출시연도

153-15원, 3은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의미

15원-출시 당시 가격, 당시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 및 신문 한 부 값과 동일

1200m-모나미 153이 그을 수 있는 선의 길이, 국내의 웬만한 산의 높이

20만 자루-모나미 153 하루 생산량

37억 자루-판매된 모나미 153 수, 이는 지구 12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길이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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