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미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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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미원 출시)

- 1963년(미원에 도전장을 냈던 CJ제일제당의 `미풍` 출시)

- 1982년(2세대 종합조미료로 불리는 `미원 쇠고기 맛나` 출시)

- 1027억원(2015년 미원의 국내 매출액)

- 2000억원(2015년 미원의 해외 매출액)

우리 사회에서 상품의 특정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죤`은 세탁세제를, `대일밴드`는 치료용 밴드를, `스카치테이프`는 셀로판테이프를, `호치키스`는 스테이플러(stapler)를 나타내는 말로 통용된다.

1959년 당시 인기스타였던 김지미시의 미원 광고
1959년 당시 인기스타였던 김지미시의 미원 광고

조미료도 그런 제품이 있다. 바로 식품 제조기업 대상에서 만드는 `미원`이다.

미원의 역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조미료인 `아지노모토`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던 1950년대 중반,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故 임대홍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조미료 제조 공법을 습득한 임 회장은 이후 부산으로 돌아와 150평 규모의 작은 조미료 공장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미원의 전신)다.

이곳에서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이 탄생하게 됐고, 미원이 조미료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국민 조미료로 등극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56년 부산 대신동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현 대상그룹 전신) 창업주 임대홍 회장. 사진=대상 제공
1956년 부산 대신동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현 대상그룹 전신) 창업주 임대홍 회장. 사진=대상 제공

제품 출시와 함께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당시 가정집에서는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많은 주부들에게 `맛의 비밀` `마법의 가루`로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국산 조미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미원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던 1963년, 도전장을 내민 것이 CJ제일제당의 `미풍`이다. 영업사원들 간의 경쟁 못지않게 사은품 경쟁도 치열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쓴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되는 세 가지는 자식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이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미원의 인기는 거대 기업 삼성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본격적인 국민조미료로 인기를 모은 1960년대 미원 제품
본격적인 국민조미료로 인기를 모은 1960년대 미원 제품

1960~1970년대 국내 최고의 인기 선물 아이템이었던 미원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만큼 성장하게 되고, `1가구 1미원`이라 부를 정도로 모든 가정의 필수품으로 오랜 세월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다. 1982년에는 26년 동안 축적한 1세대 발효 조미료 미원의 기술력을 발휘해 진한 쇠고기 국물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든 2세대 종합조미료 `미원 쇠고기 맛나`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970년 미원 순금반지 경품 이벤트 - 제일제당 미풍의 도전으로 미원과 미풍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미풍이 스웨터 증정 이벤트를 개최하자, 미원은 빈 봉지 5장을 순금반지로 교환하는 순금반지 이벤트를 열었다.
970년 미원 순금반지 경품 이벤트 - 제일제당 미풍의 도전으로 미원과 미풍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미풍이 스웨터 증정 이벤트를 개최하자, 미원은 빈 봉지 5장을 순금반지로 교환하는 순금반지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미원은 1990년대 초 한 식품회사의 무첨가 마케팅과 TV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MSG의 유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20여년 동안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내린 최종 결론도 마찬가지이다. FAO/WHO 연합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87년 무려 230여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1956년 탄생해 우여곡절을 겪은 `미원`이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MSG 유해성 논란으로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미원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1027억원에 달하고, 이 중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직접 구입한 판매액은 444억원에 이른다.

미원은 2014년 10월, 대대적으로 리뉴얼됐다. 제품명도 기존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 미원`으로 바꿨다. L-글루탐산나트륨에 배합해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핵산의 비율을 줄여 가장 이상적인 감칠맛을 완성했다.

미원은 현재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훨씬 높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지난해 해외 매출은 2000억원 이상으로 국내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성장세도 해외가 두드러진다. 1990년 이후 2015년까지 지난 26년간 국내 매출액 규모는 27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을 포함한 해외매출은 연간 14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0년대 미원 로고 변천사
60년대 미원 로고 변천사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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