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最古①] 국내 최초 의약품 동화약품의 `활명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제품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꾸준하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장수 제품`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제품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인기가 식지 않는 장수 아이템은 존재한다. 짧게는 40년에서 길게는 120여 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자랑하는 제품의 인기 비결을 숫자를 통해 알아봤다.

[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最古①] 국내 최초 의약품 동화약품의 `활명수`

- 1897년(활명수 출시연도)

- 50전(출시 당시 가격으로 설렁탕 2그릇에 막걸리 한 말 가격)

- 40%(국내 소화제 시장에서 활명수의 점유율)

- 84억병(출시 후 1초에 3병씩 누적 판매량)

- 25바퀴(누적 판매된 제품을 한 줄로 세웠을 경우 지구(4만㎞)를 도는 길이)

소화제의 대명사격으로 불리는 동화약품의 `활명수`. 노천 민병호 선생이 궁중에서만 쓰이던 한의학적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의약품`이다. 노천은 1897년 임금의 경호를 담당하는 궁중 선전관을 지낸 인물이다. 급체와 토사곽란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았던 당시 `생명을 살리는 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1910년에는 `활명수`가 등록상품으로, `부채표`가 등록상표로 각각 정식 등록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등록상품이자 등록상표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한국기네스협회는 지난 1996년 △국내 최고(最古)의 제조회사 △최고(最古)의 제약 회사 △최초의 등록상표(부채표) △최초의 등록상품(활명수)으로 각각 인증을 받았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사연도 많았다. 활명수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활동 자금 지원에 한몫을 담당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서울 연통부(聯通府)를 동화약방(現 동화약품) 순화동 창립지에 설치하고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했다.

최초 출시 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이었다. 이는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으로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으로 건너갈 때 돈 대신 활명수를 휴대했다가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서울 연통부`는 3·1 운동 직후에 체계화된 독립운동을 위해 수립된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와의 연락을 위해 만들어진 비밀 단체이다. 이 때 동화약방의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이 행정 책임자를 맡아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동화약품 창립지 부지에 `연통부 기념비`를 설치했다.

활명수는 1936년 8월 9일에는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전보를 알리는 지면 광고를 일간지에 싣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름을 드높인 두 젊은 선수를 응원하고 암울한 시대 국민들의 자부심을 북돋았다.

건강한 체력의 근원이 건전한 위장이며 이를 위해 `건강한 조선을 목표로 하자`라는 민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한 것은 동화약품의 민족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활명수는 현재 연 매출 430억원대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활명수는 1초에 3병씩 팔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84억병이 팔렸다. 이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 25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활명수가 한결같이 사랑받은 원동력은 변함없는 약효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를 추구한 데 있다. 1967년 기존의 활명수에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를 발매하고, 1991년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해 활명수의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2011년부터는 활명수 전 제품이 무보존제로 생산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칼로리가 낮고 다량의 식이 섬유를 포함해 건강한 감미제로 각광받는 프락토올리고당을 함유하며 품질을 향상했다. 지난 2015년에는 정장 작용에 효과가 있는 `오매`(말린 매실)를 함유한 `미인 활명수`를 선보였다.

활명수는 현재 일반의약품인 `활명수` `까스활명수-큐` `미인 활명수` 등과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까스活(활)` 등 총 네 가지 제품이 생산 판매하고 있다.

김태권기자 t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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