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보려는 이들과 의뢰 받는 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기획안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책 한 편을 쓰려면 글의 골격이 되는 목차를 작성해 보고 이 목차로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세부 제목을 달아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샘플 원고는 출판사와 의논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부모로서의 교육 노하우를 책으로 내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예스24에서 ‘부모’를 검색해 보자. 1위부터 10위까지 내가 쓰려는 책과 비슷한 책이 있는지 보고 비슷한 주제의 책이 있다면 목차를 벤치마킹 해본다. 올해 8월에 출간된 최근작으로 고영성 저자의 <부모공부>의 경우 상당한 판매 지수를 나타내고 있다. ‘부모’나 ‘교육’에 관련된 책을 쓰려는 예비 저자라면 이처럼 내가 준비하는 책과 비슷한 컨텐츠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시장 분석이 들어간 기획안과 그렇지 못한 기획안 중 어떤 것이 선택되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페이퍼 커팅아트북’이나 컬러링 북, 토이아트북 같은 틈새시장용 책을 내려는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장 진입자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출판 시장은 레드오션(red ocean)이 아니고 블루오션(blue ocean)이기에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것보다 후발 주자라도 잘 뛰어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안당에서 올해 출간한 <도화지>의 경우 <피어나다> 같은 퍼스트 러너(First Runner)의 경쟁서를 잘 분석한 세컨드 러너(Second Runner) 도서였고 반응도 좋은 편이다.

목차는 부-장-절 순서로 상세 목차는 나중에 작성한다
의외로 독특하고 전문성 있는 컨텐츠는 갖고 있으나 책을 쓰는 법을 모르는 저자도 많다. 목차는 큰 주제인 책 제목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큰 주제를 서너 개 정해본다. 그런 다음 그 주제 하에 가지를 뻗어 나가면서 정리해 나가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글의 본문으로 가서는 장의 제목, 장에서 설명할 내용을 몇 줄로 요약하는 발문, 본문 글로 나뉘어 지는데 본문도 일정 단락마다 주제를 정해 제목으로 나눠서 글을 정리해야 읽기가 좋다. 사진이나 관련 자료가 있다면 반드시 인용처를 맨 뒤에 참고 문헌으로 정리해 둔다. 각 부는 부의 주제에 맞는 제목과 발문도 정한다.

책을 쓰면서 남들과 다른 전문성 있는 노하우를 어떻게 잘 설명할 것인지 풀어나가는 방법도 중요하다. 필자는 IT 잡지에 오래 근무했기에 잡지적인 접근 방식으로 독자들이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도록 하거나 팁, 노트 BOX 구성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은 있으나 출간의 경험이 없는 저자라면
최근에 저자가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글 중에는 네이버 포스트를 올리다가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책을 낸 저자가 편집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글로 밝힌 것을 보았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기획안을 채택하여 저자 미팅을 해보면 “그 동안 어떤 책을 내셨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에게 저서가 중요하듯 편집자(기획자)에게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요즘은 아두이노가 방과후교육에도 접목되고 많이 대중화되고 알려졌지만 2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100% 실습! 리얼 아두이노>를 준비할 때만 해도 “아두이노가 뭐야?”라는 질문이 너무 당연했다. 그래서 실습 위주로 구성을 제안했다. 집필진은 의욕을 보이며 실제 실습 예제, 생생한 코드, 회로도를 준비했으며, 부록으로는 아두이노 보드 사진에 해설까지 넣었다. 특히 박사 과정에 있었던 류지형 연구원이 필자의 요구 이상으로 진행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였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처럼 전문성 있는 컨텐츠를 갖고 있는 저자는 도 독자에게 보여지게 되는 콘텐츠의 형태를 편집자와 의견 조율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해에 출간한 <유니티5>는 저자가 게임 개발 회사도 운영하고 유니티러닝센터 외에 다수의 강의도 하고 있었지만 글을 전혀 안 써본 분이었기에 앞서 설명한 대학 강의용 15장 구성에 부-장-절, 도비라 구성, 따라하기식 설명과 팁 등의 구색을 갖춰 진행하느라 10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책은 저자나 편집자(기획자) 모두에게 끈기를 요하는 일이다. 미리 시장 분석 등을 통해 준비된 상태에서 책이 진행된다면 책의 컨셉을 편집자와 훨씬 더 잘 공유하고 이후 마케팅이나 홍보에 집중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혜란 hrcho@cyber.co.kr 10여 년 동안 IT 매거진 분야에서 PC월드 기자, PC라인 수석 기자, 프로그램세계 편집장을 역임했고 연세대학교 공학대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베스트북 실장으로 '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입학관리과에 입사했다. 2014년부터 성안당에 입사해 현재는 부장으로서 IT 전문서, 각종 번역서 외에도 자기계발서, 마케팅, 회계, 실용서 등 다양한 책들의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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