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미아진은 4세기초에 세워진 카데드랄이다. 주교가 있는 최초의 사원이다. 예수이후의 종교를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나누어놓아서 난 뭐라 불러야할지를 모르겠다..분명 절대신은 교회 성당 사원등등 이름이 중요하다 하지 않았을텐데 무식한 나는 혼돈스럽다.

아르메니아 종교역사로 보면 가장 중요한 곳이다. 9시에 아침을 준다기에 일찌감치 나섰다. 7시부터 문이 열려있다. 본당으로 들어가면서 깜짝 놀랬다. 웅장하고 화려한 내부는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수사께서 예배를 위해 유등을 밝히고 있다.

초를 10개 샀다. 세계최초의 주교사원이라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불을 밝혀드렸다. 최근에 돌아가신 지인들도 밝혀드렸다. 아르메니아 최고성지에서 기도드리니 자꾸 울컥한다.

수사들이 예배를 준비한다. 두건을 쓴 수사가 나와서 기도를 시작하니 사람들이 문쪽을 바라보며 신을 영접하듯이 두팔을 벌린다. 그런다음 정면을 바라본다. 기도가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엎드리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한다.

엄숙한 예배가 30분넘게 계속된다. 여러명의 남자수사들이 양쪽에 나눠서서 응답하듯이 찬송가를 주고받는다. 어떤 합창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감동의 도가니에 푹 빠져있는데 옆에서 남편이 김빠지게 만든다. 그만 나가잔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차에 짐을 싣고 에치미아진으로 다시 갔다.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첫번째 주교교회란 이유도 있지만 예수님을 찌른 창을 보러왔다. 게그하르드교회에 있던 창을 이곳에 옮겨와 보관중이다.

박물관티켓을 사러갔더니 박물관은 2시에나 문을 연단다. 창을 모신 곳은 본당안 박물관에 있어서 일요일은 예배때문에 2시부터 관람이 가능하단다. 너무 아쉬워서 창목걸이하고 십자가목걸이를 몇개 샀다. 손으로 만든 호두나무십자가가 맘에 든다.

시간이 애매해서 암베르드로 갔다. 암베르드요새는 구름속의 요새라는 뜻이다.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졌다한다. 11세기에 교회를 지으면서 지방세력에게 귀속되었다한다. 티무르제국의 침략으로 무너진후 방치되었단다. 비록 허물러졌지만 굳건했던 시절을 짐작할수가 있다.

알파벳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유목민을 봤다. 풀이 자라는 여름철에 양을 먹이기위해 천막을 치고 사는 모습이 몽골의 유목민을 연상시킨다. 척박한 자연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법이다. 2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한철 자리를 잡고 아이까지 기르고 있다.

알파벳공원으로 갔다. 아르메니아 알파벳을 하나하나씩 조각해서 세워놓았다. 뒤쪽으로는 고쉬를 비롯한 아르메니아의 위인들 동상도 서있다. 아르메니아 알파벳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다시 에치미아진으로 갔다. 오늘 3번째 가는 길이다. 예수님의 창을 보지않고는 두고두고 맘에 사무칠것 같다. 박물관은 본당안 오른쪽 방이다. 기도실을 개조해서 박물관으로 만든듯 싶다.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보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보물은 예수님을 찔렀던 창이다. 사람들이 모두 그앞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직원이 사람들을 다 불러모아 설명을 하면서 데리고 다닌다. 우리는 아르메니아 말을 모르니 그냥 창앞에 서서 사진찍고 나왔다.

드디어 예레반으로 돌아갔다. 예레반에 들어서자마자 지노사이드박물관에 갔다. 아르메니아대학살 추모공원만 보고 박물관은 닫혀있어서 못봤던 아쉬움이 있다. 오늘은 다행히 문을 열었다.

주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이 잔인할수도 있다싶으니 우울하다. 십자가에 알몸으로 매달린 여자들 사진이 충격적이다. 전쟁같은 역사적 비극은 없으면 좋겠다. 인간들이 왜 싸우는지 이해가 안된다. 싸우면서 왜 잔인하게 죽이기까지 하는지 더 이해가 안된다.

드디어 호텔로 왔다. 지난번에 맘에 들었던 호텔로 다시 오니 집에 온 기분이다. 다시 왔다고 세미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해준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고 약간 더 크다. 그래도 업그레이드라니 좋다.

차를 반납하고 저녁을 먹는데 우울한 전화를 받았다. 모레 예약한 비행편이 취소되었단다. 내일이나 그다음날 비행기를 타란다. 황당하다. 호텔 두군데를 변경해야 한다. 모스크바호텔은 변경이 어렵다. 저녁이 맛있는데도 목에서 걸린다.

호텔 13층이 스카이라운지바가 있다해서 아라랏맥주라도 한잔할까 올라갔다. 예레반의 야경을 즐기며 젊은이들이 음악과 음주를 즐기고 있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 내기분하고 상관없이 예레반의 밤은 깊어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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