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가득 품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년, 3년, 5년을 버텨내는 기업이 많지 않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엔 어떤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여러 사례들을 놓고 분석한 결과,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으로 다섯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창업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는 활동이기 때문일까. 신기하게도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는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와 같았다.

망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
1. 특별한 매력이 없어서
2. 배려가 없어서
3. 집착해서
4. 만인의 연인이 되려고 해서
5. 너무 서둘러서

그렇게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듯, 제품을 만들 때도 사람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는 그 동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내놓는 것에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제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절대 고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면 그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사람은 세상에 절대 없다. 이사람을 놓치게 된다면 정말 후회할 것이다.’고 생각하게 되면, 결국 결혼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그 사람을 독점하게 되듯이 말이다. 내가 ‘외식주문중개플랫폼’ 시장에 뛰어 들어 단기간에 9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외식 배달과 콜센터는 3D 직종으로 꼽혔던 탓에 누구도 뛰어들지 않았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엔티테크의 등장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빠른 시간에 시장을 독식할 수 있었다. (창업에대한구체적인스토리는뒤에서다시다룰예정이다.)

이렇듯 창업을 할 때는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조금 다르게 하는 벤치마킹 전략을 쓸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해야 진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나오는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은 언제나 유효하다.

두 번째 실패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이성에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항상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이성을 만나면 지치기 쉽다.

사업 아이템 또한 ‘우리의 고객이 누구고, 그 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데,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그 것을 지나치게 신봉할 때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그 것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잠재 고객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 하지 않고, 창업자의 일방적인 판단, 아집에 가까운 믿음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앞서 한차례 언급한 바 있는 에디슨의 발명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1869년 그가 처음 개발했던 의회 전기투표기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뛰어난 제품이었지만, 투표가 빨리 이루어지는 것은 고객들의 니즈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작으로 남고 말았다. 그때부터 에디슨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더라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현장을 직접 다니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발명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않은 제품은 실패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다. 최근 미국 벤처캐피탈 전문 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도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첫 번째 이유로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 번째 실패 이유는 집착이다. 연애할 때 가장 피곤하고, 또 피하고 싶은 상대가 집착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창업 강의를 나가면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 데, 첫 번째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하는 시장조사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생각한 솔루션이 맞는 지 확인하는 시장조사다. 이것은 사업아이템이 얼마나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 지 검증하는 작업으로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단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고객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는 것이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것인 데, 많은 이들이 시장조사를 ‘검증의 도구’가 아닌 ‘확증 편향의 도구’로 이용한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는 부정해서 자기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 동안 투자한 비용과 시간, 노력을 아까워 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경영학 용어로 매몰비용(suck cost)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이미 지출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에 빠진다. 또한 중도에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마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 같고,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니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매몰 비용과 관련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 사업이다. 1947년 초음속 전투기가 처음 개발된 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 기술을 여객기에 적용하기로했다. 그런데막상개발에착수하고나니여러가지문제점들이쏟아졌다. 연료는어마어마하게드는데승객은100명정도만태울수있고, 소음문제로항로에제약이생기는등사업의채산성이맞지않았던것이다. 고심끝에미국은초음속여객기개발을포기했지만, 영국과프랑스는그동안막대한비용이투자되었다는점등을이유로개발을지속했고1976년본격적으로운항을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어마 어마한 손실이 누적되면서 2003년 운항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렇듯 잘못된 아이디어에 집착해 매몰 비용을 보상받으려 하는 것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 가는 것과 다름없다.

네 번째 실패 이유는 만인의 연인이 되려는 욕심 때문이다. 다시 연애에 비유해 보면,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것만큼 상대방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없다. 만인의 연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진정한 사랑을 하지도, 받지도, 그래서 알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리도 동일하다. 처음부터 목표 시장을 너무 넓게 잡고,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에게 제품을 팔려고 하다 보니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시장을넓게잡으면경쟁해야할상대도그만큼많아질수밖에없기때문이다. 자본도 인력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초반부터 힘 뺄 일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페이스북만 보더라도 처음엔 하버드 대학교 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그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인근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확대됐고, 점차 미국 대학생으로, 미국 전체로, 전세계로 번져 나가며 성장했다. 만약 처음부터 미국 전체를 목표 시장으로 두고 접근했다면 거기에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들 수 있다. 지금은TV 광고, 옥외광고 등을 하며 ‘국민서비스’로 거듭나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대규모 광고 집행이 가능했을 리는 없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굉장히 막막했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각인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이럴 때일 수록 너무 멀리 내다보기 보다 손에 잡히는 시장, 자신이 직접 발로 뛸 수 있는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지역과 나이, 성별로 시장을 세분화해서 홍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연세대 후문에 사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1위, 좀 더 넓혀서 신촌에서 1위, 더 열심히 해서 서대문구에서1위. 이렇게 작은 시장을 타깃팅해서 점차 확대해 가는 전략을 펼쳤고, 어느 순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창업에 실패하는 마지막 다섯 번째 이유는 너무 성급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해하고, 성급히 몰아 붙여서는 안 된다. 그 것은 상대를 더 피곤하게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제대로 연애를 해보기도 전에 놀라서 도망갈 수도 있다.

창업을 할 때도 성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회사가 안정되기도 전에 너무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 초창기부터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 것,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 성과를 내라고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두 자칫 잘못했다가는 회사를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는 행동들이다. 나 또한 25살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미숙하기도 했고 불안한 마음에 성급하게 굴었던 탓에 크게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 설립했던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SL2라는 회사는 초창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수많은 투자자들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발목을 잡아, 경영권을 잃고 쫓겨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2003년에 씨엔티테크를 창업해 재기를 노렸을 때도 회사의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직원들을 고용해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했고, 폐업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렇듯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과도한 열정이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어떤 결정을 할 때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기업들의 성공스토리를 읽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한 기업들의 원인을 찾아보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성공의 이유보다 실패의 원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매년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 컨퍼런스(Fail Conference) 2.0’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이 행사를 통해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실패담을 공유하고 배우고 있다고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표현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실패는 성공의 아주 중요한 밑거름인 것은 분명하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창업자 또한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실패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뒤돌아 보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 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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