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은 기업이다

발행일시 : 2016-11-16 00:10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은 기업이다

오늘은 사회적 가치를 조금 뒤로 하고,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사회적기업의 본질을 다루고자 한다. (노파심에서 언급하면, 칼럼 초기에도 말했지만 여기서 사회적기업은 정부로부터 법적으로 인증 받은 ‘인증사회적기업’이 아니라, 보편적 정의에 입각한 사회적기업 혹은 소셜벤처를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법적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인 경우를 말할 때는 ‘인증사회적기업’으로 구분해 언급하도록 하겠다.)

지난 한달 여 매주 저녁마다 송파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을 위한 워크샵에 참석 중이다. 주제는 사회적경제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에 대한 것인데, 이 분야 초기부터 활약해온 투자 전문가들이 공유해준 경험과 피드백을 토대로 열심히 시사점들을 챙겨보고 있다. 참고로, 임팩트 투자란 기업의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성과를 창출하려는 기업에 투자하는 장기 관점의 투자를 말한다. 주로 예비창업 또는 창업초기에 투자하는 씨드(SEED) 투자가 대부분이고, 창업사관학교 같은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워크샵이 유익했던 이유는 배포된 자료집에 담긴 정보보다는 임팩트 투자를 업(業)으로 해온 분들이 들려준 경험적 교훈과 합리적 조언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다. 조언은 사례별로 조금씩 달랐지만, 맥락상 공통점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사회적기업가정신이다.

지극히 개념적인 용어로 퉁치니 허탈할 법 하겠지만, 여러 얘길 들어봐도 결국 다시 ‘기본’이라는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임팩트 투자자 중에는 그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깊이 공감해 합리적인 투자행태까지 뛰어넘어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겠지만, 임팩트 투자자에게 사회적 가치란 우선 투자할 대상을 걸러내는 단계에서 필요한 기초평가 항목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가치는 기본이고, 그 뒤에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투자의사 결정은 사업기회로서 문제해결방안(제품 또는 서비스), 수익모델, 시장규모, 경쟁상황과 전략, 성과측정지표, 재무계획, 그리고 구성원까지, 영리와 비영리 모두에게 두루 들어맞는 보편적 항목을 모두 들여다 본 끝에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또한 위 항목들을 사업계획으로 완성해 투자유치 제안서에 담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설령 모든 항목들을 잘 연결해 적었다 해도 거기까지도 참고일 뿐이다. 담긴 계획을 기필코 달성해낼 수 있는 창업가와 조직원의 문제해결 의지, 열정, 도전, 창조, 혁신을 엿볼 수 있는 내면화된 혹은 잠재된 역량을 투자자는 어떻게든 꿰뚫어보고 싶어 한다. 결국 사회적기업가정신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은 기업이다

기업가정신과 사회적기업가정신
전통적인 기업가정신과 사회적기업가정신 사이의 가장 확고한 교집합은 ‘사회적 책임’이다. 다만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일반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책임 실천 방식인 사회공헌활동(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사회적기업의 사회책임 실천 방식은 확연히 결이 다르다. 마이클 포터는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이 차이를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로서 최초 개념을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 2012년 한 때 비영리재단에 근무할 때쯤 팀에서 이 기고를 번역해 모두 돌려본 적 있는데, 그가 정의한 CSV에 몰입해 문장 하나하나를 분해하다시피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는데, CSR이 기업활동에 부대한 자선 혹은 기부행위라면 CSV는 주목한 사회문제에서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사업으로 풀면서 사회문제해결과 경제적 이익을 모두 얻는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에 근거하면,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강력한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유가치창출 방식으로 사회적 선(善)과 공공의 가치 창출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주도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인식까지도 바꿀 수 있는 최전방의 롤 모델인 것이다.

사회적기업가정신으로 사회적기업을 경영할 때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은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기업가정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참 아쉬운 건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을 실천한 변변한 롤모델 하나 찾기 어렵다는 것. 보고 배울 롤모델이 없다는 것은 불행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글로벌로 활동하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명목상 사회공헌활동 비용이 외국의 존경받는 기업의 CSR지출 비용 대비 훨씬 많음에도 존경받는 기업 명단에서는 순위가 한참 아래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돈을 써서 CSR을 펼치고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한다 해도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국민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내면의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표리부동한 기업이 CSR 활동을 열심히 해 봤자 그냥 겉치레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사업으로 펼치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우리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감정에 경도되어 문제의 늪에 매몰되지 않고, 자선이 아니라 사업의 기회로 바라보며, 수시로 경쟁하되 방식은 공정하게, 그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기업활동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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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자체가 마켓 3.0
내친 김에 마켓 3.0을 빌어 사회적기업의 마케팅도 언급하고 싶다. 마켓 3.0은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가 쓴 말인데, 마켓 1.0이 생산자 중심/제품 중심/이성에 어필한 시대라면, 마켓 2.0은 소비자 중심/서비스 중심/이성과 감성에 어필한 시대로 정리된다. 마켓 3.0은 참여자(프로슈머) 중심/공유가치 중심/영혼에 어필한다.

지금은 고객의 영혼에 어필하는 마켓 3.0의 시대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가 익숙한 세상 덕분에 고객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접하고,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가치를 판별하는 데 익숙하다. 과거처럼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 목록만 가지고 판단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주방용품을 사도 이 회사가 친환경 소재만을 쓰는지, 화장품을 살 때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지, 비교 내용도 각양각색이고 판단하는 가치도 다양하다. 요즘 시대 고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 이상의 가치를 원하며, 영적인 감동까지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감동을 타인과 나누고 싶고 심지어 자랑하고 싶어한다.

마켓 3.0은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에 고객이 공감하고 그 가치에 동참하도록 촉진하는 가치공유 활동이다. 사회적기업은 그 자체로 마켓 3.0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목적 달성이 존재의 의미인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해당 문제해결의 범위(다른 말로 시장규모)와 기대되는 파급효과(공유가치 창출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 정도에 따라 ‘시장’의 강력한 킬러 앱이 될 수 있는 멋진 경쟁우위다. 사회적기업은 그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과 사회문제 해결 방식을 사업전략 실천 전면에 내세우고 마켓 3.0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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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가치창출로 생태계 혁신하기
필자가 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핵심사업인 맘잡고 플랫폼은 기업가정신의 기본에 사회적 가치를 내재화해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의 산물이다. 나아가 공유가치창출로 생태계 혁신까지 만들어냈으면 하는 크고 무모한 비전이 있기에, 그 비전을 공유하고 스스로 확신과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다. 맘잡고 사업이 사회적 목적만 바라봤다면, 전통적으로 공익 목적의 NGO,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 비영리단체도 많은데, 굳이 상행위로 법의 적용을 받는 상법상 회사를 설립하고 상거래로 돈을 벌면서 재원을 충당하는 사회적기업의 옷을 입고 사업을 하겠는가?

필자는 사회적기업의 범위와 정의를 ‘공유가치창출 기업’으로 넓게 설정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국한된다. 법에서 범위를 이렇게 정하고, 인증이라는 깔때기로 사회적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정부 주도로 인증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과연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이고 광범위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소셜 임팩트 창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러 모로 의문이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어보겠다.

우리나라에 기업 성공신화는 많아도 성공을 사회책임으로 환원한 기업 사례가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서일까, 창업 생태계에서 항상 기업가정신이 강조되지만, 이론과 개념만 갖고 주야장천 교육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 같아 종종 갈급함이 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맘잡고 사업이기에 수시로 어려움에 직면하며, 그럴 때마다 사회적기업가정신에 충실한 사명과 비전, 가치를 다시 바라보고, 중요 단계별 마일스톤 계획을 점검하고, 그 과정을 고객과 파트너랑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은 기업이다

사회적기업가로서 책임을 재확인하고, 스스로 신발끈을 조여 매고 동기 부여하고 싶을 때 종종 들어와 이 글을 음미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확실한 맘잡고 사업 여정에서 큰 힘이 되고 있는 우리 팀과, 우리의 핵심고객이자 사업 파트너인 여성인재들이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희망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에는 일에 파묻혀 여유 있게 생각을 나누는 것조차 힘드니, 누구나 보는 매체를 빌어 나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기업하고 있음을 많은 분들에게 어필하고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의 사업책임자로 일했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맘이랜서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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