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간주하면서 수사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와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 등을 핵심 사안으로 꼽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범 관계라는 것.

이에 수사본부는 박 대통령을 기소 전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정식 사건으로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입건과 관련해 형법 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또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접 인지·입건함에 따라 향후 수사 전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피의자가 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과 관련해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염두에 둔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정농단 비호 여부,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주도한 문화계 비리 등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7시간'의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정식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지만 국민적 관심과 정치권 안팎에서의 목소리 등으로 검찰의 내부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 대면 조사 성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4조에 의해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으로 기소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역시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 조사가 특별검사 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다음 달 초 출범될 것으로 전망되며 수사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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