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한국돈 천원도 안되는 돈으로 수십개의 빅물관을 하루종일 볼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도 아깝지가 않을것이다.

오늘 일기예보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단다. 지하철안에서 시간보내기 좋은 날이다. 일단 그중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지하철안에서 지내긴 답답할것 같아서 먼저 콜로멘스코예공원으로 갔다. 친구가 추천한 공원이다. 남편은 알려지지도 않은데를 왜 가냐고 투덜댄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길이 녹음이 우거져 싱그럽다. 인적이 드물어 산책하는 기분이다. 입구에서 들어가는 길도 평화롭다. 공원지도를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네스코문화유산인 성모승천교회로 갔다. 입구의 상단부분 나무장식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그레고리사원은 문이 닫혀있다. 낡았지만 아름다운 첨탑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강쪽으로 들어가니 성모승천사원과 벨타워 그리고 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사용한 물탱크건물이 있다. 강을 바라보며 조화로운 모습이다.

사원옆에는 페테르대제가 자주 들르던 오두막이 있다. 페테르는 이곳에서 배를 만드는 모습을 감독하기도 했다한다. 얼굴이 작고 키가 컸다는데 동상도 작은 얼굴을 강조했다.

사원을 나와서 코끼리열차를 타고 여름왕궁으로 갔다. 여름왕궁은 원래 목조건물이었단다. 캐서린여제가 파괴하는 바람에 지금은 복원한 왕궁이다. 당시 세계8대 경이로운 건축물이었다 한다. 못을 사용하지않은 목조건물은 양파모양의 독특한 처마모양과 화려한 첨탑이 아름답다. 목조건물이 이리도 화려할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친구의 추천덕분에 계획에 없던 여름왕궁과 유네스코문화유산인 성모승천사원을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북적거리는 시장분위기의 크렘린보다 3배는 더 좋았다.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공원을 돌아보는 내내 친구에게 고마워했다.

지하철을 타고 뮤제온예술공원으로 가는 도중 점심을 먹었다. 모스크바에서는 먹는것이 걱정스럽지 않다. 어디서나 우리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점들이 눈에 뜨인다.

뮤제온예술공원 건너편은 고리키공원과 레닌공원도 있다. 고리키공원과 레닌공원을 지나서 뮤제온예술공원으로 갔다. 입구에 있는 갤러리아에 줄이 길다. 특별전시회를 하는 모양이다.

뮤제온예술공원은 1992년 소련붕괴이후 각지에 있던 조각들을 모아놓은 공원이다. 공원의 별칭이 추락한 영웅들의 공원이라고 한다. 700개정도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한다. 공짜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강가쪽으로 가니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다. 갤러리아뒤쪽으로는 화가들이 부스를 하나씩 빌려서 그림을 전시하고 팔기도 한다. 유람선들이 강위를 떠다니고 있다. 전체가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지하철을 타고 보르비요비고리역으로 갔다. 지하철역이 강가운데 있는 것이 독특하다. 역에서 밖을 보면 강위에 떠있는 기분이다. 을 나와서 케이블카를 타러갔다. 케이블카가 수리중인지 공사중이다.

드디어 지하철역 순례를 시작한다. 모스크바지하철지도를 보면 순환선이 있다. 순환선상에 있는 역사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하나하나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은 한번 타면 마지막 내릴때까지 하루종일 안에서 내렸다 탔다 갈아타기를 반복할수 있다. 시간제한도 없고 거리제한도 없다. 5백원정도 내고 하루종일 역마다 내려서 감상하고 이동하기를 반복할수 있다.

모스크바지하철 특히 오래된 시내구역은 핵전쟁시에 대피소로 이용할수 있을 정도로 깊다. 공기를 순환시키긴 하지만 좋을리가 없다. 몇개 다니다보니 내 예민한 목이 컬컬해진다. 눈의 호사를 의해 목이 고생이 많다. 하루에 여러개 보기는 무리다. 일단은 아름답다고 알려진 역 10개정도 봤다.

타일조각이 이쁜 역도 있고 기둥이 아름다운 역도 있다. 건축이 기하학적인 역도 있다. 어느 역 하나 단순하고 똑같은 모양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니다. 단체괸광객들이 깃발따라 움직이면서 관광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바닥에 포토존표시가 있는 곳도 있다.

지하에서 놀다가 지상으로 올라오니 세상이 환하다. 우리의 종착역은 굼백화점이다. 소프트콘을 사기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다. 우리도 하나씩 사먹었다. ATM에서 돈을 찾아 나왔다. 굼백화점 한도액이 높아서 돈찾기가 편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보니 관광객들이 동전던지길 하고 있다. 줄서서 동전을 던지면 노인부부가 챙긴다. 하루종일 챙기면 티끌모아 태산이 될듯 싶다. 젊어서 그 열정으로 일했으면 지금 동전주으면서 살지않을텐데 싶다.

하늘이 점점 사나운 구름이 모여든다. 숙소로 다가올 무렵 빗방울이 하나둘씩 뿌린다. 오늘하루 다니는 동안 비맞지않게 배려해준 구름이 고맙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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