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 소리는
힘드니까 도와달라는 소리

아빠! 이 소리는
자기를 지켜보라는 소리

정글같은 세상에서
구겨져 버려진
종이처럼 있다가도
이 소리를 들을 때면
몸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솟구쳐 나와 다시
팽팽한 종이가 된다.

아빠!
이 소리는
험한 세상 굴하지 말고
꼿꼿하게 살라는
강아지들의
거룩한 명령!

작가의 말
밖에서 일을 보다보면 “아빠!”라는 높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혹시나 딸들이 아닌가 싶어 돌아보면 다른 아이 목소리다. 밖에서 이 소리를 들으면 문득 학교에 있을 우리 딸들이 생각난다.

자녀들이 아빠를 부르는 소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필자는 이것을 두 가지로 구분지어 본다. 먼저 자신을 도와달라는 의미이다. 용돈이 필요할 때,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때 등 도움이 필요할 때 아빠를 부른다. 자녀들에게 아빠는 해결사로 여겨지나 보다.

둘째는 자신을 봐달라는 의미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싶을 때, 자기가 연습했던 뭔가를 보여주고 싶을 때, 자기에게 일어난 좋고 나쁜 일들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을 때, 이성의 친구가 생겼을 때 아빠를 부른다. 이럴 때 아빠는 최고의 상담가요, 관객이 된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아빠를 부르는 소리’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는 아빠이다. 그럼에도 이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고 행복감을 느낀다. 박목월 시인은 ‘가정’에서 가장의 책임감을 ‘십구문 반’이라는 과장된 신발 사이즈로 표현했다. 필자가 군복무 시절 신었던 군화 사이즈가 십일문이었으니 시인이 느끼는 가장의 부담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많은 아빠들이 ‘십구문 반’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맑고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아빠!”라는 단어 때문이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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