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재무의 핵심은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와 현금흐름관리이다. 스타트업은 일상적 경리회계관리에 지나치게 초점을 둘 필요는 없다. 기업의 경리회계관리는 아주 기초적인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과 기본지식을 가지고 법과 제도에 맞게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실무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기초적인 업무가 긴급하게 처리되어 우선순위를 엉망으로 만드는 업무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 사소한 일이 긴급하게 처리되어 중요한 업무가 모두 정지되는 일이 스타트업에서는 왕왕 벌어진다. 내부에 담당자를 둘 수가 없기 때문에 회계사무소나 세무사무소들이 제공하는 기장대행 서비스나 세무조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이러한 기초적인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추후에 심각한 문제로 될 수도 있다. 물론, 스타트업 CFO가 있는 경우에는 자체적인 업무체제를 갖출 수도 있고 외부의 전문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CFO가 없는 경우에는 CEO가 기본적인 재무회계나 세무회계지식을 갖춰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변에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꾸준히 확보하여 상의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 재무의 핵심은 기업가치전략과 현금흐름관리에 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전략적 기업가치 개념이 중요하다. 주장하는 사업모델이 창출하는 가치의 원천과 구조는 무엇이고 이에 대해 어떤 전략적인 계획과 실현방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어나가야 한다. 더불어, 계획된 단계별 목표기업가치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적시에 적절하게 취해나가야 한다. 만일 이것이 불분명하다면 스타트업 재무의 핵심이 흐려지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세워나가지 않으면 다른 것들이 의미를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CFO는 CEO의 사업모델과 기업가치 관점에서 재무적 의미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도록 전략적 재무를 명석하게 다루어 나가야 한다.

기업가치는 단순한 매출과 이익추정 이상이다. 기업가치는 이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개념이다. 매출과 이익추정은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이 제시하는 혁신성과 이에 기반한 시장성 및 성공 가능성을 포괄한다. 당연히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주체로서 CEO와 그 기업의 구성원들의 총체적인 역량도 포함한다. 다만 이를 추상적이고 비재무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재무적 수치로서 뽑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업모델은 고객가치의 혁신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중요한 기업가치의 요소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만 주장하면 재무적 접근이 아니다. 그 사업모델이 가지고 있는 혁신성이 어떻게 재무적 수치로 나타날 수 있고, 얼마의 숫자로 나타나는지를 뽑아내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CEO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스타트업 도전정신도 높고 작고 강한 스타트업으로서 조직역량이 월등히 차별적인 강점이 있다.'는 요소도 그것 자체로 주장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논리와 연결구조를 가지고 기업가치에 반영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로 반영되는지를 재무적 수치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막연히 사업모델이 좋고, 혁신성이 높고, 구성원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치는 것은 스타트업 재무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재무적 기업가치로 뽑아내고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전략적 기업가치를 단계적 사업일정에 맞추어 예측하고 추정해 내야 한다. 사업일정이 단순한 프로젝트 일정계획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업가치창출을 입증하는 일정계획이어야 한다. 창업단계에서 회수단계까지의 기본구간에 대한 기업가치 전략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사업은 물론 계속될 것이다. 기업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재무는 기본구간에 대한 기업가치 전략과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과 시나리오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스타트업 재무의 핵심이자 스타트업 CFO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것이 현금흐름관리이다. 기업가치 전략이 섰다면 사업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고 제대로 운용관리 하는 데에도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선행적으로 사업전략과 이에 기반한 기업가치 전략이 서지 않았다면 스타트업의 현금흐름에 대한 계획과 관리는 불가능하다. 일반 기업의 현금흐름관리와는 차이가 있다. 기업가치 계획에 따라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운용하여 계획한 기업가치 목표를 달성에 집중하는 메카니즘을 만들고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까지 가는 1단계 기본구간에서 필요한 몇 차례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목표에 따른 예산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기업가치전략을 통해 현금유입에 대한 구조와 방안을 만들고, 제시한 기업가치 목표달성을 위한 실행이 현금유출의 핵심활동이 되는 것이다. 이 메카니즘을 선순환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지 않으면 스타트업 현금흐름관리는 근거를 잃게 된다.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조금씩 벌어 쓰면서 가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오로지 사업모델에 따른 기업가치 전략과 목표달성을 위한 활동결과를 선순환적으로 만들어 나갈 때 스타트업 현금흐름관리가 가능하다.

혈액이 돌지 않으면 멈춘다. 현금흐름관리는 혈액관리이다. 어디로부터 공급되는가? 특히, 초기 단계에는 자체 혈액이 없거나 부족하다. 더불어, 이 혈액을 왜 제공하는가? 언제부터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이후 현금흐름관리는 사업전략과 어떻게 연계시켜야 현금창출 및 기업가치창출 동력과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을 가지고 현금흐름관리를 해야 한다. 단순히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잘 관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목표와 가치전략이 없으면 현금흐름관리는 보수적이고 안일하게 되기 쉽다. 특히, 잘못하면 통제적 양상으로 나타나거나 목적 없이 지출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외부에서 조달하든 내부에서 창출하든 월급걱정 없이 안정적인 현금흐름 상황이 조금만 지속되면 금새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를 모르고 우왕좌왕 쓴다. 어떤 경우는 안일해진다. 어떤 경우에는 성공한 기업 흉내를 내거나 멋진 기업문화를 자랑하기 시작한다. 꽁꽁 싸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전략적 기업가치 목표를 잃은 현금흐름들이다.

스타트업 현금흐름관리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현금흐름관리가 현금유입과 유출관리라는 실무적 관점으로 주장한다면 스타트업이라는 한정어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스타트업 현금흐름관리는 기업가치전략과 연동되어 목표달성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스타트업 CFO에게 있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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