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먹고 느지막하게 나갔다. 오늘 첫 목적지는 짜리찌노공원이다. 공원안에 궁전박물관이 있다. 캐서린대제가 여름별장으로 건축을 시작했다가 사망하는 바람에 완공하지 못했던 건물이다. 지금은 완공해서 멋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있다.

캐서린 대제는 대단한 인물이다. 왕자와 결혼한후 남편이 왕위에 오르자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자다. 35년간 장기집권하는 동안 러시아 영토확장을 크게한 인물이기도 하다. 남편은 왕위에 오른지 6개월만에 사망했다한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코끼리차가 있다. 표를 사서 탔다. 코끼리차는 공원을 돌아 숲속길로 해서 이쁜 건물앞에 내려준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여름왕궁이다.

박물관은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브레드하우스와 그랜드팰리스로 나뉘어져 있다. 브레드하우스라길래 빵하고 관련있나 싶어서 들어갔는데 빵은 없고 그림과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오르간연습을 하고 있다.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단다.

브레드하우스에서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프다. 그랜드팰리스로 가기전에 카페테리아에서 빵으로 대충 떼웠다. 내부장식은 훌륭한데 음식은 실속이 없다. 겨우 허기만 면했다.

그랜드팰리스내부도 실속이 없다. 실제로 사용된적이 없던 궁전이라 그림과 러시아문화재들로 꾸며진 박물관이다. 그래도 전통을 살려 꾸며놓은 방들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경치가 더 아름답다.

박물관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다시 코끼리차를 탔다. 숲속길을 돌아 공원을 한바퀴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웨딩촬영하는 커플이 많다. 공원보다 신부들이 더 아름답다. 나이 지긋한 부부들도 보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보인다. 모스크바시민들의 오아시스같은 곳인듯 싶다.

모스크바시내에서 가장 높다는 구세주 그리스도사원에 갔다. 정말 높고 크다. 안에 들어가는데 가방도 검사하고 엑스레이도 통과했다.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 크다. 사진을 못찍게 하는것이 아쉽다. 폰으로 찍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폰으로 한장 찍었다.

사원지하에도 예배당이 있다. 지하예배당도 엄청 크다. 내부장식도 화려한데다 크기까지 하니 그저 놀랍다.

사원에서 나와서 푸쉬킨박물관으로 갔다. 해외미술품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로마 그리스 이집트등에서 가져온 미술품으로 가득차 있다.

가장 눈에 뜨이는 부분은 렘브란트코너다. 많은 작품에서도 바로 눈에 뜨이는걸 보니 거장은 거장인다 보다. 그외에도 유럽각지에서 모아온 작품들이 많다.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도 가져와서 전시중이다.

한껏 눈을 높이고나니 배가 고프다. 마음의 양식은 배하고는 상관이 없다. 색색버거를 먹으러 갔다. 식당들이 줄지어있는 보행자들의 천국 아르바트거리에 있다.

아르바트거리는 마치 파리의 거리느낌이다. 맛집들이 즐비하고 거리에서 공연도 한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있고 헤나문신도 해준다. 거리화랑이 열리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활보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하철코스중에 빠진 곳을 들렀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에 먼저 들렀다. 지하 84미터깊이의 파크포베디역에 갔다. 세계에서 3번째로 깊다한다. 에스컬레이터는 유럽에서 가장 긴데 126미터이고 3분걸린단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니 끝이 안보인다. 대단한 러시아다.

장식이 아름다운 쇼셰엔투지아스토퍼역에서 역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서있다. 역보다 여인을 찍었다. 지하철에서 남편옆에 앉는다. 남자들이 모두 이쁜 여자를 쳐다본다. 심지어 애인하고 같이 앉아있는 남자도 쳐다본다. 이쁜 여자가 모든 남자의 정답이라더니 실감이 난다.

남편한테 말했더니 술집여자같구만 한다. 여자보는 눈은 빵점이다. 그래서 날 골랐으니 고마운 일이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마감한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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