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시작 한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10년여 동안 정말 꾸준히 마라톤을 즐겼다.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한가지에 빠지고 좋아하면 중단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마라톤 보다 훨씬 먼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헌혈이다. 첫 헌혈은 고등학교 때 교내에서 출장 헌혈차에서 했었고, 두 번째 헌혈은 군대 훈련병 때 헌혈을 하고서는 헌혈을 잊고 살았다. 두 번 모두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길을 걷다 보면 헌혈차도 종종 만났고, 헌혈의 집에서 헌혈 권유도 받았지만 번거롭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던 중 1995년 결혼을 하면서 무언가 사회 봉사를 하고 싶어졌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정기적인 봉사가 헌혈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헌혈은 바늘만 꽂고 누워있으면 끝나는 가장 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회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해서 올해로 22년째 정기적인 헌혈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헌혈은 사회 봉사 측면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주 상세한 건강 검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건강 정보는 제공한다. 일년에 다섯 번 정기적으로 헌혈하고, 검사 결과를 받아 보는 것은 분명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헌혈을 하면 간단한 건강검진 결과를 받을 수 있다
헌혈을 하면 간단한 건강검진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사실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으나, 마라톤과 같이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에는 헌혈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면, 대회 일정에 따라 헌혈 주기를 줄이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헌혈은 정기적으로 두 달 주기로 했다. 일년에 6번까지 가능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마지막 헌혈 이후 최소 60일이 지나야 하고, 1년에 5번으로 제한을 하고 있다. 등록 헌혈을 하면 헌혈 기일이 되었다는 것을 문자로 알려주므로 별도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므로 편리하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부터 마라톤 대회 참가로 두 달마다 정기적인 헌혈을 하지 못하고 일정을 조절 하면서 헌혈을 하게 되었다. 마라톤과 헌혈은 어찌 보면 서로 상극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헌혈을 하면 일정 기간 지구력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라톤을 하기 힘들고, 마라톤을 하면 혈액 내 철분 감소로 인하여 헌혈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미달하여 헌혈을 할 수 없다는 경우도 있다. 전문 마라토너의 경우 평소에도 훈련 양이 많아 헌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마라톤114 동호회 회원 중에는 마라톤을 하기 위해 헌혈을 하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현혈이 달리기에 미치는 영향
사람의 혈액은 체중의 약 8% 정도 이므로, 몸무게가 60kg의 경우 혈액은 4.8kg 정도 된다고 한다. 헌혈은 크게 전혈과 성분헌혈로 구분한다. 전혈은 단순하게 혈액을 모두 채혈 하는 것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장 등 모든 혈액의 성분이 포함된다. 전혈의 경우 1회에 400ml 를 채혈한다. 성분 헌혈은 동량을 채혈한 후, 혈소판과 혈장 등 성분을 분리해 낸 후, 적혈구와 백혈구 등은 다시 수혈을 방식이다. 성분 헌혈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80분 정도 소요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성분 헌혈의 경우 적혈구와 백혈구 등을 돌려주기 때문에, 달리기에 영향을 주는 기간은 48시간 정도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 전혈만 했는데, 마라톤을 생각한다면 성분 헌혈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헌혈을 할 때 사용하는 주사기 바늘의 굵기는 16~18G(게이지)이다. 게이지 숫자가 클수록 얇은 바늘이다.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예방 접종이나 약물 투약용 주사기 바늘은 21~23G 이고, 인슐린용 바늘은 28~30G 이다. 헌혈할 때 사용되는 주사기의 바늘은 굵기 때문에 바늘을 꽂을 때 좀 아프다. 이 바늘 굵기 때문에 헌혈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헌혈 바늘이 굵은 이유는 적혈구가 파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채혈을 하고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사를 맞을 때 느껴지는 통증은 바늘 자체보다는 주입되는 약물에 의한 경우가 많다. 주입되는 약물이 없는 헌혈은 바늘을 꼽을 때만 통증이 있고, 그 이후의 통증은 미미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자의 경우 하루에 약 40ml의 새로운 피가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이것을 조혈(造血)이라고 하는데, 400ml의 헌혈을 한 경우에는 헌혈로 빠져나간 혈액이 헌혈전의 상태로 돌아갈 때 까지는 약 10일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혈할 때는 혈액을 400ml 이외에도 검사용으로 혈액을 조금 더 채혈한다. 인체는 개개인의 신체 상태에 따라 조혈 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조금 여유기간을 두면 헌혈한 혈액이 완전히 보충되는 데는 보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헌혈을 하면 안내문을 주는데, 안내문에는 헌혈을 하고 나서 주의해야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과격한 신체 움직임과 사우나 찜질 등을 하지 말고, 음주도 피하는 것을 권한다. 그 외에, 헌혈 1시간 이내에는 흡연금지, 1~2시간 내에는 운전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헌혈 당일에는 헌혈 전후에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식사도 충분히 해야 한다.

헌혈을 한 후 혈액이 완전히 보충되기 전까지는 달리기를 하면 확연히 지구력 저하를 느끼는 기간이 있다. 아마도 완전히 혈액이 헌혈 전 상태로 되는 기간과 비슷할 것 같다. 헌혈 후 무리한 운동은 신체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마라톤과 헌혈을 모두 하고 싶다면 헌혈 후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 달리기를 쉬는 것이 좋고, 달리더라도 평소 보다 천천히 달리는 것이 좋으며, 평소에 보다 달리는 거리를 줄이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헌혈과 마라톤 대회는 2주 이상의 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마라톤의 경우에는 카보로딩 등을 통한 체력을 보강한 후 달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 헌혈을 하고 며칠 후에 달린다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얼마 전에 헌혈 이벤트가 있어서, 예정에 없던 헌혈을 하고 3일 후에 하프 대회를 달리게 되었다. 부산에서 하는 바다 마라톤 대회였다.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가서 일요일 아침에 달리는 강행군이었다. 하프를 달리는데 초반에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10km 이후에서 급격한 체력 저하를 느꼈다. 기록도 평상시보다 안 좋았다. 다른 변수도 있었지만, 헌혈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하프 후반부에 체력의 한계를 느낀 것 같다..

헌혈의 조건과 주의할 점
헌혈은 나의 건강한 혈액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헌혈된 혈액은 수혈용으로 사용되는데, 수혈은 대부분 환자 등 신체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혈액을 요구 한다. 그래서, 헌혈은 전자 문진표 검사와 간단한 건강 검사를 한 후 진행된다. 헌혈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 만으로도 건강한 신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헌혈을 하려면 남자는 체중이 50kg 이상, 여자는 45kg 이상이 되어야 하고, 전혈의 경우 16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혈압은 수축기 90~179, 이완기 100미만이 되어야 한다. 맥박은 50~100사이여야 한다. 혈액비중이 1.053이상(혈색소 12.5g/dL)이 돼야 한다. 혈색소(血色素)는 헤모글로빈(Hämoglobin) 양을 말하는데, 이 혈색소가 10g/dL 미만이 되면 빈혈로 보고 철분제를 처방한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 혈색소가 12.5g/dL 미만이 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격렬한 운동인 마라톤을 한다면 종종 발생한다. 의사에게 마라톤을 하는데, 혈색소가 떨어질 수 있냐고 물으니,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철분 소비가 많아져서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주일에 3~4회 10km~20km 달리는 정도인데, 그걸 과격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나요?” 라고 다시 물었더니, 그 정도로 달리면 운동량이 많은 편이고, 철분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006년 거의 매일 달리기를 했는데, 한번은10km 대회에 참가하고, 집으로 오던 중 헌혈의 집이 보여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평소에 하던 대로 헌혈을 하려고 했는데, 혈색소가 11.85g/dL이 나와서 헌혈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통상 보름 정도 기간이 지난 후 다시 헌혈 적합성을 확인하고 헌혈을 할 수 있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경우, 2~3주 달리기를 멈추면 10% 정도의 헤모글로빈이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달리기를 완전히 멈추지는 않고 달리는 양을 줄인 후 보름 후에 다시 가서 헌혈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혈색소 감소를 보강하려면 철분 보충이 가능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혈압과 마라톤
마라톤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혈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운동성 고혈압이라는것이 존재한다. 한번은 헌혈을 하려고 헌혈의 집에 갔더니 혈압이 147-93 이 나왔다. 헌혈을 하려면, 혈압은 수축기 90~179, 이완기 100미만이 되어야 가능하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이다.

[혈압 분류표
[혈압 분류표

간호사가 혈압약을 복용 중이냐고 묻길래 혈압 약을 먹지 않는다고 했더니, 헌혈이 가능하다고 했다. 혈압 약을 복용하는 상태에서 혈압이 그 상태이면 헌혈이 불가능하나, 혈압 약을 먹지 않는 경우라면 헌혈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혈압은 심장의 박동에 의해 좌우된다. 심장의 역할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이다. 심장이 수축을 하면서 압력을 일으켜 혈액이 심장에서 몸을 순환하게 된다. 이러한 혈액의 이동으로 동맥에 가해지는 압력이 혈압(Blood pressure)이다.

가장 최근에 자신의 혈압을 측정해본 적이 언제인가? 요즘 동네 병원, 주민센터 심지어는 은행 등에서도 쉽게 자동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기구를 만날 수 있다. 고혈압은 심장마비나 뇌졸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하니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신의 평상시 혈압을 자주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혈압은 스스로 인지 하기 힘들며, 이러한 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것은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가정용 혈압측정기를 하나 보유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앞서 말한 147-93 중 147은 수축기, 즉 심장이 피를 밀어낼 때 혈압을 측정한 숫자이며, 93은 이완기의 숫자이다.

휴대용 가능한 손목형 혈압 측정 장치
휴대용 가능한 손목형 혈압 측정 장치

수축기와 이완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심장은 몸에 피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하여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심장이 수축할 때 피를 밀어 내어 몸으로 보낸다. 이때 동맥의 혈압이 가장 높아진다. 이 수축기 동안의 혈압을 수축기 혈압이라고 한다. 젊은 남성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축기 혈압은 약 110∼120mmHg, 젊은 여성은 10∼20mmHg 정도 낮다. 수축이 끝난 후 이완하는 과정에서는 혈압이 줄어들면서 가장 낮아진다. 이때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이 높게 나와서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집에 있는 가정용 혈압계로 아침에 일어 난 후 다시 확인하여 보니 128-83 이 나온다, 몇 분 후 한번 더 측정해보니 117-79 가 나온다. 아마도 헌혈의 집까지 빠르게 걸어가고, 혈압을 측정하기 전에 과자와 음료수를 먹어서 높게 나왔을 수 있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최소 5~10분 정도를 경과한 후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측정하기 전에 걷거나, 식사를 했거나,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도 혈압은 변한다. 그래서 혈압은 한번의 측정보다는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평균값을 내보는 것이 좋다.가장 좋은 것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 10분 정도 경과한 후 측정을 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은 혈압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고 많은 의사들이 고혈압 환장들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권한다. 그런데, 흔히 "마라톤하면 혈압은 문제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꾸준히 마라톤을 하는 즐기는 이들 중에 "운동성 고혈압"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운동성 고혈압이란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나, 달리기 등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이 운동으로 인한 일반 상승인 180∼190mmHg 정도를 벗어나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높게 올라가는 경우에는 260∼270mmHg까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운동성 고혈압의 경우 몇 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평상시 고혈압으로 진행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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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리면서, 또는 달린 직 후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인지하기 힘들며, 인지한다 해도 마라톤을 하니까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쉽지는 않지만, 마라톤을 꾸준히 하더라도 몸 상태를 계속해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라톤과 사점
마라톤을 할 때는 몸에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에너지를 만든다. 달릴 때는 몸은 계속해서 산소를 필요로 하고, 심장은 산소를 혈액을 통하여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혈액을 산소로 필요로 하는 몸 구석 구석에 보내는 과정에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다.

날씨가 겨울로 들어가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심장혈관이 좁아지는데, 마라톤 같은 격렬한 운동은 심근경색을 야기할 수도 있다.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달리기를 할 경우, 몸은 가슴과 배의 통증, 현기증 등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이러한 심근경색의 신호를 ‘러너스 하이’나 근육에 피로 물질인 젖산이 쌓여 가슴이나 배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사점(死點)’ 등으로 착각하기 쉽다.

사점이란 달리기 시작하고 초반부에 숨이 차며 약간의 고통, 즉 신체가 운동에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느끼게 되는데, 이때 극단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달리는 속도가 평소 보다 빠르면 더 빨리 사점에 도달한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페이스로 달릴 경우에는 사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달리는 사람들은 동감하겠지만,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자료를 동호회나 SNS 등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타인의 기록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경쟁이 되고, 기록에 민감하게 되고, 조금 무리를 하면서 조금씩 빠르게 달리려고 한다. 분명히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나친 경쟁심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참고로, 러너스 하이는 힘들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힘이 전혀 들지 않고, 구름 위를 달리는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 가슴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 초보자는 사점을 경험할 만큼 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마라톤의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장의 경고 신호와 사점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마라톤 대회에 참석을 하면 출발 전에 경기에 흥을 돋구는 사회자가 있다. 그 사회자가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으니, 아무리 많은 경험이 있는 마라토너라도 달리다 심장이 아프거나 기타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절대로 계속 달리지 말고, 즉시 달리기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사실 큰 대회에서는 달리다 보면 무리한 달리기를 해서인지, 안타까운 부상자가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라톤 대회 후 하는 헌혈의 문제점
2006년 마라톤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동아마라톤에 도전하여 완주를 하였다. 완주를 한 후 일주일 정도를 운동을 쉬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시기가 되었고,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해서 헌혈을 하러 갔는데, 다행히 혈색소가 12.8g/dL 이 나와서 무난히 헌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발생했다. 헌혈 후 일주일정도 지나면 헌혈을 한 혈액으로 검사를 해서 결과치를 보내주는데, 바이러스, 간염, 매독, 말라리아 등 의 결과는 모두 정상인데, 딱 하나 정상치를 벗어난 것이 있었다.

ALT. 45IU/L 이하가 되야 정상이고, 늘 8~20정도가 나왔는데, 66IU/L이 나왔다. 무려 21IU/L 초과, 정상치보다 46.7%가 높게 나온 것이다. ALT란 간, 신장, 심장, 근육에 있는 효소로 간에 가장 많은 양이 존재하고, 바이러스나 약물 등에 의해 간세포가 손상 받는 경우 증가하기 때문에 간 질환의 지표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과체중, 지방간, 과격한 운동이나 음주 등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내문에는 "1개월후 가까운 혈액원이나 헌혈의 집에서 상담 및 재검을 받으시길 바라며, ALT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헌혈을 보류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헌혈한 혈액은 폐기 되었다고 한다. 혈액을 폐기하게 된 이유는 마라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마라톤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운동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 2주 정도는 헌혈을 하지 않아야 마라톤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한 후에는 2주 정도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철분을 보충한 후, 헌혈을 하는 것이 좋다.

헌혈 100회, 또 하나의 목표 달성.
얼마 전에 헌혈을 100회를 달성했다. 해외에 있었던 때도 있었고, 마라톤을 시작 하고서는 일정 조율 때문에 헌혈을 정기적으로 못하는 때도 있었으나, 그래도 매년 5회 정도의 헌혈을 꾸준히 한 것이다. 헌혈은 한번에 400ml 씩 하므로 100회 헌혈은 40,000ml. 즉, 40리터를 한 것이다.

헌혈 100회 기념 포장증
헌혈 100회 기념 포장증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몸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혈압 약이나 당뇨 약 등 약물 복용을 하지 않아야 하고, 수술이나 스켈링, 부황 등을 한 후는 일정기간 동안 헌혈을 할 수 없다. 즉, 정말 양질의 혈액만이 헌혈이 가능하다.

헌혈을 30회 하면 은장, 50회 하면 금장을 준다. 그리고, 100회를 하면 명예장을 준다. 성분 헌혈의 경우 15일 마다 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한다면 일년에 24회가 가능하며, 4년 2개월이면 100회가 가능하다. 필자는 전혈만 했기 때문에 100회를 하는데 22년이 걸렸다. 헌혈도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할 생각이다.

해외 헌혈 경험담
우리나라에서는 헌혈을 여러 번 하면서, 외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헌혈을 진행하는지 궁금했었다. 캐나다에서 일 년여를 생활한 적이 있는데, 캐나다에서 헌혈을 어찌 진행하는지 궁금했다.그래서, CBS... Canadian Blood Service 에 가서 헌혈을 경험해 보았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이 헌혈을 하려면 일본 내에서 거주 1년이상이 되야 헌혈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캐나다는 특별히 의무 거주 기간에 대한 것은 없다고 한다. 아마도, 이민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 것 같다.

우선국내와 마찬가지로 채혈을 하기 전에 신분증과 자기 주소, 우편번호를 물어서 본인임을 확인한다.이러한 신분 확인 절차를 중간 중간에 세 번이나 더 한다. 그리고, 헌혈이 가능한지 헤모글로빈 테스트를 진행한다.

검사가 완료되어 헌혈이 가능한 몸 상태이면, 문진표 한 장을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몸 상태를 확인하기 전에 컴퓨터로 전자 문진을 먼저 하는데, 캐나다는 종이로 진행한다. 내용은 국내 문진과 대동소이하다. 몸 상태, 약물 투여 유무, 최근 수술 유무 등이다.

캐나다 헌혈의 집에서 사용하는 문진표
캐나다 헌혈의 집에서 사용하는 문진표

그리고,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면서, 설문지와 비슷한 유형의 질문이 간호사와 문답식으로 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체온도 측정한다. 특이한 것은 캐나다의 간호사들은 채혈, 혈압, 채혈을 할 때마다 새로운 1회용 고무 장갑을 사용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헌혈자의 몸을 만질 때 마다 새 장갑을 사용한다.

캐나다에서 헌혈 할 때 모습
캐나다에서 헌혈 할 때 모습

사진에 간호사의 파란 장갑이 1회용 장갑이다. 모든 간호사가 헌혈자의 몸에 손 델 때 마다 새로운 장갑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헌혈을 할 때 간호사들이 맨손으로 채혈을 진행한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헌혈을 하러 헌혈의 집에 갔을 때, 간호사들이 맨손으로 채혈을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캐나다처럼 1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한 적이 한때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갑을 끼는 것에 대하여 상호 감염의 위험이 적으므로 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내 몸이 더러워서 장갑을 끼고 채혈을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별도의 헌혈 증명서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혈을 한 혈액의 양 만큼을 필요로 할 때 무료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캐나다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헌혈 증명서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헌혈을 했다고 해서 무료 수혈은 불가능 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헌혈은, 헌혈 증명서로 수혈을 받을 수 있으니, 헌혈(獻血) 아닌 저혈(貯血)이나 적혈(積血)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싶다.

건강을 위한 마라톤
마라톤은 분명히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몸에 많은 부담을 주는 운동이기도 하다. 준비 과정 없이 무리하게 달린다면, 무릎, 발목, 발바닥 등에 문제를 줄 수 있고, 심장에도 많은 부담을 준다. 그러므로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에는 걷기 운동부터 시작해서 3~5km 를 쉬지 안고 걸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든 다음, 가벼운 달리기를 시작하고, 점점 거리를 늘이고, 속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과체중인 경우에는 3~4개월 걷기로 체중을 조절하면서 다리근육을 강화한 후 마라톤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장거리를 달리면 정상적인 성장에 차질이 올 수 있으므로 11세 이하는 3㎞, 12∼13세는 5㎞, 14∼16세는 10㎞ 이하로 뛰는 것을 권장하니 참고 하기 바란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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