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까지 기획안과 목차 만드는 작업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제는 그 동안 갈고 다듬은 기획안을 출판사에 보낼 시간이다. 다음은 한 기획사 출신 출판사 ‘그리고책’의 출간 문의 양식이다.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여기에 첨부하는 기획안에는 시장 조사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페이지의 오른쪽을 보면 태그(Tags)가 보이는데 출판사에서는 블로그로 책을 홍보할 때는 태그,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홍보할 때는 해시태그(#)를 사용하여 검색될 수 있도록 책을 홍보하게 된다. 자신이 쓰려는 책의 검색어로 어떤 것이 적당할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좋다.

내가 쓰려는 책의 출판사 리스트 업 하기
필자가 재직중인 성안당은 책의 종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적 인문서부터 전문서까지 다양한 책을 만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인문서를 만들 때 어느 교수의 “M 사랑 일했을 때는 이러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는 “이 여행서 기획안을 여러 출판사에 보내봤는데 러브콜을 두 번 이상 받았다” “왜 여행서를 성안당이랑 계약하냐는 주변의 의견이 있었다” 등의 말도 들어봤다. 그만큼 계약을 담당한 편집자를 믿고 계약했다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출판사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기획안은 절대 한 출판사에만 보내지 않는다. 자신이 쓰려는 책의 주제를 가장 잘 소화해 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획안을 공들여 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해당 분야의 출판사를 리스트 업 해 보는 일이다.

교육 분야의 전문 출판사, 요리 분야의 전문 출판사, 어학 분야의 전문 출판사, IT 분야의 전문 출판사 등. 이 가운데 자신이 쓰려는 책의 분야에 가장 유사한 책이나 잘 만든 출판사를 집중 공략하여 기획안을 제출한다.

또 출판사의 규모가 자신의 책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 출판사 규모보다는 편집자를 믿고 책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책을 처음 써보는 독자라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해당 분야의 출판사에 두루 기획안을 보내 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피드백 받기
올해 초 한 기획안에 대한 답을 메일로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구체적으로 기획안 탈락의 이유를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글이라면 자신 있다는 한 여학생이었는데 여행 기획안이었으나 컨셉이 명확하지 않았다. 시장 조사와 쓰려는 주제에 대한 생각이 빈약하다고 느껴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한 대학생 팀의 마케팅 공모전 우승기는 초고는 완성되어 있었으나 편집자의 컨셉에 맞게 글을 고치려는 의사가 전혀 없어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더라도 실제 출판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출판사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저자가 갑이고 주연이고 편집자는 을이며 조연이다. 주연으로 성공하려면 감독이나 연출가의 의견, 시청자의 의견도 귀담아듣고 노력을 해야 하듯이 시장에 대해 객관적인,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 출판 아이템을 판단하는 출판사의 피드백을 잘 수렴하는 것이 좋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 출판사에서 거절 당했다고 해서 낙담하지 말고 다른 출판사에도 기획안을 복수로 지원해 결과를 기다려 보기 바란다. 그 가운데 러브콜이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예 거절 당하더라도 이유를 듣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원고를 객관화하고 내 원고의 컨셉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해 더 좋은 원고가 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혜란 hrcho@cyber.co.kr 10여 년 동안 IT 매거진 분야에서 PC월드 기자, PC라인 수석 기자, 프로그램세계 편집장을 역임했고 연세대학교 공학대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베스트북 실장으로 '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입학관리과에 입사했다. 2014년부터 성안당에 입사해 현재는 부장으로서 IT 전문서, 각종 번역서 외에도 자기계발서, 마케팅, 회계, 실용서 등 다양한 책들의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