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경력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있어 경력의 고점은 일반적으로 CFO 또는 CEO 이다. CEO가 되는 경우도 CFO를 거친 후에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재무경력의 정점은 CFO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CFO 후보로 볼 수 있는가? 당연히, 재무회계나 재무기획 분야의 중간직급, 즉 재무회계 직무분야의 과장, 차장, 부장들을 첫 번째 후보로 본다. 재무분야의 실무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이들 중에서 좋은 CFO가 배출되는 경우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야말로 실무에서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고’, ‘눈 감고도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경력의 고점에 이르는 CFO로 오르는 계단에서는 주춤하는 것일까? 주된 이유는 재무분야 종사자들이 일반적으로 얘기하듯 소위 상위 경력에 대한 도전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승진정신이 약하다는 것과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는 같았을 수도 있으나 현재에는 분명히 다르다. 무슨 엉뚱한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재무경력자들이 의외로 전문직무로서 자신의 경력고점인 CFO직에 대한 도전정신이 불명확하고 이를 위한 본질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 온 실무역량이 장애물이 된다.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좋은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일단 직위 또는 승진이라는 직급체계적 사고에 갇혀있거나, 실무만큼은 자신 있다는 실무중심적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CFO가 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개별적인 실무사안들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를 볼 수도 있어야 하고, 개별 경험 이상의 원론적 깊이나 통찰도 있어야 한다. 물론, 실전에서의 경험은 언제나 필수적이다. 더불어, 재무, 회계 지식과 경험에 국한된 기초역량을 넘어서 소위 전략적 시각과 협상력 그리고 다양한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과 같은 레버리지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좋은’ 실무역량과 경험이 있어서 맡겨만 주면 CFO 역할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더 필요하고 더 갖추어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 간과하기 쉽다. 스타트업의 경우도 이미 2000년대 벤처 붐을 경험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많아서 과거와 같이 닥쳐서 준비하고 배워가면서 하는 시기에서 점점 더 사전에 준비하고 맡겨지면 제대로 해내야 하는 시기로 바뀌었다.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어느 정도 경력에서 자기개발과 발전을 마무리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분들도 어렵지 않게 접한다. 이승엽은 홈런을 잘 칠 때, 박세리는 골프를 잘 칠 때만이 그들의 핵심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재무경력의 정점은 핵심을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것을 잘 할 때 어쩌면 의외의 기회들이 주어진다. 뒤늦은 석사나 박사 학위든 아니면 다른 자격증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CFO는 재무에 특화 한 집중된 역량과 노력이 근본이고 다른 요소는 이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요소이다. CFO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재무역량의 핵심과 유리되거나 주객이 전도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CFO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CFO는 기초역량(Foundation)과 레버리지 역량(Leverage) 그리고 글로벌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기초역량은 재무, 회계에 관련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것으로서 CFO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능력이다. 반면, 레버리지 역량은 전략적 사고와 혁신 마인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변화관리 등 사업에 관한 능력과 팀워크, 코칭, 리더쉽 등 대인관계에 관한 능력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CFO는 스스로 기초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레버리지 역량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개인적으로 개발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 결과는 어느 면에서는 전통적인 CFO의 경력개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력개발에서는 기초능력으로 전문적 회계업무의 습득에서 시작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다. 이러한 실무적, 기술적 측면의 역량개발에만 매몰되다 보니 CFO에게 요구되는 사업적 마인드 및 대인관계 능력의 개발과 노력에 대한 불균형이 생긴다.

어떤 CFO도 모든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 한 가지 역량을 쌓는데도 오랜 세월이 걸린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잡아 꾸준히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CFO의 선택가능 한 대안에 현상유지는 없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현재의 역량이 영원히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경력자들에게 이것은 조직목표와 조직체계 내에서의 숙명적인 개인과제가 될 것이다. 성공하면 명실상부하게 성공한 CFO가 되는 것이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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