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사진예술작가 구성수의 ‘포토제닉 드로잉'

발행일시 : 2016-12-21 00:00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사진예술작가 구성수의 ‘포토제닉 드로잉'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많은 이는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을 찍은 사진파일 한 개 정도는 핸드폰에 저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사진은 기억을 불러오고, 추억을 되살리며 서로 감정을 공유하려는 감성적 정서의 매개체로 여겨진다. 더욱이 모바일폰의 사진기술이 첨단화되면서 우리들은 더 많은 기억과 추억을 마음속에 또는 기계 속에 저장하려고 앞 다투어 사진 찍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에 감정을 이입하는 일은 아주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이 되고 있다.

예술의 한 장르로서 ‘사진’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일반인들의 사진 찍기 행태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일깨우기 위해 피사체를 대상으로 한 가장 보편적인 촬영 형태를 벗어나 차별화된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촬영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담론과 철학적 메시지를 서술적 혹은 서사적 메타포를 함유한 이미지들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사진 한 장이 성경이나 불경과 같은 삶의 가르침을 담은 가장 이상적인 텍스트에 버금가는 예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사진 한 장에도 감동받고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작가 구성수는 이런 점에서 치열하게 사진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 시도한 작가로서 평가할 수 있다. 사진역사에서 획기적인 기술인 은판사진법, 즉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을 개발한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와 비슷한 시기에 경쟁한 과학자 겸 식물학자 윌리엄 헨리 폭스 톨벗(William Henry Fox Talbot)은 빛에 대한 연구를 사진술 발명으로 확대시켰다. 톨벗은 1835년 종이를 사용해서 외부의 풍경을 재현하는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이라는 사진술을 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질산화물 용액에 담군 질산은 종이가 태양 광선을 받는 부분만 어둡게 변한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포토제닉 드로잉은 기술적 발명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신비를 푼 열쇠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진이지만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품이지만 도감이나 표본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카멜레온 같은 속성이 ‘빛으로 그린 그림’, 즉 포토제닉 드로잉 속에 숨어 있다.

톨벗의 포토제닉드 로잉 <톨벗의 포토제닉드 로잉>

그러나 구성수 작가의 ‘포토제닉 드로잉’은 톨벗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톨벗이 추구한 대상의 본질적 재현이 아니라 기록성을 뛰어넘은 예술사진으로서의 조형성을 추구하고 실천하려는 작가의 의지와 실험 정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등 서로 다른 세 가지 매체가 혼합되어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인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드로잉 에 초점을 맞추어 찍는 사진에서 벗어나 카메라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과학적인 요소가 포함된 기록사진의 틀에서 벗어나 카메라라는 기계를 붓처럼 사용하여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작품을 만듦으로써 ‘예술사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시켰다. 구성수 작가는 사진기술의 답습이나 유사한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톨벗이 ‘포토제닉 드로잉’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려는 도전과 실험정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에게 있어 ‘포토제닉 드로잉’은 물리적인 사진기술이 아니라 그의 예술가적 정신의 밑거름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찰흙에 그가 직접 채집한 다양한 야생화를 조형적으로 배치한 다음 고무판으로 눌러 음각을 만들고 이 위에 석고 시멘트를 부어 굳힌 다음 양각의 부조를 만든 후 채색하여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조각과 회화 그리고 사진이 결합한 이 작품들은 비로소 복제성을 비롯해 사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그대로 간직한 채 회화와 조각의 기운을 드러내며 새로운 사진 이미지로 탄생한다. 디지털 시대에 다소 복잡한 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 작품의 유의미성은 회화적 감성의 조형과 조각의 디테일을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방법론적 접근은 예술과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대형카메라를 통하여 기록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획득하려 했던 작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엔젤트럼펫,  570X770mm, Color print, 2012 <엔젤트럼펫, 570X770mm, Color print, 2012>

구성수 작가의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는 유구한 시간을 화석화한 단단한 식물 이미지로 시간의 흔적이 녹아든 공간이며,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는 역사성을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의 예술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실천한 연속물로서 조각과 회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진의 복제성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사진의 본질이 기록성과 예술성 그리고 리얼리티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 시리즈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가능성일 것이다. 즉 사진의 장점인 복제성과 크기의 변화 그리고 진실을 담는 기계적인 시각과 극사실의 디테일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시각화 하여 대중에게 사진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꿀풀, 570X770mm, Color print, 2011 <꿀풀, 570X770mm, Color print, 2011>

사진작가 구성수는 1970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사진전공을 수료하였다. 199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으며 미국의 폴게티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다음작가상’과 ‘일우사진상’을 수상하였으며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가 독일의 핫체칸츠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사진과 조각, 회화를 아우르는 그의 사진 작업은 사진의 본질과 그가 가진 예술의 지향점을 복제 사진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작가의 초기 작품인 ‘서른살 아내’ 시리즈 중 8점을 소장한 폴게티 뮤지엄 책임큐레이터 주리 켈러는 ‘거대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상을 포착한 19세기 아우구스트 잔더의 철학과 방법론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해석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 설치장면 <포토제닉 드로잉 시리즈 설치장면>

배미애 geog37@nate.com 갤러리이배 및 이베아트랩 대표, 전 영국 사우스햄톤대학교 연구원 및 부산대학교 연구교수. 지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원 생활을 오랫동안 하였다. 직업에서 배우는 성찰적 태도에 깊이 공감하면서 평소 미술작품과의 막역한 인연으로 50세에 정년에 구애 받지 않는 새로운 직업으로 갤러리스트를 택했다. 미술사의 맥락을 짚어가며 일년에 약 10번의 전시를 기획하며 주로 우리나라의 보석 같은 작가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차세대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신진 작가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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