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아니고, 온 가족과 함께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캔버라에 익숙해지고 난 후 주말이 무료할 때가 종종 있었다. 캔버라는 수도이기는 하지만 인구는 40만에 미치지 못하고, 현대적인 도시라서 구 도시를 걷는 낭만이나 이색적인 멋은 찾아보기 힘들다.

캔버라의 명소를 꼽으라면 주로 국회의사당, 여러 박물관, 벌리 그리핀 인공호수, 대사관 거리, 티드빈 빌라(Tidbinbilla)나 코터 댐(Cotter dam) 등 많은 자연보호지구 등이 있다. 부시 캐피탈(Bush Capital)이라는 도시의 별명답게 한 쪽은 모던, 다른 쪽은 자연으로 나뉘어 있다.

어쩔 때는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은 느낌의 단조롭고 지루한 면이 있는 캔버라에 비해 3시간 거리의 시드니는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명소라는 점에서 언제나 방문하고픈 1순위 호주의 도시일 것이다

캔버라에서 시드니로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나 비행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3시간 거리의 시드니까지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낫다. 머레이즈(Murrays)나 그레이하운드(Greyhound) 버스가 있는데, 머레이가 운행시간이 많아서 예약을 굳이 안해도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정 좌석제가 아니다. 오는 순서대로 줄을 서서 각자 원하는 좌석에 앉는 식이다. 시드니까지 3시간 거리라서 따로 휴계소와 같은 시설을 들르지 않는다.

고속 버스 왕복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약한 다음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이랑 함께 있어 걷는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움직일 수 있는 시드니 중심부에 있는 호텔을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다. 그 전에 일일 관광 버스의 출발지를 확인해서 그곳과 가장 가까운 호텔을 택했다. 보통 여행지에 따라 아침 7시부터 일정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 아이를 위해 근처 호텔 예약은 필수.

우리는 첫날 세계 자연 유산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s), 둘째 날은 모래 사막 포트 스테판(Port Stephens)을 둘러보았고, 마지막 날은 아이와 함께 시드니 시티를 중심으로 여기 저기를 발길 닿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걸어다녔다. 시드니 관광지를 검색하면 오페라 하우스, 달링하버, 본다이 비치와 함께 이들 근거리 유명 명소가 항상 등장한다.

블루 마운틴은 슬픈 전설이 있는 세 자매봉과 푸른 색으로 유명하다. 그중 애보리진의 전설에 따르면 세 자매가 이웃 부족의 삼 형제와 사랑에 빠졌으나 결혼이 허락되지 않자 삼 형제가 전쟁을 일으켰고, 마법사가 그녀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돌로 만들었지만 전쟁에서 그 마법사가 죽으면서 주문을 풀 수 없어 영원히 바위로 남았다는 얘기다. 이외에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케이블카와 아찔한 경사의 궤도열차는 블루 마우틴에서 체험해도 좋은 즐길거리다.

포트 스테판은 사막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호주의 땅은 내륙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흙의 색이 붉게 변하고, 호주의 사막은 우리의 상상과는 다른 작은 관목들과 풀 그리고 개발이 무의미한 거친 땅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포트 스테판은 모래 사막과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보드를 타고 모래 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람선을 타고 나가면 가까운 바다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 모래 사막은 규모는 작지만 정상에 서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의 경사도를 자랑하고, 모래가 곱디 고와 샌드 보딩은 눈썰매만큼 재밌다.

시드니 시티 지역은 달링하버와 서큘러 키 사이를 중심으로 핫스팟이 많다. 항구를 끼고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 현대식 고층빌딩, 아름다운 문양의 전통 빌딩이 조화롭다. 바다에는 규모가 다양한 유람선 및 군함을 볼 수 있고 앞이 탁트인 깊고 넓은 바다와 이와 맞닿은 하늘까지 세계적인 미항의 모습을 고루 갖추었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관광객이 너무 많다는 것. 트램 문제로 예닐곱 명에게 질문을 했지만 모두 현지인이 아니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옅은 금색 타일 지붕이라 햇빛의 방향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유람선을 타고 가면 오페라 하우스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시드니 여행에서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서 체험 전시 중인 VR 기기로 바깥 모습 전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를 투어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우리는 시간상 하지 못했다.

볼 것이 너무 많아 고민하던 차 ‘무료 관광’이라는 피켓을 들거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 주변에 많은 관광객이 모인 것을 보고 따라 나섰다. 알고 봤더니 시드니 시티를 알차게 둘러볼 절호의 찬스였다. 유명 관광 명소가 아닌 시드니 시티의 이면을 관광객에서 2시간 동안 설명하고 알려주면서 팁을 받는 개인 관광 프로그램이었다.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있어, 이 개인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알차게 시드니를 관광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무료는 아니었고, 맨 마지막에 원하는 대로 그들에게 팁을 주는 방식이었다. 5달러, 10달러, 20달러 등 원하는 대로 지불하면 되는데, 만족하지 않으면 안 내도 된다. 사실 안내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가이드는 목이 쉬도록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안내했기 때문에 팁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캔버라와 같은 내륙 지방에서 오래 있다 보니 바다가 그리워지는 날이 많았다. 첫 시드니 여행에서 본다이 비치를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두 번째 여행으로 이 부분을 해소했다. 첫 인상은 해운대와 비슷했다. 해운대처럼 고운 백사장에, 서핑족들과 태닝족들이 가득한 자유로운 분위기의 본다이 비치. 무엇보다 이곳은 겹겹의 푸른 빛깔이 너무 고와 본다이 비치의 유명세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본다이 비치에 맛집이 많다는 소릴 들었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맞은 편에 위치한 한 피쉬앤칩스 가게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정육 식당처럼 신선한 생선을 파는 생선 가게이면서 동시에 피쉬앤칩스 가게인 곳. 이곳의 피쉬앤칩스가 호주에서 맛본 최고의 맛이었다. 우리처럼 엄지를 치켜세우는 손님들이 많았다.

자유여행도 좋지만 시간 여유가 없다면, 여행사의 일일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드니 근교를 둘러 보면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현지인 개인 가이드의 투어도 참여하면 멋지고 알찬 시드니 여행이 될 것이다.

장윤정 eyjangnz@gmail.com 컴퓨터 전문지,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기자로, 기획자로 10여년 간 일했다. 현재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아이와 함께 머물면서, 두 번째로 로컬처럼 살아보는 중이다. I AM 수행과 명상하는 삶을 추구한다.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의 이야기와 그들의 세계관,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곳의 하늘과 구름, 별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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