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이 지난 21일 전원회의에서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과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퀄컴은 공정위가 발표한 결정 내용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판단 논리가 부실하다는 게 이유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 WCDMA, LTE 등과 관련하여 국제 표준화기구 ITU․ETSI 등에 FRAND 확약을 선언한 표준필수특허(SEP)의 보유자이자 동시에 모뎀칩셋을 제조·판매하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로서 FRAND 확약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FRAND 확약은 SEP보유자가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약속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 모뎀칩셋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칩셋 공급을 볼모로 FRAND 확약을 우회하여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했다는 게 근거다.

또한 휴대폰 제조업체에게 포괄적 라이선스만을 제공하면서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한편, 휴대폰사 특허를 자신에게 무상 라이선스하게 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상기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13일 퀄컴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올해 7월 이후 동의의결 심의 포함, 총 7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심층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이번 건에 대해 공정위 측은 “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칩셋 시장에서 독점력을 강화하고자 경쟁사인 칩셋 제조사에게는 라이선스를 거절하면서, 휴대폰사에게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해 온 퀄컴의 부당한 비지니스 모델을 공정위가 최초로 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퀄컴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퀄컴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퀄컴에 대한 과거 공정위 조사에서 검토되었으나 문제되지 않았던 라이선스 관행들에 대한 것으로서, 전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결코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결정에 관한 보다 상세한 내용들은 공정위 의결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과거 사례에서는 의결서가 나오기까지 통상 4개월에서 6개월 가량 소요됐다고 주장했다. 즉, 공정위 결정은 의결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퀄컴은 향후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서울고등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퀄컴은 과징금 액수 및 그 산정방식에 관하여도 법원에서 다툴 예정이다. 다만 퀄컴은 의결서가 나온 뒤 60일이내에 과징금을 일단 납부해야 하고, 그 과징금에 관한 조정 및 환급은 소송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퀄컴은 공정위가 발표한 결정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의 측면에서 모두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보장된 ‘적법절차에 관한 미국기업들의 권리’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경쟁법 위반 판단의 논리가 정연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경쟁을 제한하였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칩사들 간의 경쟁 및 휴대폰사들 간의 경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기업들에게 보장되어 있는 절차상의 보호조치들을 적용하지 않은 결과라는 게 근거다. 즉, 증거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심의기일에서의 반대신문에 대한 권리 등을 적용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

수십 년간 이동통신산업 전반에 걸쳐, 그리고 주요 특허 보유자들인 삼성, LG와 같은 한국기업들 및 ETRI와 같은 한국정부기관 등 사이에서 널리 인정되어 오던 확고한 라이선싱 관행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라는 게 퀄컴의 주장이다.

또한. 원천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산업 내에서 공유하도록 촉진하는 기반을 약화시킬뿐더러, 한국시장의 규모에 비추어 근거도 없고 합리적 관련성도 없는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토로했다.

퀄컴 돈 로젠버그 총괄부사장 및 법무총괄은 “퀄컴은 공정위의 이번 판단결과가 사실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제적 현실을 무시한 것이며, 나아가 경쟁법의 근본적인 원칙들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며, “이번 결정이 퀄컴이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의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내려졌다는 점에 대해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퀄컴은 모바일 원천기술에 막대한 R&D 투자를 해왔고 휴대폰사들을 포함한 다수의 사업자들에게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이동통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익이 대폭 증진되었으며, 모바일 생태계의 모든 단계에서 경쟁이 촉진되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로젠버그 총괄부사장 및 법무총괄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적법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하였지만 거부당했다. 이러한 권리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기업들에게 응당 보장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러한 기본적인 절차상의 보호조치들마저 그 적용을 거부했다”며, “퀄컴은 철저하게 증거를 분석하고, 경쟁법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고등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퀄컴의 올해 회계연도에 한국에서 판매된 휴대폰과 관련해 퀄컴이 수취한 로열티는 해당 기간의 전체 퀄컴 라이선스 수입의 3%에도 미치지 않는다. 공정위 의결서가 다른 국가에서 부여된 지식재산권 또는 한국 외에서의 기업활동을 규제하려 한다면 그만큼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 원칙과 직접적인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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