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주택 건축도 이와 같다. 좋은 설계가 있어야 좋은 집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주택 설계를 찾으려면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보통은 자신이 선호하는 건축 디자인 사례를 보기 위해 문헌 조사를 한다. 인터넷을 뒤지고 잡지책을 뒤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례의 출처를 찾아 문의를 한다. 그리고는 묻는다. 얼마면 이런 설계를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과연 설계비의 적정수준은 얼마일까?”

이 시장에 주택건축 설계비의 지급 요율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즉, 부르는 게 값이다. 규모가 있는 건물의 설계는 설계비 산출 근거 내역이 작성되는 것이 기본이라서 이해가 쉽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주택 건축 시장의 설계비는 천차만별이다. 가깝게는 거의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디자인도 즐비하고 평당 10만원, 12만원, 15만원, 20만원...100만원 이상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가격대가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 상식의 기준에서 본다면 가격이 올라갈수록 품질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가 체험해 본 바로는 가격과 설계의 품질이 정비례하지는 않았다. 고액의 설계비를 받으면서도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역시 싼 게 비지 떡이구나’ 느끼게 해준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니 고민스러웠다. 결국 “설계의 적정성 검토를 누군가 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단순히 건축주의 정서적 만족을 시켜줄 수 있는 설계를 넘어 보편적인 시각에서 ‘좋은 설계. 시공과 품질관리, 무엇보다 정해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진행이 가능한, 이른바 다각적 검토의 기준을 통과한 설계’여야 참된 의미의 좋은 설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시나리오는 헐리우드 실정에 맞아야 하고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시나리오는 한국 실정에 맞아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현실에서의 실행을 전제로 한 기획이 뒷받침되어 주지 못한다면 상용화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다 보니 예산 그 이상의 설계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사양은 같은데 자재 가격은 제 각각일까?

“이케아처럼 집을 짓자!” 친친디가 건축주의 직영공사를 도와주는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각종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건축주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건축비를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길 원하는 ‘셀프 바람’에 대한 호감일까? 장기 불황의 여파로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내 집을 짓고 싶어하는 건축주는 물론, 시공업자와의 분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건축주, 작품성을 강조한 도면 때문에 결국 설계비를 포기하고 친친디를 찾은 건축주, 땅은 구입했으나 건축자금이 부족한데 방법이 없겠냐고 친친디의 문을 두드린 건축주까지 참으로 다채로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친친디 문을 두드린 건축 파트너가 있었으니 바로 자재 업체들의 대표였다.

사실, 시공 인건비는 거기서 거기다. 주택 시장은 고급 기술자와 중급 기술자, 하급 기술자를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유명세를 타는 일부를 제외하고 이윤의 폭이나 인건비 또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동일 사양이라면 건축비도 같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복불복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축주라면 누구나 자신이 짓는 집에 대한 실행 원가를 알고 싶어한다. 자재비와 인건비의 실행단가를 알 수 있다면 자신과 일하는 시공사가 적정한 비용을 제시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자재라고 하더라도 누가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시장 구조를 알아보겠다.

다음은 현장 소장에게 일임하여 자재 구입을 할 경우에 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통상 현장 소장은 거래업체를 잘 바꾸지 않는다. 건축주가 인터넷 최저가를 발견하고 신나서 제보해도 시큰둥하기 일수이다.

단골 업체와의 관계에서 얻는 혜택들 중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첫째, 해당 업체와 소장의 미정산금이다. 통상적으로 미수금이 깔려있는 경우 건축주에게 지급받은 자재 구입 비용의 일부는 아직 갚지 못한 외상 대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금 100%로 구입하면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외상대금으로 갚는 만큼 또 일정 부분에 대해 외상거래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그 가격적인 불이익은 고스란히 다음 건축주가 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건축주는 이 사정을 알기 어렵다. 견적서 상에는 이미 이러한 상황이 감안된 절대 금액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방서 상에 지정된 자재를 단골업체에서 모두 취급하지는 않기에 유사 품목으로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이 경우에 차액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배경을 알리 없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소장이 추천하는 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백 마진이다. 통상 자재 대금에 이윤을 녹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건축이라는 것이 하다 보면 속칭 까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곳 저곳에 안전장치를 심어놓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분야가 바로 자재 단가다. 건축주에게 제시하는 단가표와 그들이 실제 거래하는 단가표가 다르다. 전자세금계산서를 필수로 발행하는 대형 자재상의 경우는 참으로 껄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 푼 두 푼이 누적되면 세금 포탈의 여지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골 소장이 부탁하는데 안 해줄 수도 없고, 해주자니 찝찝하고. 아이러니하다. 매출이 발생하면 소장과 약속한 백마진을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 오픈하고 이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니 떳떳하기가 어렵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실제 판매 가능한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도매상은 소매상과 다르게 일반 고객을 일일이 응대할 수 있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놓지 않는다. 자재 구매요청서에 기재된 품목을 기준으로 재고 물량의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즉, 그때 그때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업체와 투명하게 거래하려면 전문가의 손으로 작성된 자재 발주서가 필요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실행을 전제로 전문가가 물량을 산출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발주목록을 작성하여 자재업체에 발주한다면 자재업체 입장에서는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할인의 폭을 더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자재별로 마진율이 다르기 때문에 집을 짓는데 필요한 품목을 패키지로 구매하되 물량의 규모가 된다면 당연히 기존 단가보다 할인된 금액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금거래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한편으로 보면 자재의 물량산출과 견적 산출에 곤란함을 겪던 빌더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주와 괜한 밀고 당기기를 할 필요 없이 주어진 조건에서 일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O2O 시장에서 현실화될 수 있도록 관련업계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동분서주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더 이상 아름아름 이라는 단어가 발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디지털은 전자세무의 활성화를 가져왔고 결국, 현금 거래를 하던 기존의 시장은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는 전자상거래가 근간이 되는 투명한 집짓기 시장의 전성시대를 열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이들은 승리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 갈 것이다. 그래서 이 시장은 희망적이다. 건축주와 시공업자가 서로 상생하려면 시대의 순리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택시장에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서동원 contentsm@naver.com 주택건축관리 전문기업 ‘친친디’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 엠드라마타운의 대표, 주택문화칼럼니스트, 주택기획가로 활동중이다. 양평 모던엣홈, 양평 친친디 콘셉트 하우스, 산청의 봄, 유휴채 등의 주택모델을 기획, 개발 및 사업관리를 총괄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 파트너 선정부터 집짓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주택오픈마켓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2017년에는 건축주와 건축파트너들이 상생할 수 있는 투명한 집짓기 온라인 플랫폼인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집짓기 엑스파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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