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의 기록

발행일시 : 17-01-04 00:00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의 기록

우리는,
우리의 삶은,
특별한 어느 순간들의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지고, 또한 기록된다.
기록은 더 큰 기록을 낳고, 그것은 역사를 만든다.

고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이 있다. 이 사진집은 사진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헌 책방을 그렇게 돌아다니도록 만든 주인공이다. 이 책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소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윤미네 집’ 사진집은 고 전몽각 교수의 큰 딸인 윤미가 태어나 시집을 가는 날까지 26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그 당시 소박했던 살림과 평범했던 가족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의 모습이라는 점 외에는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평범한 사진과 그 이야기를 우리는 왜 그토록 원하고 그리워하는 것일까. 왜 이 사진집을 보며 감성에 젖고 오랜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 하는가. 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그토록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가. 필자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고 전몽각 교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다.

고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 사진집의 한 장면 <고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 사진집의 한 장면>

우리는 특별함을 늘 추구한다. 자신 또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가 남들과 다르기를 바라며, 그럼으로써 그것이 특별하기를 갈망한다. 특별함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보통과 다르게 구별되다.”라는 의미이다. 명품 핸드백이나, 한정판으로 나온 무언가를 구입할 때 많은 비용을 쓰는 것도 특별함에 대한 욕구와 기대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특별함을 원하는 것일까. 특별함은 다른 의미로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얻지 못한) 낯선 것이자 색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고, 그로부터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관심으로 조금 더 알고 싶어하며, 물건일 경우에는 소유하고 싶은 욕구까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다른 무언가와 차별되는 부분(특이성) 때문에 특별함으로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도 특별함으로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자.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반대로 별다른 특이성이 없어도 무언가에 대해서 우리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특별함의 의미를 사전적인 의미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정의를 해보면, 특별함은 “내 마음을 통해서 보통과 다르게 구별되다.”이다. 단순히 구별된다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결론적으로 내 마음에 들어야 그것이 특별함이 된다는 의미이며, 우리는 이러한 의미로 무언가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가정하자. 생전 처음 가본 유럽은 그 풍경의 순간, 순간이 새롭고 낯설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하며, 한편으로 걱정과 떨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자, 질문을 던져보겠다. 모든 풍경이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 왔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곳, 낯선 곳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특별한 순간과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내 가슴의 한 장소에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반대로, 아주 평범했던 풍경이 때로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언젠가 매일 지나치는 길에서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있는 가. 매일 지는 태양의 풍경이 때로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처럼 무언가가 특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마음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매일 지나는 길에서 만난 사랑의 단풍잎 <매일 지나는 길에서 만난 사랑의 단풍잎 >

우리는 특별함을 느낄 때 분명 무언가를 한다. 사진을 통해서 그 순간을 남기기도 하며, 그림, 텍스트를 통해서 기록을 남긴다. 그런데 우리는 특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 그것이 특별한 것일까.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특별한 존재가 언제 어떻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존재는 특별하다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무언가 마음에 들어서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미 없이 누른 셔터가 남긴 사진이 나중에 특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물론 철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의미 없이 바라본 무언가도 무의식 속에서 나타난 의도(원함)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사진이 마음의 프레임이라고 늘 말한다. 찍는 순간, 그리고 다시 보는 순간에 내 마음과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많은 요소들과 그것의 연결이 마음과 일치해야 그 사진은 내게 특별함이 되는 것이다. 사진에서 먼저 중요한 것은 기록에 남겼다는 그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의 존재 이유를 만들면 된다. 그것은 왜 내가 이 사진을 찍었는지 나의 감정과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나의 비전을 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의 기록은 단순하게 눈에 보여진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남겼다는 것으로 기록 그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다.

프레임이 모여 삶의 이야기를 만든다 / 삿뽀로, 2016 <프레임이 모여 삶의 이야기를 만든다 / 삿뽀로, 2016>

‘윤미네 집’ 사진집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이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핸드폰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지 상대방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윤미네 집이 과연 카메라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상황에서 오는 보통과 다름 때문일까. 물론 작게나마 그것은 특별함으로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윤미네 집이 특별한 사진집인 이유는 ‘남겼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며, 그것을 지속적으로 남겨 연결고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사진집으로 엮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도 평범한 한 순간의 사진들이 모여 한 가정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며, 곧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진들을 보고 감성에 젖고,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기록과 그것의 반복이다. ‘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저자 김범진’이란 책에는 “반복은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는 말이 있다. 반복되는 무언가를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졌을 때 그리고 그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때, 사진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프레임 속의 각각의 요소들의 관계성을 통해서 우리는 언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특별했는지를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추억할 수 있고, 그 사진들이 모이면 그것은 결국 나의 삶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시간이 갈수록 더욱이 가치가 생기지 않을까. 바로 ‘윤미네 집’ 사진집처럼, 평범함에서 오는 특별함을 사진으로 만들어보자.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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