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2~4일 동안 세계 최강자들을 상대로 30전 무패를 기록한 복면기왕 마스터(Master) 9단의 정체는 알파고였다.
마스터를 상대로 최초 승리시 10만위안(약 17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온라인바둑사이트 한큐바둑에서 진행한 이번 이벤트에서 Master 9단은 한·중·일을 대표하는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30전 전승을 기록하는 놀라운 기력을 뽐냈다.
Master는 한큐바둑에 접속하기 전 타이젬에서도 30판 전승을 일궈내 알파고의 전체전적은 60전 60승이다.

첫날과 이틀날 한국의 박정환 9단을 비록해 중국의 커제 9단, 일본의 이야마유타 등 각국의 프로바둑 1인자가 나섰으나 모두 패했다. 20국의 모든 기보에서 마스터 9단은 초반부터 가볍게 집의 우위를 점하고 끝날 때까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큐바둑은 "마스터 9단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당초 이틀 20국으로 기획된 이벤트였지만 바둑팬들의 요청에 따라 하루가 더 연장됐다.
마스터 9단은 3일째 대국에서 대만의 저우쥔신, 중국의 녜웨이핑, 창하오, 구리, 판팅위, 황윈쑹, 저우루이양, 한국의 순실박, 카운트다운 등의 기사들이 초대됐다. 승리는 당연히 마스터 9단의 몫이었다.
30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뒤 Master 9단의 복면이 벗겨졌고, 바둑 팬들의 예상대로 주인공은 알파고였다.
이벤트 직후 구글의 딥마인드 팀은 "우리는 며칠 동안 Magister와 Master라는 아이디로 한국과 중국의 바둑사이트에서 새로운 프로토 타입 버전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60연승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올해안에 각국 바둑협회와 협의하여 공식적인 이벤트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알파고의 정체를 밝혔다.
박영훈 9단은 대국후 "초반 80여 수까지 실수 없이 바둑을 두었는데 형세판단을 해보니 집으로 밀려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두터움이란 추상적인 개념까지도 정확하게 집으로 포착하고 분류해내니 이제는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국 기사들중 가장 승리에 근접할 정도로 반면운영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안성준 7단역시, "알파고는 모든 판을 압도적으로 이겨간다. 전에 4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 외에는 이긴사람이 나올지...?"라며 알파고의 우위를 인정했다.
이번 이벤트 결과를 놓고, '알파고는 기존 바둑의 정석이 인간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는 게 바둑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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