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혈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한 끝에 `슈펙트`를 개발했다. 사진=일약약품 제공
일양약품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혈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한 끝에 `슈펙트`를 개발했다. 사진=일약약품 제공

국내 중견제약사인 일양약품은 지난해 7월 창립 70주년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하지만 이에 앞선 2월에는 더 큰 경사가 있었다. 국산 신약 18호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1차 치료제로 출시된 것이다.

1946년 문을 연 일양약품은 1986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후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착수했다. 그 첫 성과는 국산 신약 14호인 항궤양제 `놀텍정(성분명 일라프라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놀텍정은 2015년 151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11월까지 164억원 실적을 달성했다.

놀텍정 개발 후 일양약품은 항암제 중 백혈병 치료제에 집중했다. 항암제가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인 만큼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2003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신약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개발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후보물질을 발굴하며 한창 신약을 개발하던 2004년 실험실 내 반응기에서 불이 났다. 소화기를 사용하면 실험물질을 다시 사용할 수 없어 그동안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지만 연구원들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로 불을 껐다.

이후 일양약품 연구원들은 화재로 없어진 신약 후보물질을 되살리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이렇게 가까스로 재탄생한 이 물질은 일양약품 만성 골수성 백혈병 신약의 511번째 후보물질이었고, 이 물질이 결국 슈펙트 탄생으로 이어졌다.

일양약품 본사.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일양약품 본사. 사진=넥스트데일리 DB

후보물질이 도출되면서 연구는 탄력을 받았다. 개발 5년 만인 2008년 전임상연구를 끝내면서 본격적인 임상연구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는 돈이 문제였다. 막대한 자금이 지속적으로 소요되는 신약개발 과정에 다시 먹구름이 낀 것.

이 때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평소 R&D를 중요시하는 그는 사재 30억원가량을 출연해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등 과감한 결정으로 임상연구를 지원했다. 연구원들이 개발비용을 아끼기 위해 개인 인맥까지 동원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신약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실에 감명해 정 회장 스스로 열성을 보인 것이다.

일양약품은 연구 당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정도언 회장의 지원 아래 슈펙트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소 전경.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일양약품은 연구 당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정도언 회장의 지원 아래 슈펙트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소 전경.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이런 노력의 결실이 바로 슈펙트다. 슈펙트는 2상 임상연구가 끝난 2012년 백혈병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 2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일양약품은 3차 임상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결국 2015년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 새로 진단받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도 처방이 가능해졌다.

슈펙트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인 백혈병 치료신약이다. 그만큼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학술행사 중 하나인 미국혈액학회(ASH)에서도 슈펙트의 3상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슈펙트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뉴질랜드·호주·싱가포르 등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콜롬비아 제약기업 바이오파스와 2200만달러(약 260억원) 규모 기술수출 및 완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파스는 콜롬비아를 포함한 멕시코·에콰도르·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9개국에서 10년간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각 국가로의 수출은 별도 협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바이오파스 외에도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으로의 수출계약도 완료했다. 중국에서는 고우시 정부와 함께 설립한 `양주일양 유한공사`를 통해 신약판매 및 기술이전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황재용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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