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잠시 외출을 해보니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번 달 28일이 설날이니 이제 얼굴이 빨개지도록 추워질 때도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추울 때는 더운 날씨가 그립고 더울 때는 추운 날씨가 그립고 사람은 언제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있나 보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는 당연히 눈이 내리고 설날에는 찬바람에 꽁꽁 언 두 손에 선물을 들고 고향집을 방문하는 모습을 모범 답안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해외 여행을 연중 행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남반구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캐롤을 부르는 사람도 있고, 설날 연휴를 기회 삼아 따뜻한 나라로 가족 단위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다.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민족마다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 가까운 태국만 하더라도 송크란(Songkran)이라고 부르는 새해 맞이 축제가 있다. 아열대 기후 지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날이 추울 리는 만무하고 심지어 태국력에 따르면 가장 더운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4월13일부터 15일까지가 우리 말로 하면 설날 연휴인 데, 이 시기에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물축제’가 열린다. 한국에서도 8월 즈음에 이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축제가 신촌 지역에서 열리는 데, 관심 있는 분들은 참석해 보시길.

송크란의 기원은 불교가 융성한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불상을 물로 씻고 불탑을 정비하면서집 대청소를 하고 어른들의 손에 물을 부어 주는 정화 의식에서 발전했다고 한다. 아마도 더운 지역이라서 새로운 해에는 시원하게 지내라는 의미도 지닌 듯하다. 이 시기에 태국 등지를 방문하면 불상 옆에 물을 준비하여 기간 내내 불상에 물을 부어주는 것을 볼 수 있고, 사찰을 방문하면 승려들이 방문객에서 물을 뿌려 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요즘은 물축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져서 매해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이 몰려서 가히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가 되었다. 종교와 상관 없이 누구나 이 기간에는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며 정화하는 행동을 하는 데, 이제는 졍화 의식이라기 보다는 단지 물을 뿌리며 노는 행사가 되어 버렸다. 인천공항에 가면 물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배낭에 물총을 챙겨서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물총은 메이드인 코리아가 최고라며… 이 시기에 실롬(Silom) 지역에 가면 아예 길을 모두 막아 버리고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은 채 길에서 물총을 들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 BTS 살라댕(Saladeang)역으로 올라가면 실론 거리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가끔 소방차까지 동원되어 물을 뿌리고 길에는 거의 풀파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생각이 되는 데,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절대로 승려들에게는 물을 뿌리면 안 된다. 간혹 술에 취해 승려들에게도 물을 뿌리는 관광객들이 있는 데, 승려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 간혹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행사는 태국인들에게는 밤낮 없이 지속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밤에 교통 사고가 많이 일어 난다. 너무 늦은 밤에는 보행보다는 목적지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좋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려고 한껏 차려 입고 나왔는 데, 물에 쫄딱 젖은 채로 식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 물을 피하려면 실롬 지역보다는 시암(Siam) 지역으로 가면 된다. 젊은 친구들이라면 밤에 클럽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입장료를 두둑히 내고 들어 가야 하는 유명 파티보다는 로컬 클럽에 가는 것을 권한다. 실내에 모든 장비에 비닐을 덥고 물을 뿌리며 노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축제 형태 보다 좀 더 오리지널리티를 보고 싶다면 방콕보다는 치앙마이나 수코타이를 권한다. 방콕에서의 축제는 마치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 있어 필자는 개인적으로 조용한 송크란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시기에 사찰 방문은 필수임을 잊지 않도록.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모두가 다르다. 춥고 더운 날씨, 다양한 종교, 지역 특성에 따른 음식, 산과바다에 의한 특성 등 모두 다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 어느 지역이든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리는 마음은 같다. 새해 맞이라는 것이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일년에 한번 주변을 둘러 보게 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 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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