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는 깃발을 드는 사람이다. 깃발을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확히 알고 드는 창업가도 많고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드는 창업가도 많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방법이 된다니까 그냥 드는 경우도 있다.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되니까 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창업 CEO는 깃발을 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깃발은 구심점이 된다. 깃발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깃발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르게 된다. 이것이 깃발의 힘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수십 번 수백 번 머리 속에 사업을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퇴근 후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털어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 만의 세상 속에서 구상을 키워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여기까지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남의 아이디어는 '좋다'고 한번 해보라고 부담 없이 격려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사업구상을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사소한 문제에서 아주 큰 문제까지 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깃발을 드는 사람은 있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자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자신이 창업가로 태어나서도 아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이유는 단 하나이다. 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구현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루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타트업 CEO가 창업의 깃발을 드는 핵심이유이다. 즉, 사업의 깃발을 들어 새로운 사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세상에 공표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스타트업 CEO이다.

스타트업 CEO와 달리 스타트업 CFO는 스스로 사업의 깃발을 드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사업적 가치로 제일 먼저 알아보고 함께하는 사람이 스타트업 CFO이다. 그 깃발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고 함께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깃발을 든 CEO의 사업과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함께 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이를 함께 이루어보고 싶은 사람이다. 깃발의 사업적 가치와 이를 통해 구현될 재무적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깃발이 향하는 목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현실적인 전략으로 풀어나가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CFO는 전략가이어야 한다. 스타트업 CFO는 CEO의 목표를 재무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CFO는 CEO의 목표를 가치에 근거하여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즉, 스타트업 CFO는 이를 이룰 전략가이어야 한다.

전략가로서 스타트업 CFO의 핵심은 무엇인가? 잠재적 목표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첫 번째이다. 대부분 막연한 가치를 말할 때 스타트업 CFO는 구체적인 가치를 추정할 수 있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현실화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인 길을 찾는 것, 이것이 전략이다. 스타트업 CFO는 재무적으로 구체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수단은 명백하다. 한 손에는 CEO의 사업 아이디어 혹은 사업모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미래의 잠재적 기업가치를 들고 길을 찾아야 한다. 전체 목표전략과 이를 이루어 나가는 단계적 전략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사업모델과 미래가치를 양 손에 들고 시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자본시장에서 길을 찾아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단계별 목표가치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 둘 다 변수이다. 시장은 항상 움직이고 변한다. 심지어 전략을 세우는 그 시간에도 변한다.

내부사정도 마찬가지이다. 단계별 목표를 달성했을 때만이 전략적 진전이 가능하다. 만일 현 단계 목표달성을 실패했다면 전략적 단계는 그 단계를 넘지 못한다. 이렇듯 내부사정과 외부사정 모두 변수이다. 항상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이는 상황을 유연하게 반영하는 전략적 반응과 대응이 중요하다. 사업전략과 재무전략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서 움직여야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재무전략이 사업전략을 이끌기도 한다. 사업적 리더십보다 재무적 리더십이 더 중요한 경우가 빈번히 나타난다. 이럴 때 스타트업 CFO는 전략가로서의 역량과 리더십을 최대한 발휘하여 CEO를 지원하고 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실행과 운용이 중요하다. 경직된 전략은 스타트업과 맞지 않는다. 스타트업 CF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명확히 하면서도 움직이는 자본시장과 내부사정을 유연하게 결합시켜 나가는 것이다. 즉, 변화에 잘 대처하면서도 가고자 하는 목표를 잃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시장과 상황의 변화로 사업모델을 수정하거나 바꾸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CFO는 언제나 큰 틀에서 전략적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한 재무전략을 제시하여 CEO의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스타트업 CFO는 단순 회계 담당자나 실무자가 아니다. 전략적 재무경영의 최고 책임자이다. 궁극적으로 전략가이다. 전략가의 핵심은 목표와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목표에 도달하는 재무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목표와 비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며 시장과 자신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전략가로서 스타트업 CFO는 목표에 대해 누구보다도 구체적이어야 하고 시장과 상황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스타트업은 거창한 꿈을 가진 오합지졸이 되기 십상이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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