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게임하는 거 아니라고 배웠는데, 학교에서 게임을 시키니까 황당했어요.”

마인크래프트로 영어수업을 하고 나서 5학년 여학생이 내게 한 말이다. 나는 “컴퓨터로 게임하면 재밌잖아.” “손으로 쓸 때랑, 컴퓨터랑 쓸 때랑 뇌가 다른 식으로 되잖아.” 라고 답하며 다시 물었다. “마인크래프트로 단어를 쓰면, 공책에 쓸 때보다 단어가 더 잘 외워질까?” 학생은 “네.”라고 말하며, “한 글자씩 써야 되잖아요.” 라고 말했다. 물론 “놀아야 돼. 많이 놀게 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초통령이 변했다. 이제 마인크래프트(이하 마크)를 모르는 초등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마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나 역시 마크를 인지를 했으나, 유치원생 아들이 마크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마크와 가상현실(VR)이 접목된다는 영상과 마크 캐릭터를 3D 프린터로 뽑고, 마크에 인공지능(AI)이 적용된다는 기사를 보며 더해졌다.

마인크래프트는 모장(Mojang)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기본적으로 마크 세계는 우리 세계와 닮았다. 단지 하루가 20분이라는 것, 해가 떨어지면 좀비가 나와서 공격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 마인크래프트는 에듀버전이라는 형식으로 컴퓨터로 할 수 있거나, PE 버전(Personal Edition)으로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마크PE 버전을 수업에 활용했다. 컴퓨터실이 아닌 교실에서도 스마트 패드로 마크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크PE 버전은 최대 5대까지 같은 맵에서 동시 접속이 된다. 이 때문에 학급을 5조로 나눠서 조별로 활동하면, 한 반이 하나의 맵에 같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고, 미러링(스마트 디바이스 화면을 TV에 비춰주는) 장비를 활용하면 쉽게 발표가 가능하다.

처음에 학생들이 마크를 좋아해서, 마크에 나온 캐릭터를 3D프린터로 뽑아서 수업에 활용하려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이런 것보다는 실제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마크가 백배 낫죠.”나 “요즘은 소프트웨어 시대라 바로 하는 것이 낫죠.”와 같이 긍정적으로 말하는 학생들, “그런데 오히려 수업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라며 게임을 활용하는 것을 걱정하는 학생도 있었다.

(3D 프린터로 뽑은 마크 요원들, 영어 시간 인사하기 수업 때 활용했다.)
(3D 프린터로 뽑은 마크 요원들, 영어 시간 인사하기 수업 때 활용했다.)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1교시. 아침부터 아이들 눈에서 피로감이 보인다. 이 때 마크 활용 수업은 빛을 발했다. 영어 쓰기 시간, 원래는 영어 단어 찾기 퍼즐 수업을 하려고 했지만, 마크로 영어 단어를 써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20분 동안 책에 있는 쓰기를 진행한 후, '영어 단어 찾기(크로스 워드)' 퍼즐 학습지를 나눠줬다.

(한 학생은 마크를 쓰고, 다른 학생들은 학습지에서 단어를 찾고 있다.)
(한 학생은 마크를 쓰고, 다른 학생들은 학습지에서 단어를 찾고 있다.)

조별 학생 중 어느 친구 한 명이라도 단어를 다 찾으면, 자유 활동이라고 말했다. "자유!!" "마크!!" 이 말에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피로했던 눈빛은 어디가고,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마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단어를 찾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되어 자신이 공부를 하는 것도 모른 채 수업활동에 집중했다.

마크를 수업에 활용할 때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별히 마크는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을 사용하게 한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언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사용되지만, 마크로 영어 단어 공부를 하니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으로 언어를 기억해서 학생들이 영어 단어를 더 잘 기억하였다.

2016년 4월 11일. 마크를 활용한 영어 쓰기 수업을 처음 시작한 날이다. 학생들에게 마크 5대가 연동되어 실행중인 스마트 디바이스를 나눠줬다. 학생들에게 조별로 개인 번호를 정하라고 했다. 각 조별로 1번 어린이가 내가 제시한 단어를 마크 블록으로 만들라고 했다. 처음 단어는 Korean. 원래 집을 만드는 블록이지만, 위에서 보면 단어로 보인다. 가장 먼저 단어를 쓴 학생이 속한 조가 그 영어 단어 게임에서 이긴다. 학생들이 익숙해져서 쉽게 하니, 각 철자별로 색을 다르게 해서 만들게 했다.

(마크 벽돌을 이어서 korean을 적었다.)
(마크 벽돌을 이어서 korean을 적었다.)

학생들은 다른 조의 스마트패드에 있는 단어를 서로 보면서 즐겁게 참여했다. 스마트패드로 마크를 하니 학생들의 공동작업이 가능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이미 마크 경험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영어 단어에 들어있는 알파벳에 집중하며, 마크로 단어를 만드니 더욱 잘 기억하게 되었다. 수업 중에 마크 세상에 밤이 왔다. 학생들은 모닥불을 피우거나 발광석 벽돌을 이용해서 단어를 적었다. (이런 돌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이 학생은 밤이 되니 발광석(스스로 빛나는 돌)을 이용해서 글자를 적는다.)
(이 학생은 밤이 되니 발광석(스스로 빛나는 돌)을 이용해서 글자를 적는다.)

어느 순간이 되니 학생들이 매우 잘했다. 그 과정에서 마크는 잘했지만, 영어 단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단어를 잘 외우게 되었다. 이 점이 이 수업에서 가장 의도한 부분이었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어쩌면 현재 없는 직업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미래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회 곳곳에 미리 보이는 현상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작은 스마트패드에서 마크를 하며 영어 단어를 배우지만, 자신의 몸보다 큰 알파벳 단어를 가상에서 만들고 수업에 활용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미래의 아이들은 현실보다 가상에서 영어를 더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최만 choisuperman@gmail.com 초등학교 교사. 수요일밴드, 언어유희, 아이스스케이트, 회를 좋아한다. 박사과정에서 영국 교육철학을 공부하면서"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미래가 어떻게 올지 몰라서15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스룩 허브에 자료를 모아두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최만드림"을 운영한다. 삶을 오픈소스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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