ᅠ'집을 지으려다 십년을 늙는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집짓기 엑스파일>이라는 르포르타쥬의 집필을 위해 취재 과정에서 집 짓다가 십년만 늙은 게 아니라 건축주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극단적으로 자살에 이른 사안까지 접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건축주들이 건축과정에서 대출을 받게 되는데 건축과정에 분쟁이 생기고 시공업자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결국 현장이 서게 되면 그 상태에서 경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집을 지으려던 한 가정의 꿈이 무참히 짓밟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후 사회적 비용과 국가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하자분쟁소송전문 변호사는 이런 현장이 전국에 한 두 현장이 아니라고 했다.ᅠ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과 다가구 주택, 펜션, 별장 등의 신축공사에서 분쟁이 최근 들어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분쟁이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도면과 제대로 된 내역서 없이 계약하는 관행이다. 건축주의 대부분은 건축을 생애 처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어 고민을 해야 하는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우가 많다. 그 어려움이 더해지는 상황이 더 많다. 인허가용에 불과한 얇디얇은 도면을 기준으로 평당 단가와 사양만 기재된 계약서로 수 억 원에 이르는 주택 계약을 하는 사람들. 이것은 백지위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부가세를 발행하지 않는 편법으로 계약을 할 경우 그 피해의 위험도는 더 커진다.ᅠ

어떤 게임이든 보편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리고 관습처럼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규칙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왕초보 건축주 시절, 집짓기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이 바로 시공업자가 불투명하게 마진을 붙여 취하는 관습에 대한 것이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부당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하기에 건축주는 시공업자를 선정할 때 실질적으로 그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이윤을 남기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아마도 그 구조를 알게 되면 한 푼이라도 더 저렴하게 깎아달라고 요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바가지를 쓰고는 속이 상하고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그런 것일까?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갖게 되는 하나의 욕망과도 같은 이 부분은 계약을 하고 집을 짓고 완공이 된 후 입주에 이르러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욕망이 커질수록 시공업자를 선정하는 것도, 선정한 시공업자와 원활하게 일을 하는 것도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게 된다.

믿을만한 시공업자를 선정하고 계약서까지 쓰면 부딪힐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시공업자의 견적서를 보면 분명 '자재, 인건비, 공과잡비, 일반관리비, 기업 이윤' 이라는 항목이 있다. 평당 견적을 위주로 건축주가 원하는 단가에 맞추기 위해 견적서의 숫자들은 건축주가 원하는 숫자를 기준으로 귀납적으로 예산을 수립하는데서 문제가 파생된다. 그것은 저가 수주를 의미하기 때문이다.ᅠ

시공업자 입장에서는 일단 계약을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에 일반 관리비나 기업 이윤을 조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을 깎거나 맞추자고 달려들면 건축주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먼저 제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이윤 폭이기 때문이다. 항목을 삭제하거나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이상 줄일 데라곤 시공업자의 이윤 폭밖에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결국엔 '이렇게 큰돈을 쓰는데 이 정도 서비스도 못 해주냐며 깎아 달라' 조르게 되는 것이다.ᅠ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주택건축서비스는 ‘결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8개월까지 걸리는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리드하여 성과를 관리해나감으로써 결국 원하는 결과를 달성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ᅠ

자, 차분하게 한번 더 생각해보자.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그 목적이 아니고서는 이 일을 할 이유도, 목적도, 명분도 없다. 손해 보는 일을 하는 것은 본래 기업 운영의 취지와 맞지 않다. 서비스 차원의 영업비용 할인은 일정 부분 가능하겠지만, 그 선을 넘는 할인은 뭔가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시작하는 밑 빠진 독과 같다.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언젠가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때가 언제냐' 라는 점도 관건이다.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대처가 가능한 상황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피해의 정도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ᅠ

그렇다면 자신이 받은 견적서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또한 도면대로 시방대로 시공이 되는지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가 관건이다.ᅠ 시공업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대놓고 이야기해줄 것을 기대하지 말아라. 집짓기 사업의 최고책임자인 건축주로서 자격을 갖춰야하는데 그것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시작된다.ᅠ

먼저 자신이 지을 집에 대한 견적 산출 방법부터 깨우쳐야 한다. 견적을 산출하자면 기본적으로 도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볼 수 있어야 한다'가 아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표현한 것은 도면을 보고 면적 산출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이 과정은 설계를 맡은 건축사가 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비용 산정은 신중해야한다. 대부분의 건축사는 실전경험이 미비하다. 따라서 탁상공론이 될 여지가 없지 않다. 도면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량은 현장에서 실행하는 물량과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 건축을 한다는 전제로 보면 현장에서 재단이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버려지게 되는 로스 물량을 감안해야한다.ᅠ

자신의 도면을 건축으로 실행하는데 소요되는 원가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건축주가 할 수 있는 말은 "깎아주세요! 마진 좀 적게 드세요!" 읍소다. 물량이 제대로 산출되었는지 적정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축주라면 그에게 논리적인 자료가 주어진다 한들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둘의 소통은 잘될 리가 없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가 양보하기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시장은 시공업자만 주먹구구가 아니다. 건축주 역시 막무가내 주먹구구 스타일이 태반이다. 사실 시공업자 입장에서 보면 오로지 캐드 도면을 지급하고 제대로 된 물량산출 내역이나 시방없이 툭툭 던지듯 하는 비교 견적을 하는 만큼 만만한 건축주는 없다. 나중에 싸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 건축주가 원하는 견적서를 던져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그는 결국 평당 단가가 저렴한 곳과 외상 거래가 잘 되는 곳과 계약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이 단가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상대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그리고 그는 당신과 분쟁에 휩싸이는 걸 두려워 할 리 없다.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떠한가? 이 시장에서 건축주는 아마추어이고 그 상대는 프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ᅠ

프로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할 수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저가 수주를 한 시공업자라면 예상되는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무엇을 택하겠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자재단가에 이윤을 녹이는 방법이 대중적이다. 소매단가는 오픈이 되어있지만 도매단가는 누가 어떻게 어떤 결재구조로 구매를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마진이나 자재 바꿔치기와 같은 불법이 감행이라도 된다면 그 마진폭은 손실을 만회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부실공사로 임의시공, 변경시공으로 이어질 여지까지 발생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과연, 이 시장에 이 수많은 문제의 원인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ᅠ업자들만 탓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정보산업시대이다. 정보가 곧 권력이고, 힘이다. 공사의 마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관리용역을 담당하고 자재를 온라인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통해 직거래 할 수 있다면, 그 자재 관리 역시 전문가가 할 수 있어 시공을 담당하는 소장은 시공만 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섭외할 수 있다면 필자가 생각하기엔 최대 20%까지 공사비용을 줄 일 수 있다고 본다. 불투명한 시장에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다. 디지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집짓기 시장 역시 그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자 세무가 의무화되고 모든 것이 디지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살아남기 어렵다. 그리고,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 역시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자.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손해 보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다.

서동원 contentsm@naver.com 주택건축관리 전문기업 ‘친친디’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 엠드라마타운의 대표, 주택문화칼럼니스트, 주택기획가로 활동중이다. 양평 모던엣홈, 양평 친친디 콘셉트 하우스, 산청의 봄, 유휴채 등의 주택모델을 기획, 개발 및 사업관리를 총괄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 파트너 선정부터 집짓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주택오픈마켓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2017년에는 건축주와 건축파트너들이 상생할 수 있는 투명한 집짓기 온라인 플랫폼인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집짓기 엑스파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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