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 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쌀국수를 해준다. 숙주를 듬뿍 넣고 박하도 넣고 라임 짜 넣으니 제 맛이다. 라오스에 온 기념으로 찹쌀밥도 좀 먹었다.

방을 옮길 수 있냐고 물으니 11시전에 비는 방이 있으면 옮겨주겠단다.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쉬는데 누가 문을 확 연다. 청소하러 온 모양인데 노크도 없이 열더니 내가 누구냐고 물으니 대답도 없이 닫는다.

방을 옮겨놓고 호텔을 나오는데 툭툭기사가 호객을 시작한다. 어디어디어디 가잔다.

비엔티안 한바퀴 돌자고 유혹을 한다. 필요 없고 그냥 시내 갈거라 했더니 4만킵 달란다. 2킬로면 되는데 무시하고 돌아서니 금방 2만킵으로 내린다. 화폐단위가 적응이 안된다.

시내에서 내리는데 언제까지 기다릴까 물어본다. 2만킵이 왕복 요금이었 나보다. 호텔 비나 관광쪽으로는 오버프라이스인데 서민 물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다. 호텔로 안갈거니깐 아저씨 그냥 가시라 했다.
너무 좋아한다.

유명한 현지음식점으로 갔다. 학생들이 일하는 식당으로 유명하다. 들어가니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다.
직원들이 다들 학생이라더니 어리고 귀엽다.

파파야샐러드하고 찹쌀밥을 시켰다. 라오비어도 하나 시켰다. 라오스에선 라오비어다. 라오스식 그린파파야가 나오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집채만한 딱정벌레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앉아있다. 꺅 놀래서 직원한테 치워 달라고 했다. 메뉴를 다시 확인하니 비틀이 들어간 그린파파야샐러드를 시켰다. 비틀즈는 좋지만 비틀을 먹을 수는 없다. 딱정벌레치우고 가져온 파파야샐러드와 찹쌀밥을 먹었다. 제대로 된 찹쌀밥은 정말 맛있다. 소화도 잘된다. 자꾸 비틀이 떠올랐지만 애써 지우며 먹었다.

점심을 먹고 계산하는데 눈치가 보인다.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팁을 바라는 눈치다. 4년전만 해도 순박하던 사람들이 변했나싶다. 팁을 줄까 하다가 관뒀다. 노골적으로 바라니 더 주기가 싫다.

점심 먹고 나와서 길을 가는데 분위기 괜찮은 맛사지˜事보인다. 정원도 예쁘고 조용하고 깔끔하다. 일단 발 맛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중학생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발맛사지를 해주는데 안쓰럽다.

손이 어찌나 작은지 내 우람한 다리가 그 손에 부담스러워 보인다. 배도 부르고 발도 편해지니 괸광 모드로 변신해서 시사켓으로 갔다.

가는 길에 남푸를 지나가는데 예전에 갔던 빵집과 아침 먹던 카페가 그대로 있다. 한국여행사들이 내가 좋아하던 식당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전에 한적하던 곳이 한국말로 가득 차 있는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

시사켓은 예전에도 왔었는데 기억이 가물거린다.

화보 찍는 젊은 커플이 귀엽다.

내부는 복원중이다.

복원이 끝나면 볼만할 듯 싶다.

시사켓에서 나와서 호프라케오로 가려는데 왠 아저씨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한다. 한국아저씨들 5명이 아는 척을 한다. 친구끼리 왔단다.

호프라케우를 찾는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데 많이 헤맨 듯 보인다. 시사켓도 보라고 추천해드렸다. 60살이 넘으신 분들 같은데 배낭여행을 오셨단다. 꽃보다 할배 라오스편처럼 보인다. 12일동안 힘들게 다니셨는지 다들 지쳐 보인다.
지칠 일정이 아닌데 나이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길을 헤매고 다녀서인듯 싶기도 하다. 시사켓앞에서 호프라케오를 찾고 있는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길을 헤맸을 지 짐작이 간다. 내가 호프라케오로 가려고 하니깐 나를 따라오려고 한다. 시사켓도 중요한거니 보고 오라고 했다. 사원을 많이 봤다고 다들 투덜댄다. 그래도 비엠티안에서 두개는 중요한거니 보라고 하고 나는 호프라케오로 갔다.

호프라케오는 4년전에도 인상깊게 본거 라 기억이 난다. 초를 사서 불을 밝히고 절을 올렸다. 라오스 대표사원답게 규모도 크고 불상들이 볼만하다. 젊은 백인청년들이 불상을 보고 따라하기에 같이 사진 찍고 놀았다.

예전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던 탑이 기억나서 가보니 여전히 풀이 무성하다. 바로 앞에 운남식당이 있다.
버섯 요리도 땡기고 계란 사진이 유혹적이라 들어갔다. 대박 맛있다. 버섯은 역시 운남버섯이 최고다.

평이 좋은 맛사지가게로 갔다. 오랜만에 햇빛에 그을린 피부도 손질하고 어깨 하고 머리맛사지도 받을까 싶다. 그동안 발만 호강 시켜서 얼굴 하고 어깨한테 미안하다. 비타민C로 미백맛사지를 선택했다. 얼굴을 조물딱거리고 올리고 내리고 정신 없다. 비타민C는 뭘로 하냐고 물으니 종이팩을 꺼낸다. 일본에서 수입한거란다. 저녁마다 집에서 붙이기 쉬운 그 종이팩이다.

맛사지 받고 나오니 어느새 컴컴해졌다. 야시장으로 갔다. 야시장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예전에 먼지 풀풀 날리고 초라했던 야시장이 백배는 커지고 깔끔해졌다. 걷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났다.

드디어 친구들을 만나러 공항으로 갔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듯 설레인다. 아침부터 톡으로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받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기다리는 설레임은 보너스다. 내일부터는 중년 아줌마 4명이 함께 좌충우돌 라오스여행이다. 루앙프라방 기달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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