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낚을 수 있는 월척
학내 공모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접한 나는 공모전의 마력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기를 거부했다. 우연히 발견되는 정보가 아닌 본격적으로 웹사이트를 검색하여 정보사냥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몇 개의 전문 사이트를 교차 검색해서 마감임박 공모전부터 중장기 공모전의 알짜 정보를 습득한다.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률이 달라진다.

매일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이 쏟아져 나온다. 호기심에 한번 해볼까 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공모전은 백화점에 나열된 상품이다. 아이쇼핑하다가 우연히 눈을 끄는 공모전을 선택하고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상품들은 제각각 포장으로 사람들의 눈을 고정시키고 가지고 싶게 만든다. 또 어떤 것은 가격으로 모든 선택의 갈등을 잠재우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쇼핑의 초짜이다. 고수들은 보이는 정보들을 그대로 보지 않는다. 상품정보의 입력은 기초 작업이고 이를 분석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난이도와 승률을 분석하게 된다.

처음 공모전에 임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것이 공모전 공고 내용의 숙지였다. 여러 번 공모 취지부터 개요까지 공고내용을 읽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선진행한 공모전의 누적이 많은 기업들은 역대의 공모전 수상작들을 공개하여 어떠한 내용의 작품들이 선정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덕분에 과거 수상작들의 노하우를 볼 수 있고 주최사의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개요를 읽어도 주최사의 의도가 모호한 공모전도 있다. 당연히 문제를 잘 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개요 및 상세요강을 읽어도 요지를 뭉뚱그려서 브랜드 마케팅을 원하는 것인지 구체적 서비스의 창작을 원하는 것인지 실루엣이 보이지 않는 공모전도 많다.

때로는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를 이용하여 자사나 자사제품을 홍보 하는 기업도 있다. 이럴 때 나는 공모전 담당자를 찾는다. 직접 통화하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면 회사 분위기는 물론 공모전의 취지가 보인다. 의외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찾아보면 유용한 내용이나 사이트의 정보도 알려준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행운이 많이 따르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려니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수상작은 아이디어의 특별함이나 유용함이다. 주최사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을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의외로 월척을 낚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모전은 노력이다. 비교적 사전작업이 힘들지 않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낚을 수 있는 월척이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수많은 공모전이 진행되고 수많은 시상식이 진행된다. 그런데 시상식도 다 같은 포맷이 아니다. 회사와 구성원의 분위기에 따라 진행 과정과 분위기가 다르다. 상 받고 상금받는 절차에서 끝나는 시상식이 있는 반면 수상절차는 그냥 절차이고 기업과 사람을 만나고 대화가 있고 소통이 있어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고 연락이 수반되는 매개체가 되는 공모전이 있다.

나에게 이색적인 기억을 만나게 해준 공모전 중에 하나를 끄집어 내 본다. 수도권에서 전국의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수산시장의 대표인 노량진수산시장의 시장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당시 시장활성화라는 주제어에 어떻게 수산시장을 연결할지를 고민하다가 노량진 수산시장의 여러 가지 문제에 당면한 적이 있었다. 이에 다른 나라의 수산시장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짚어 보고 소비자들의 니즈 및 시장의 니즈를 접목하여 세분화 전략으로 시장 활성 아이디어를 제출하여 수상작으로 선택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공모전 시작 초기라 비교적 많은 공모전을 겪어 보진 못했지만 우선 편지로 수상자로 선정되었음과 시상식에 참여를 요청하였다. 전화 일색의 통보 방식에서 고운 한지종이를 사용한 편지로 시상식을 가이드 하여 만남이 기다려지게 하였다. 그리고 다른 점이 상을 받는 자리가 아닌 만남의 자리였다. 수상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아이디어에 대한 직간접적 의견과 바로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보완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계획을 세워 아이디어 구현을 진행할 것이란 말씀을 들었다. 이렇게 끝난 것이 아니라 시상식 참여자 모두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여 수산시장답게 해물탕, 회, 전복 등 수산물로 근사한 식사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자주 가시는 식당인 듯 서빙하시는 아주머니도 관계자분의 의사도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식탁이 아닌 밥상에 옹기종기 앉아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와 시상자끼리 또 관계자와의 대화의 시간이었다. 인간적으로 안면을 텄고 시장의 당면문제에 대한 토론이었고 아이디어의 구체화에 대한 토론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수첩을 든 기자가 참여 동기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며 취재수첩에 적기도 하여 꽤 인상에 남았었다.

시상식에서 자유로운 식사와 소통의 자리까지 이어져 회사와 구성원에 대한 생각과 지향 그리고 이미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곤 잊혀졌는데 신문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에 대한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그때 아이디어로 만났던 제안들을 포용할 수 있는 현대식건축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비록 상인들과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있지만 아이디어 제안을 통해 수도 서울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수산시장의 변신에 기여 했고 그때의 따뜻했던 식사와 사람들이 생각났다. 밖에서 보는 시장과 안에서 운영되는 시장의 속사정이 얼만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는 직접 관계자와 또 현재의 시장의 모습을 보고 그를 근거로 미래상을 제시하여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꽤 설레임을 가져다준다.

공모전은 신세계-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스폰서
나에게 공모전이란 앨리스가 경험하는 이상한 나라이다. 기존의 사회에서 따지는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 분야마다 새롭게 펼쳐진 세계는 나름대로 매력 있었고 새로운 장을 펼칠 때마다 나의 세계도 넓어진다. 이 세계에서는 성적도, 스펙도 필요없고 나이도 성별도 학력도 특별한 자격사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순수 아이디어 자체가 그대로 평가되어 존중받는다. 따라서 쭈뼛거릴 필요가 없다. 공모 개요에 충실한 전개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이디어란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는 선입견만 버리면 된다. 아이디어는 다르게 보는 눈이다. 평소에 보던 물체를 다른 방향으로 보면서 보이는 새로움을 잘 어필하면 된다. 보통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새로움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면 할 수 있다. 한번, 두 번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자연히 노하우가 쌓인다.

예를 들어 생물 분야의 모습으로 전자 분야의 모습을 바꿔 볼 수도 있다. 가능한 모든 생각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툴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타당성이 보이면 된다. 처음부터 어려운 시도를 하지 말고 그냥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접목해 보자. 잘 아는 분야이기에 포인트를 쉽게 잡을 수 있고 해당 포인트가 해당 기업에 잘 접목되면 의외의 조합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누구보다도 현장의 사람들이 보는 눈은 정확하다. 이론과 가설이 설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 현장의 실무자의 날카로운 눈에 시장어필이 가능하다 판단되면 된다. 의외로 어렵지 않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고 누구든 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이 전략이다.

여러 전공의 기회를 가졌던 나는 한 분야에 한정되지 못하는 사고 탓에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했고 때론 기존의 전공자 보다 우수한 안건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모르는 분야라고 문을 여는 시도조차 접어 버리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모전은 특히 학생들에게는 두말이 필요 없는 스폰서다. 특별히 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내게 적절한 공모전을 선택해서 집중 공략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의 몇 배의 금액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조달할 수 있다. 동시에 수상이력으로 나만의 특별한 스펙도 만들 수 있다. 스펙뿐인가 그렇게 알게 된 기업과 사람들의 인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이드이자 스폰서이다. 주최사에 따라 상장을 받는 사람에게는 인턴십이나 서류전형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곳도 있어 잘하면 취업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생뚱맞은 분야에서 돈을 위해 어설픈 알바나 인턴 체험을 할 것이 아니라 관심가는 분야의 공모를 통해 원하는 만큼 경험해 보고 나와 어울리는 분야를 잡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현직 담당자와 한 팀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도 만날 수 있어 직업현장의 체험으로 나의 가능성을 시험하며 미래의 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난 직업은 당신에게 후회나 미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