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IT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유력 대선후보들까지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두고 우리 사회를 변혁할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부류가 있는 반면 산업혁명까지는 아니고 ICT 기술을 활용한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주장도 있다. 두 가지 의견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필자는 갑작스러운 혁명보다는 ICT 기술을 기반한 자연스러운 변화에 무게를 두고 싶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기술들의 현 주소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과 함께 같이 언급되는 기술이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를 2015년에 약 800조 원에서 2019년에는 약 148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본 컬럼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주소는 생각보다 느린 시장 확산과 더딘 기술 발전이 사물인터넷 시장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바로 초고속인터넷이 아닌 모뎀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90년대 중반의 인터넷 비즈니스와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사물인터넷의 주요 서비스 분야인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커넥티드 자동차 분야를 보더라도 스마트홈 정도만이 대중들에게 다양한 제품들로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며, 스마트시티와 커넥티드 자동차 분야는 몇 가지 성공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중화되었다고 이야기하기 이른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 요소가 되는 스마트팩토리의 경우에도 글로벌 대기업 몇 곳에서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지 제조업 전체로 확산되기까지는 갈길이 먼 상황이다. 개인화된 생산을 위한 제조공정을 바꾸는 것은 지금까지 수십년간 최적화해왔던 제조공정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에 도입과 적용에 많은 문화적 충격과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제조공정 변화가 아닌 제조 자체의 효율화를 위해 제조과정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제조혁신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제 성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도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 중에는 제조 공정 또는 기기들로부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고,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넘어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더라도 기존 6시그마 등 제조 혁신 방법론과의 뚜렷한 차이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앞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4차 산업혁명이 포함되는 지금의 분위기는 IT 업계에는 분명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시장에서 주목받는 키워드가 나올 때 현재 상황을 조금 더 냉정히 바라보고, 직접 고민하거나 실행해본 사람들의 목소리도 반영하여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가면 좋겠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아이에게 뛰라고 주문하는 형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마냥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국내만 하더라도 사물인터넷을 위한 전용 통신망이 상용화 시작하였거나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기술 표준 또한 많이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B2C이외에 B2B 영역의 사물인터넷 시장 개척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있는 성과들을 하나씩 모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중요한 자산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황재선 neovis@gmail.com 필자는 IoT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해, 지금까지 8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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