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을수록 싱겁게 먹고, 낮을수록 짜게 먹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장내과 구호석 교수팀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만107명을 소득수준에 따라 네 집단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소득 하위 25%)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251mg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상위 25%)의 섭취량인 3217mg보다 34mg 더 많은 결과이다. 소금으로 따지면 1일 평균 85mg을 더 먹는다는 얘기(Tanka 공식, 소변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인구 가중치를 적용해 한국인 전체를 계산했다.
하지만 모든 집단에서 WHO(세계보건기구) 1일 평균 나트륨 권장량인 2000mg보다 1000mg 이상 더 먹는 것으로 조사돼, 소금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제기됐다.
구호석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끼니를 잘 챙겨 먹어 칼로리와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연구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나트륨 섭취가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식사가 불규칙하고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짜게 먹게 되는 주요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저소득자일수록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소금 섭취량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저소득자일수록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소금 섭취량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나트륨 섭취가 많은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만성질환 유병률도 높게 나타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
당뇨병 유병률은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하위 25%)이 9.3%로 가장 높은 집단(상위 25%, 8.1%)보다 1.2% 포인트 높았고, 고혈압은 소득이 낮은 집단 유병률이 27.8%로 높은 집단(25.9%)보다 1.9% 포인트 더 높았다.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소득이 낮은 집단이 1.8% 포인트 더 높았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병원 치료 받기도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병원에 다니지 않는 환자의 비율은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이 22.3%로 소득이 높은 집단(14.9%)보다 7.4% 포인트 높았다.
병원에 다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의 36.6%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다니지 않았다. 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은 10%만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구호석 교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나트륨 섭취도 많고 만성질환 유병률도 높지만 정작 소득이 낮아 병원에 다니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며 "소득이 적은 노인의 경우 40% 이상이 2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결국 의료비 지출이 폭증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늘리고 만성질환 예방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근호에 발표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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