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을 개조한 호텔이라 건물도 고풍스럽고 정원이 예쁘다. 객실 가구도 고급스럽고 구석구석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루에 2번 객실 체크를 하고 청소를 해준다.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으로 고쳐서 그런지 2%부족하다. 우리 방은 wifi가 문제 있고 옆방은 문이 문제가 있다. 직원을 불러 고쳐달라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객실 수가 많지않아서 다른 방으로 바꿀 수도 없다. 임시로 해결해 주긴 하는데 여전히 2% 부족하다.
그래도 왕궁의 왕비 된 기분으로 행복만땅이다.

다들 푹 잘자고 일어나 함께 탁발 보러 나갔다. 4년전 가슴 벅차 오르던 감동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당시 내게 루앙프라방 탁발 행렬은 한 폭의 그림처럼 오래 남은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호텔 앞에서 탁발공양물을 판다. 자리도 앉기 좋게 만들어놓고 함께 묶음으로 판다.

동쪽 하늘이 점점 밝아오는데 예전 기억의 탁발 의식이 아니다.

엄숙한 종교적인 감동이 느껴지지 않고 뭔가 엉성하다.

우리도 공양물을 사서 체험해볼까 했더니 다들 망설인다. 관광상품이 되어서 탁발수행중인 스님들이나 탁발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모두 나눔의 희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군데군데 몰려서 시끄러운 단체관광객들이 분위기를 더 산만하게 만든다. 우리는 탁발수행중인 스님들에게 왠지 죄송스런 기분이 들어서 강변으로 발길을 돌려 아침 산책했다. 진지하고 엄숙했던 과거의 탁발이 일괄적인 관광상품으로 전락한 것이 씁쓸하다.

호텔로 돌아와서 바로 식당으로 갔다. 아침이 단아하게 준비되어있다. 객실이 많지않은 탓인지 요란하게 차려져있진 않다. 따뜻한 요리들은 따로 주문하면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주문한 모든 음식들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매니저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식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호텔 본 건물이 시내에 따로 있단다. 왕궁건물에는 수영장이 없으니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으면 시내의 본 건물로 가서 하란다. 말로는 고맙다 했지만 수영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아침을 먹고 나갈 차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매니저에게 딱새 폭포와 꽝이 폭포를 가려 한다니 툭툭을 타란다. 두 군데를 가려면 25불이면 충분하단다. 호텔앞에 대기중인 툭툭기사에게 물으니 30만킵을 달란다. 올드타운 최고급호텔앞에 서있는 툭툭이니 흥정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그냥 기분 좋게 바가지 쓰면서 탔다. 제대로 흥정하려면 저렴한 숙소에 머물러야 흥정이 된다.

먼저 딱새 폭포로 갔다. 예전에는 주차장에 내려서 바로 딱새 폭포로 연결이 되었는데 주차장에 내리니 다시 배를 타고 건너가라 한다.

배를 타고 건너가니 딱새 폭포가 보인다.

배에서 내려 올라가니 코끼리캠프티켓과 딱새 폭포 입장권을 같은 곳에서 판다. 예전에 왔을 때는 물이 많지않아서 별로였는데 오늘은 수량이 풍부해서 폭포가 위용을 자랑한다.

옥빛물색이 아름다운 계단 모양은 딱새 폭포의 독특함이다. 폭포 사이에 박힌 나무들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4년전 라오스에 왔던 이유가 딱새 폭포 때문이었다. 당시 화보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끌려서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왔던 기억이 난다.

중국인 몇명이 폭포수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고있다. 딱새 폭포수는 물놀이하기 딱 좋게 생겼다. 우리 또래 정도로 보이는데 노는 모습은 10대 아이들 같다. 아름다운 경치는 50대 중국인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우리는 코코넛을 사서 폭포를 바라보며 마셨다.

딱새 폭포 상류까지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어 시간이 넉넉하면 여유롭게 한참 걸을 수도 있다.

우리는 시간과 체력을 아끼느라 딱새 폭포만 보고 나왔다.

다음 코스로 꽝시폭포에 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배가 고프다. 기사아저씨가 알아서 식당 앞에 세워준다.
아저씨추천식당에 들어갔다. 아저씨도 드시라고 했다.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를 각각 하나씩 시키고 쏨땀도 하나 시켰다. 찹쌀밥도 두 바구니 시켰다. 숯불에 잘 구워져 기름이 빠진 고기들은 담백하고 껍질은 바삭거리며 맛있다. 배고픈 탓도 있겠지만 맛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배가 부르니 경치가 더 좋아 보인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곰보호센터가 있다. 예전에는 초라한 우리 수준이었는데 제법 근사하게 정비를 했다. 중간에 해먹까지 갖춘 고급빌라 분위기다. 개천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수영하기 좋은 위치마다 쭉쭉빵빵 이쁜이들이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물놀이중이다. 폭포도 이쁘지만 옥빛물안에서 놀고있는 이쁜이들이 어우러져 짜릿한 경치를 연출한다.

드디어 꽝시폭포에 도착했다.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경치는 4년전과 완전 달라져 있다. 사람들도 많아져서 루앙프라방 근처 최고의 자연공원답게 복작거린다.

꽝시폭포에서 즐겁게 놀고 호텔로 돌아왔다. 땀도 흘린데다 새벽부터 놀았더니 친구들이 피곤해 보인다.
샤워하고 방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서 에어컨을 켜고 더위에 지친 몸을 식혔다. 쉬다 보니 다시 기운이 불끈 난다. 친구들과 하루의 마무리로 맛사지를 하자고 나갔다. 저녁먹기 전 지친 다리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맛사지가게에 들어가니 물고기들이 욕조 안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물고기밥부터 주고 시작했다. 물고기들이 우리의 발들을 마구 뜯어먹으며 포식한다. 발을 닦고 발맛사지를 받았다. 1시간짜리 발맛사지로는 크게 만족함을 느끼긴 어렵지만 하루 종일 고생한 발은 피로를 푼다. 마무리로 어깨도 주물러준다.

저녁 먹으러 올드시티에서 가장 잘하는 프랑스식당으로 갔다.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밤을 와인과 함께 분위기 있게 보내고 싶었다.

프랑스에서 온 콧수염 청년이 메르시볶음과 함께 맛있는 와인을 추천해준다. 음식도 청년추천메뉴를 주문했다.

세비체와 필레미뇽 치즈요리를 주문했다. 음식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평소에 술은 입도 안대던 친구까지 와인을 마셨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와서 야시장입구에서 과일쥬스를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와인 한 병과 간식을 사서 들어왔다. 리셉션에 얼음바스켓을 달라고 했더니 제대로 가져왔다.

조명이 아름다운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지나간 이야기와 다가올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중에 또 여행을 꿈꾼다.

밤은 깊어가고 우리들 이야기는 끝이 없다. 친구가 손폰으로 노래를 들려준다.
"지나간것은 지나간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 노래가사가 우리 이야기다. 우리의 모든 지난 이야기가 의미가 있다. 루앙프라방 왕궁호텔정원에서 보내는 이밤 이야기가 훗날 또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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