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 연구사로 일하는 이경미씨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이하 WISET)에서 지원하는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경력 복귀를 위해 노력해온 열성파이다. 마음껏 연구하며 일할 수 있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도 경력 단절로 인한 소외의 아픔이 있었다. 그 사연을 들어봤다.

유능한 도쿄대 박사에게 찾아온 그림자
중학생 때부터 생물과 화학을 좋아한 이씨는 대학에서 화학공학과 생물공학을 전공했다. 석사 전공은 해양미생물이고, 일본 문부성장학생으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딴 이후에는 2006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같은 대학에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10년에 일본수산학회지 우수논문 선정, Comparative Biochemistry and Physiology-A 저널 최대 인용 논문 선정,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 생명과학분과위원회’ 학술발표 장려상 수상 등 일을 그만두기 전까진 해양 생물학 분야에서 다부진 역할을 해내던 촉망받던 도쿄대 연구원이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역에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이 터졌고, 당시 20개월이던 큰 아이의 건강과 주거 환경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큰 아이는 부산 친정에 맡기고 저는 일본으로 돌아와 일을 계속했습니다.”

아이와 떨어지면서도 일을 놓고 싶지 않던 그녀였지만 둘째의 임신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 아이 건강 걱정 등은 그녀의 일에 대한 의지를 굴복시켰다. 둘째 출산을 앞둔 2011년 10월말에 사직하고 귀국했다.

연구직에 재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
일을 그만 두고 두 자녀의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정도로 커서 연구직에 재취업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때 일본에서 같이 연구했던 선배의 추천으로 WISET 경력복귀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이 사업을 지원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대학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의 단절로 인한 복귀 후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 “복귀하고 몇 개월 동안은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과 ‘경력단절 되기 전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상반된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과가 늘면서 연구 욕심이 생기고 학회나 해외출장도 잦아지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이 때 WISET에서 제공하는 집단 상담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경력복귀 여성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처한 상황 속에서 즐겁게 육아하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생기는 갈등은 경력복귀사업 동기들과의 집단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위셋은 경력복귀자들의 원활한 현장 적응을 돕기 위해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동기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즐겁게 육아하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씨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로 임용되어 어류양식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육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일에 대한 갈증과 열정으로 경력복귀에 성공한 그녀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해양수산연구사가 되기까지 몇 번의 실패를 겪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선배 연구사님들께 연락해 취업 노하우를 얻고, 연구세미나에 참석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저를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정책위원으로도 참여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런 사전 준비가 임용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녀는 “경력복귀를 하는데 경력이나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경력을 이어나가려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경력복귀를 준비한다면 “복귀를 하고 일과 가사 및 육아 모두를 너무 잘하려고 하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에요. 조급해 하지 말고 멀리보고 조금은 내려놓은 마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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