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둔 환자의 스트레스는 마취 직전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감이 심한 경우 심장 기능 이상까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명희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당시 간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우울감이 심박변이도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신체활동이나 외부자극에 등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반응 중 하나인 심박변이도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 정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변화폭이 크고 불규칙한 게 정상이다.
연구팀은 심박변이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최소화한 뒤 비슷한 조건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간암 진단 전까지 다른 질병을 앓거나 정신과적 병력이 없었고, 성별과 연령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40세 이상 70세 이하 남성 환자만을 택해 심박변이도를 측정했다.
측정시간과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침 첫 수술을 받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측정은 수술하기 전날(T1)과 수술실에서 마취하기 직전(T2), 마취 후 10~15분이 지났을 때(T3) 등 세 차례에 나눠 진행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한 순간은 수술을 받기 바로 직전, 즉 마취를 기다리는 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환자의 심박변이도는 수술 전날에 비해 고주파 성분은 하락하고, 저주파 성분은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저주파 성분과 관련 깊은 교감신경은 활성화된 반면, 부교감신경이 억제되며 고주파 성분의 수치가 저하된 것. 이런 변화는 마취 이후 진정세를 보이며 마취 전날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마취 직전 환자들의 심박수와 혈압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내 환자들의 스트레스 등 심리적 불안이 가중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러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이 수술 전 환자들의 우울감을 검사(Self-Rating Depression Scale)한 결과, 우울감 척도가 낮았던 환자들(B그룹, 19명)과 달리 우울감이 높았던 환자(A그룹, 22명)들은 수술 전 날과 마취 직전, 마취 이후 측정한 심박변이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수술과 같이 극단적 상황에서 심장의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심한 경우 수술 중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명희 교수는 "암수술처럼 큰 수술을 앞둔 환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우울감이 심한 경우 자율신경계 기능부전으로 심장의 대처능력마저 저하될 수 있다"면서 "의료진들이 수술 전 환자의 마음건강까지 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마취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 최근호에 게재됐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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