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마라톤을 완주할 생각은 없었다. 아침마다 조깅으로 짧게 달릴 생각이었다. 마라톤을 하는 친구에게 조깅화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매장을 알려 달라고 하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참가비의 몇배 되는 마라톤 신발을 기념품으로 준다고 해서 대회를 신청한 것이 마라톤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즐거움 중에 무시하지 못할 것이 마라톤 대회의 기념품이다. 가장 기본적인 완주 메달과 완주증을 비롯해서 대회에 참가할 때 받을 수 있는 기념품은 다양하다. 마라톤 대회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의 참가가 많아지면서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회장에는 늘 유명 가수나 치어리더들의 공연이 있고, 끝나고 나면 뒷풀이 음식을 제공하고, 경품 추첨이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방식으로 대회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같다.

기념 품들은 정말 다양하다. 운동복 상의와 하의를 모두 주는 대회도 있다. 그 외에 자주 주는 기념품은 스포츠 양말, 모자, 전자 시계, 허리쌕, 마라톤용 백팩, 스포츠 가방, 썬그라스, 버프, 마라톤 화, 썬크림, 쿨버프 등이 있다. 간혹 건전지, 캐쉬비 그리고 암밴드를 주는 대회도 있다. 대회만 잘 참가하면 마라톤 용품을 별도로 사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러나, 기념품에도 허와 실이 있다.

대회 완주 기념품
마라톤 대회의 경우 참가 신청을 하면 무조건 지급하는 참가 기념품과 완주자들 에게만 지급하는 완주 기념품이 있다. 완주할 경우 완주 메달과 완주증을 지급한다. 완주 메달의 경우 대회마다 특이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어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동일한 대회의 경우 거리가 달라도 완주 메달의 디자인은 같으며, 한쪽 면에 달린 거리가 다르게 표시 되어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완주 메달
다양한 디자인의 완주 메달

매년 개최되는 대회는 거의 비슷한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만 주고 개최된 연도만 바꿔서 메달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 개최되는 동아마라톤의 경우 88회를 기념해서 특별하게 88 숫자로 디자인이 되었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동아마라톤을 달릴지 말지 고민하다가 메달 디자인이 특별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참가 결정을 하였다. 이렇듯 사소하지만 메달 디자인도 대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동아마라톤 완주 메달
올해 동아마라톤 완주 메달

완주 메달은 지급하는 방식도 몇가지가 있는데, 완주 후에 기록 측정용 칩을 반납하면 완주 메달과 교환 하는 방식이었다가, 측정용 칩이 재사용 방식이 아닌 일회용 칩으로 바뀌면서 배번에 수령 표시를 하고 메달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는 춘천 마라톤에서는 대회 자원 봉사자들이 메달을 팔뚝에 걸고 있다가, 결승선을 통과한 완주자 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 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작은 차이지만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 줄 때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어떤 대회에서는 완주자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대형 타월을 일일이 상반신에 덮어 주기도 한다고 한다. 완주 후 체온도 보호하고, 대회 참가 기념 타월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의 완주증도 기념으로 보관하기 좋은 기념품 중 하나이다. 기록증에는 대회명, 달린 거리, 완주 기록 등 외에도 순위, 풍향 등 기상 조건이 간단하게 명시 되어있다. 메달의 경우 무게와 부피를 꽤 차지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 완주증의 경우 파일 철에 넣어 두면 비교적 간단하게 보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아마라톤은 완주증을 인쇄해서 발급하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확인하고 출력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가 참가자들의 항의로 올해부터 대회를 신청할 때 인쇄 발급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그만큼 참가자들에게 완주 기록증은 중요한 기념품이다. 완주증도 점점 고급화 되어 가는 추세이다. 단순 기록이 아닌 주로에서 찍힌 사진 까지 함께 인쇄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기온/풍속/습도가 표시된 기록증
기온/풍속/습도가 표시된 기록증

달리는 사진이 포함된 최근 기록증
달리는 사진이 포함된 최근 기록증

완주 기록증의 경우 옛날에는 대회가 치뤄진 후 2~3주 후에 집으로 우편배달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대회 장소에서 바로 인쇄해서 발급해 주는 경우가 더 많다. IT 강국 한국 답게 완주하는 즉시 RFID 칩으로 개개인의 마라톤 기록을 측정하고, 서버에 저장되고, 기록증 발급소에 가서 자신의 배번을 알려주면 즉석에서 기록증을 발급하여 준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참가자는 대회 참가 후 바로 기록증을 받을 수 있고, 대회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기록증을 우편 발송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분실, 훼손 등의 배송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별도의 배송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대회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가장 흔한 기념품. 셔츠 그리고 사진
대회에서 가장 즐겨 주는 기념품은 셔츠이다. 셔츠의 경우 긴팔, 반팔, 싱글렛으로 나눌 수 있다. 셔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마라톤을 할 때 꼭 필요한 용품이며, 가장 무난한 기념품이고, 대회 참가자들의 가장 불만을 표시 하지 않는, 참가자 대부분이 선호하는 기념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회 측에서는 유명 스포츠사의 협찬을 받을 수 있다. 대회 참가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가의 기능성 원단으로 제작된 셔츠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디자인적인 면에서 보면 획일된 디자인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고 지나치게 대회 명이 크게 써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는 입고 다니기 불편하지만, 달리기 연습을 할 때는 유용하게 사용 수 있다.

대회를 주최측 입장에서는 수백명이 주최측이 지급한 셔츠를 입고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대회에서 지급한 셔츠를 입고 달리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이다. 배번이 셔츠에 인쇄되어 있거나, 참가 조건이 셔츠를 입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셔츠를 입는다. 많은 참가자들이 동일한 대회 셔츠를 입고 달리기 때문에 인파 속에서 구분이 잘 안가는 문제가 있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면, 동호회의 자원 봉사자들이 주로에서 동호회 회원의 사진을 찍어준다. 동호회에서는 대회전에 사진을 찍는 위치를 알려준다. 종로3가 역 부근, 잠실대교 지나서 롯데 월드 전, 이런 식으로 사전 공지를 하여서 그 부근에 지날 때 사진을 찍는 동호회 자원봉사자를 보면 손도 흔들어 주고 자신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똑같은 대회 셔츠를 입고 달릴 경우, 달리는 인파 속에서 동호회 회원을 찾아 내기란 쉽지 않다. 달리는 속도도 시속 10km 가 넘기 때문에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래서 가능한 다른 참가자들과 차별화 된, 눈에 띄는 셔츠를 입는 것이 좋다. 큰 대회에서는 동호회와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셔츠를 입는 경우가 많다.

개인 취향에 따라 반팔, 긴팔, 싱글렛 등을 선호하는데, 싱글렛의 경우 노출되는 부위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입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인지 자주 지급하지 않는다. 긴팔의 경우 겨울철 대회에서 많이 지급하고 대부분 반팔 셔츠를 지급한다. 필자의 경우 대회때는 거의 대부분 싱글렛을 입고, 연습 할할 때 싱글렛을 선호하는데, 싱글렛을 지급하는 대회는 많지 않아서 아쉽다.

대회에서 자신의 달리는 모습의 사진은 큰 기념이 된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사진 촬영 업체와 협찬하여 달리는 주로 중간 중간, 그리고 결승선 부근에서 사진을 찍어서 제공한다. 촬영된 사진들은 대부분 유료로 판매하는데, 사진을 구매하기 전에 작은 싸이즈의 무료 보기 사진으로 제공하는데, 무료 보기 사진은 화질이 열악하고, 워터마크까지 집어 넣어서 소장하기에도 인화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대회에서 촬영하여 제공하는 사진들은 순간 포착이기 때문에 잘 나오는 사진도 있고, 이상하게 나오는 사진도 있다. 사진의 경우 DSLR 사진기로 촬영하는 데, 사진기가 제공하는 가장 고화질로 사진을 촬영하지 않는다. 고화질로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미세한 차이지만 사진기가 촬영한 사진을 저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때 까지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고, 빠르게 뛰어 지나가는 주자들을 많이 찍을 수 없다. 사진의 파일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메모리 카드에 저장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물론 메모리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해서 메모리가 가득 찼을 경우 메모리를 교체해서 찍으면 되지만, 고화질로 찍을 경우 교체 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교체하는 동안에 촬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촬영된 사진의 화질은 A4 용지 정도의 크기인 8X10 인치 정도로 인화해도 문제가 없는 정도의 화질로 촬영을 한다.

대회에서 찍어주는 사진의 경우 사진사들이 특정인을 찍는 것이 아니고 참가자 모두를 무작위로 찍기 때문에 많이 찍히는 사람은 10장 이상 찍히기도 하고, 반대로 한 장도 찍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출발점, 주로 중간, 중간, 결승선에서 찍는데 한 장도 찍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찍은 사진은 배번으로 메타데이터를 추출해 낸다. 사진 배번의 메타데이터 추출은 사람이 육안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OCR(문자 인식) 프로그램으로 사진속의 배번을 자동 인식해서 메타데이터를 추출한다. 사진 검색도 배번으로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할 때 배번을 앞쪽이 아닌 등에 붙이거나, 배번을 접거나 번호위에 스티커 등을 붙이는 경우에는 사진이 찍혀도 검색되지 않으니 배번은 꼭 앞쪽에 잘 보이도록 붙여야 한다. 잘 나온 사진임에도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손으로 번호를 가려서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진을 검색할 때 요령은 배번 전체로만 검색하지 말고 배번의 첫번째 번호나 마지막 번호를 제외하고 검색하면 일부 배번이 가려진 사진까지 검색이 되므로 더 많은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찍힌 사진 중에는 자신이 왼쪽이나 오른쪽에 몰려 있고, 심한 경우에는 몸이 반쪽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람을 찍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중앙에 찍을 때는 자신이 가장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앞서 달리는 사람의 신체 일부분이 달리는 모습을 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지막 사진에는 필자 자신의 손으로 배번의 마지막 번호를 가린 경우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뒷자리 한 번호를 빼고 앞에 4자리로 검색하면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워터마크가 들어간 프리뷰 사진. 앞사람의 손이 필자의 모습을 가렸다
워터마크가 들어간 프리뷰 사진. 앞사람의 손이 필자의 모습을 가렸다

만약 사진을 많이 찍히고 싶다면, 달리다가 사진사를 발견하면 사진사 앞에서 좀 과도한 액션을 취하면 좋다.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내밀거나 양손을 위로 크게 벌리고 달린다면 사진사 눈에 띄기 때문에 자신에게 촛점을 맞춘 사진을 여러 장 찍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동호회 자원봉사자들이 찍는 사진의 경우 동호회 회원만 선별해서 훨씬 고화질로 촬영하기 때문에 사진의 화질도 좋고 자신이 사진 중앙에 나온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동호회에 가입해서 얻는 부가적인 즐거움 중 하나이다.

대회에 여러 번 참가하다 보면, 여러 포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양쪽 다리가 지면에 닿지 않은 공중 부양 사진도 종종 얻을 수 있다.

두다리가 모두 지면에 닿지 않은 공중 부양 사진
두다리가 모두 지면에 닿지 않은 공중 부양 사진

지역 대회의 즐거움 특산품 기념품
마라톤 대회는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회라고 해도 교통편이 나쁘면 참가자들을 모으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 대회의 경우 참가자가 많은 서울 참가자들을 늘이기 위해 서울에서 지방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셔틀 버스를 운행하거나, 대회장 인근 기차역에서 대회장까지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마라톤 대회의 특성상 일반도로 교통통제도 해야하고, 오후가 되면 가을에도 더워서 달리기 힘드므로 오전에 대회를 시작해야 한다. 지방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서는 새벽 5~6시에 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지방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서울 대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방 특유의 넉넉함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도심의 빌딩 숲을 달리는 것도 즐겁지만, 지방 대회의 경우에는 논과 밭, 산과 들, 또는 강을 바라 보면서 달리는 즐거움이 있다. 넓게 트인 공간을 달리면서 흙 냄새, 퇴비 냄새도 맡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도심이 아닌 지방 대회의 즐거움이다.

지방 대회의 경우 지역의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마라톤 대회로 인한 교통 통제로 인해서 크고 작은 마찰이 있으나, 지방에서는 주민들이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예산 벚꽃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적이 있는데, 대회 주로에서 주민들이 먹거리를 직접 준비해서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경치가 좋은 곳을 달리는 대회여서 기록에는 신경 쓰지 않고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즐기면서 하프 코스를 달렸는데, 주민들이 막걸리 한잔을 하고 가라고 해서 달리는 중간에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달려본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였다. 그만큼 흥겹고 즐거운 대회가 지방 대회이다.

예산 벚꽃 마라톤 대회에서 막걸리를 주신 지역주민과 함께 찍은 사진
예산 벚꽃 마라톤 대회에서 막걸리를 주신 지역주민과 함께 찍은 사진

지방에서 개최 되는 대회의 경우, 주민들의 호응이 좋은 것은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알릴 수 있는 홍보도 되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지급하는 기념품을 지역 특산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철원 대회에서는 철원오대쌀, 여주 대회는 여주쌀과 땅콩, 합천에서는 혼합곡과 찰현미, 영동포도 대회에서는 포도 한상자, 괴산 고추 마라톤 대회에서는 괴산 청결 고추가루, 충주 사과 마라톤은 충주 사과 등이 그런 것이다. 대회도 참가하고 지역 특산물도 받을 수 있다. 단, 이런 대회의 경우 특산물의 특성상 기념품을 우편으로 배송하지 못하고, 현장 배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회를 참가해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 대회는 인근에 있는 유적지, 박물관, 온천 등의 무료 이용권이나 할인 쿠폰을 지급 한다. 대회장에서는 특산품을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지방대회는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대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까지 온천이나 유적지 관람 등 여러가지 중에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하나의 기념품, 다양한 기념품
메이저 대회의 경우에는 기념품이 대부분 셔츠 하나이다. 중소 대회의 경우 정말 다양한 기념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셔츠, 비니, 방풍 장갑, 배낭 등의 기념품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주는 경우가 있고, 2인 이상 참가 신청을 하면 추가로 기념품을 주는 경우가 있다. 대회 기념품의 경우 여러 가지의 기념품을 주는 대회 보다는 하나의 제대로 된 기념품을 주는 대회가 낫다.

물론, 대회 참가하는 것이 목적이고, 대회 기념품은 부가적인 것이지만, 일부 기념품의 경우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회 홈페이지에 기념품의 종류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기념품은 받기 전까지 어떤 품질인지 가늠할 수 없다. 일부 대회에서는 다양한 기념품을 주는데, 어떤 기념품은 정말 사용할 수 없는 정도의 열악한 품질인 경우도 있다. 한번은 모 대회에서 2인이상 참가할 경우 마라톤 장갑을 추가로 지급 한다고 해서 지인과 함께 참가 신청을 했는데, 배송된 장갑의 경우 지하철에서 판매하는 천원 짜리 장갑 보다도 품질이 떨어져서 사용하지 않고 버렸던 적이 있다. 대회에 참가할 때 기념품은 부가적인 것으로 생각해야한다. 기념품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참가비에 비하여 과도한 기념품을 주는 대회는 기념품 수령 후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대회에서 단체 신청을 하면 기념품을 추가로 지급하는 이유는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배번과 기념품을 배송할 경우, 일인당 2~3000원 정도의 물류 비용이 드는데, 단체 신청의 경우 여러 명의 배번과 기념품을 한명에게 모두 배송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결국, 물류비용보다 저렴한 기념품을 주어서 물류비용을 절약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 저급한 경우가 많다.

메이저 대회의 경우에는 개별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짐을 맡길 때 사용하는 비닐백까지 배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부터 매년 3월에 개최되는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의 경우, 참가 기념품 외에 완주자에게 별도의 기념품을 지급하고 있다. 참가 기념품은 싱글렛을 지급하고, 완주자에게는 FINISHER 라고 인쇄된 반팔 셔츠를 지급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참가 기념품과 완주 기념품
참가 기념품과 완주 기념품

기념품이 짐이 되는 상황
처음 마라톤을 시작하면 모든 경품이 새롭고 즐겁다. 대회에서 지급하는 기념품과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매장에서 사려면 참가비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저렴한 참가비로 달릴 때 필요한 다양한 기념품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기념품이 짐이 되기 시작한다. 셔츠는 종류별로 십수벌이 되고, 선호하지 않는 디자인의 셔츠의 경우 몇 년 동안 한번도 입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받아서 뜯지도 않은 기념품도 쌓여간다.

그래서인지 대회측에 기념품을 지급하지 말고 참가비를 낮춰 달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대회의 경우에는 기념품을 받지 않는 참가자와 기념품을 받는 참가자를 구분해서 참가비를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참가의 경우 기념품이 포함되고, 간편 참가(“매니아 참가”라고 도 함)의 경우에는 배번과 칩만 지급되고 기념품이 제외 된다. 일반 참가와 간편 참가 비용의 경우 대회에 따라 다르지만 40%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기념품을 받지 않고 대회 참가만 할 수 있는 대회도 있다
기념품을 받지 않고 대회 참가만 할 수 있는 대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회 참가가 목적이 아니고 그냥 기념품을 받을 목적으로 신청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념품은 필요 없고 대회만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마라톤을 꽤 오래 한 사람들로, 비슷한 용품이 넘쳐 나기 때문에 기념품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경우이다.

대회 완주 후의 즐거움, 먹거리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가 외국의 대회와 차별화 되는 것은 먹거리이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완주자에게 간단한 간식을 제공한다. 해외에서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 밴쿠버 썬런을 참가했는데, 완주 후 메달도 지급하지 않았다. 완주 후 간식은 미니 베이글과 오렌지가 전부였다.

우리나라는 정말 다양한 간식을 제공한다. 완주 후 생수는 기본이다. 완주 메달을 지급 할 때 간식 봉투를 주는데, 봉투 안에는 단팥빵, 음료수, 초코파이, 바나나 등이 들어있다. 이러한 간식 이외에도 대회장안에는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허기가 지기 때문에 이때 제공하는 먹거리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 대회마다 다르지만, 잔치국수 부터 시작하여, 떡국, 순두부, 떡, 편육, 도토리 묵, 김치, 커피, 막걸리 등을 제공한다. 나주 마라톤에서는 영산포의 특산물 홍어회무침 비빔밥을 제공하기도 했다.

강남의 중심 삼성역 부근에서 개최되는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의 경우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는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회 후 제공되는 맛있는 음식이 매진 되기 전에 완주를 해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달려야 한다.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 유명 호텔 주방장이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 유명 호텔 주방장이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은 아니지만, 인근 유명 호텔의 주방장들의 요리를 말도 안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맛 볼 수 있다. 일식, 한식, 양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특이한 음식을 몇 천원의 비용으로 맛 볼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구매 할 수 있으니 유명 호텔 주방장의 요리를 먹고 싶다면, 대회가 있는 날 가서 음식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념품은 호불호가 명확하다. 나에게는 정말 유용한 기념품이지만, 어떤 사람은 취향이 아니라서 전혀 쓸모 없는 기념품인 경우도 있다. 기념품으로 받은 밴치코드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일한 제품인데, 품질과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안 입는 사람도 있다.

마라톤 대회의 참가 목적은 대회 참가이고, 완주를 하는 것이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기념품은 더더욱 중요하지 않다. 대회를 선택할 때 기념품이 주는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좋은 코스, 의미 있는 대회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 하고있다. 현재 논현동 카페드양이란 커피 전문점도 경영하고 있다.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의 운영자와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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