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밤새 비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구름이 잔뜩 깔려있다. 먼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보고싶어 선택한 호텔인데 맥이 풀린다.

그래도 노천온천에서 몸 담그고 일출을 맞자고 온천으로 갔다.

짧은 순간이지만 해가 찬란한 위용을 자랑하고 다시 구름 속으로 숨었다. 일출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지구가 참 빨리도 돈다 싶다. 인간이 예민해서 지구가 도는 속도를 느낀다면 멀미할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제대로 리조트를 즐기자며 늦장을 부렸더니 체크아웃시간을 다 채워 11시에야 리조트를 떠났다.

어제 이케이섬으로 들어올 때는 멋모르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동양에서 제일 긴 해중 도로를 건너온것이다.

오늘은 제대로 정신차리고 해중도로중간에 서서 전망 다리에 올라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사진기에 담았다.

나하시내가 가까워서 대형쇼핑몰로 갔다. 여자들 여행의 마무리는 쇼핑이다. 쇼핑 없는 여행은 앙꼬빠진 팥빵이다. 우리는 팥빵에 앙꼬를 팍팍 채우기로 했다. 쇼핑몰에 들어서자 힘이 나서 이것저것 주워담았다.
푸드코너의 스시가 넘 맛있어 보여 스시와 회를 사서 먹었다. 아침 뷔페 먹은 지 몇시간이 지나지않았는데도 다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디저트까지 챙겨먹고 나카무라저택으로 향했다. 배를 채웠으니 머리도 채워줘야 한다.

나카무라저택은 오키나와의 주거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는 건물이란다.

부농의 건축물이라 축사도 있고 아궁이 온돌의 형태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집안에 들어가서 친구 집에 놀러온 듯 앉아 쉬어도 된다.

관광객이 많지않아서 우리는 집을 전세 낸 듯이 구석구석 서고 앉고 사진 찍으며 놀았다.

다다미와 오래된 나무 마루의 조화가 사람을 편하게 만든다.

한참을 집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카무라저택을 떠나서 류큐왕국 번영의 상징인 슈리성으로 갔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슈리성으로 올라갔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와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귀엽다. 바짓단 접어 교복을 입은 아이가 귀엽다.

3년동안 입으라고 큰 교복을 입혔나보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아이들 보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여고 동창인 우리들에게는 슈리성보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아이들과 어울려 동심으로 돌아가서 많이도 웃었다. 성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아이들에게 우리도 같은 포즈로 찍어달라고 했다. 50대 중년 여자 셋이서 구령 맞춰 폴짝 뛰었다. 제대로 될 턱이 없다. 덕분에 10대 일본여학생들과 50대 한국아줌마들이 같은 수준이 되어 웃고 뒤집어졌다.

성의 내부로 들어가 돌아보는데 규모에 놀랐다. 아직은 복원 중이라는데 완공되면 다시 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하다. 오키나와가 왜 일봄 본토와 분위기가 달랐는지 이해가 된다.

문화나 생활자체가 다른 땅이다.

오늘은 산 위 호텔에서 자는 날이다. 하루 정도는 산 위에서 자고 싶어서 예약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바다가 내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방에 들어오자 친구들이 감탄을 한다.

방에서 내려 보이는 경치가 환상인 다다미방이다. 호텔 안에서 저녁을 먹으려니 뷔페 아니면 오키나와식 단품식당뿐이다. 뷔페에 지쳐서 단품으로 여러 개 시켜서 먹었다. 음식은 그저 그랬지만 카레와 닭튀김은 맛있었다.

이 호텔 온천은 원숭이온천이란다. 유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물은 어제 리조트와 같이 매끌거리고 짭짤하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매끌거린다.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쉽게도 깊어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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