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녀가 물질하는 중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나와 고르는 숨을 ‘숨비’라 한다.

숨비아일랜드는 지친 현실을 떠나 한숨을 돌리게 하는 공간이다.

방에 앉아서 해 뜨는 것을 보기도 하고 달뜨는 것을 보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빛이 깜깜한 밤 이방인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숨비 아일랜드팬션은 해 뜨고 달뜨는 풍경을 바라보며 넋 놓고 있어도 좋은 곳이다. 바람 찬 겨울 뜨뜻한 방바닥에 누워 일출을 제대로 봤다. 비록 구름 위로 솟아난 해님이지만 숨비에서 3박을 하고서야 겨우 만났다.

오늘 제주도를 떠나는 임반장을 배웅할 겸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에 각재기국을 먹으러 갔다. 아직도 처음 맛보는 제주 음식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전갱이국이란다. 갈치국을 처음 맛봤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 배추의 시원함과 마늘이 전갱이의 비린맛을 잡아준다. 반찬으로 나온 고등어구이를 멜젖과 함께 배추잎에 싸먹는 것이 별미다.

임반장을 공항에 내려주고 이끼계곡으로 갔다.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남아있어 계곡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렵겠다.

계곡은 포기하고 비양도로 발길을 돌렸다. 한림에 도착하니 11시20분 배가 막 떠날 참이다. 겨우 승선했다.

배가 한림항을 떠나면서 큰 선물을 받았다. 돌고래가족이 우리를 따라온다.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사진기에 담을 수가 없다. 제시카가 겨우 돌고래 한 마리를 사진기에 잡았다.

비양도에 내리니 날이 봄날이다. 어제 설경을 헤매던 것이 꿈같다.

섬 정상 전망대에 서니 한라산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왕관릉을 두른 한라산정상이 아름답다.

등대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서 비양도해안길을 돌았다.

코끼리바위를 바라보며 오뎅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커피와 간식까지 즐기니 소풍온 기분이다.

애기 업은 바위도 비양도의 볼거리이다.

태어난 지 천년 밖에 되지않은 어린 섬이라 화산석이 볼만하다. 드라마 봄날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섬이라 한다.

섬 구경을 하고 선착장으로 오니 2시에 떠나는 배가 대기중이다. 우리가 타자마자 배가 떠난다. 오늘은 타이밍이 절묘한 날이다. 선실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일행 밖에 없어서 발 뻗고 누웠다.

재우씨가 바퀴가는대로 가자며 정처없이 헤매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말목장에 섰다.

말 구경을 하고 다시 골목을 헤매다 이시돌 농장에 들어섰다. 웨딩촬영하는 젊은 커플들이 아름답다.

카페에 들어가서 우유와 라떼를 마셨다.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다.

카페 밖에는 테쉬폰 건축물이 있다. 바그다드 건축 양식이라 한다. 안쪽에는 은총의 동산이 있다. 성경내용을 조형물로 꾸며 정원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다시 정처없이 가다가 방주교회에 갔다. 물위에 떠있는 방주를 본떠 지은 교회가 아름답다. 멀리 산방산이 내려보인다. 비오토피아 본태박물관 방주교회가 한곳에 모여있어 각각 볼만하다. 여러 번 온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오늘 묵을 호텔로 오는 길에 갑자기 재우씨가 오솔길로 들어선다.

엄청난 녹차밭이 펼쳐진다. 내가 본 녹차밭 중 가장 정리가 잘되고 큰 녹차밭이다. 녹차밭안을 차로 30분정도 드라이브하며 감탄했다.

오늘부터 묵을 나인부틱호텔은 관광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있다. 이중섭거리와 올레시장 새연교 천지연폭포를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다. 객실도 넓직하니 깨끗하다. 주차장도 넉넉해서 차 세우기도 좋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 먹으러 조림으로 유명한 네거리식당으로 갔다.

명성에 걸맞게 비싸면서 맛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유명하긴 한가보다. 우리는 갈치조림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호텔 오는 길에 올레시장으로 가서 우도땅콩도 사고 호떡도 사먹고 국화빵도 사먹었다. 올레시장이 더 북적거리고 활기차졌다. 단골 횟집이던 황금어장은 대형식당이 되어있다. 예전의 정겹던 모습이 사라져 서운하다.

호텔로 돌아오니 온몸이 노곤하니 피곤하다. 오늘 하루는 힘들게 걷지도 않았는데 이상하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를 많이 타니 적응이 안되나보다. 강철 체력 친구조차 피곤해한다. 나도 눈이 자꾸 감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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