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21세기 도시는 도넛이 아닌 파전 형태로 가야 한다

발행일시 : 2017-03-08 00:1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21세기 도시는 도넛이 아닌 파전 형태로 가야 한다

최근에 신문을 보면 정치 뉴스에 지쳐 다른 분야의 뉴스를 찾게 된다. 얼마 전에 ‘뉴욕 타임스’에 난 프랑스의 작은 도시의 도심 공동화에 대한 기사를 흥미 있게 읽었다. 그리고 경제 시사 뉴스에서는 미국 큰 마트 회사가 아마존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다음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노동 시장에 큰 변가가 올 거라는 기사도 읽었다. 이 세 기사가 다루는 변화가 앞으로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다.

기사처럼 프랑스의 작은 도시만 공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같은 현상이 일고 있다. 작년에 충격적이었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농촌과 작은 도시에서 압도적으로 표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당선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이 언론에 발표되면서 농촌과 작은 도시에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주민을 인터뷰하면서 “일자리가 없다”, “할 일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사진을 통해 문 닫은 가게가 많고 공동화된 도시 거리를 보여 준 기사도 종종 봤다.

지금 필자가 사는 지역은 트럼프를 지지한 지역은 아니지만, 비슷한 공동화를 느낄 수 있다. 프로비던스 옆에 미국의 산업 혁명이 시작됐던 포터켓에 사는데 시내가 거의 공동화됐다. 시립도서관과 우체국은 시내에 있어 가끔 가지만,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필자가 자주 가는 작은 빵집 주인은 “최근에 사람들이 점차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면서 도심의 상권이 무너지고 있고 회복이 어렵다. 신선한 빵이 아직 인기가 있어 우리 가게는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다”고 한다.

필자는 지역에 있는 가게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빵집 주인의 말대로 인터넷 쇼핑이 편리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 그리고 지금은 차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된다.

작은 도시의 도심 공동화 문제의 현상을 지켜보면서 일본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본은 어떻게 보면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나라로 그들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 지 참고해 볼만하다. 1990년대 초에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은 장기 불경에 빠졌고 고령화 문제가 등장했다. 당시는 작은 도시로부터 도심 공동화가 시작해 오랫동안 붐볐던 상점가(商店街)가 타격이 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심해졌고 작은 도시에서 더 큰 도시로 확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마을 만들기’를 시도했다. 상인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공동화를 막으려고 했다. 도시 주변에 생긴 마트와 경쟁하지 않고 카페, 레스토랑, 전문점 등을 지원하려고 한 곳도 많았다. 그러나 유동 인구나 관광객이 많은 도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작은 도시는 공동화를 막지 못하고 회복되지 못했다.

일본 오노미치 시 상점가 <일본 오노미치 시 상점가>

그럼 한국은 어떨까?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에 베이비붐이 시작됐지만,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약 10년 후에 베이비붐이 시작됐기 때문에 현재 일본을 보면 10년 후의 한국을 예측할 수 있다. 2015년에 오래된 친구와 같이 세종시를 보고 공주 도심에 임형남과 노은주 부부 건축가가 설계한 ‘루치아의 뜰’이라는 한옥 카페를 봤다. 오래된 한옥을 경제적인 비용으로 카페를 리모델링해서 감동을 받았고 공주 도심을 산책했다. ‘루치아의 뜰’처럼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터랑을 제외하고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마치 일본에서 보았던 작은 지방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공주는 대전에 가깝고 볼거리가 있어서 앞으로 관광객을 기대할 수 있지만, 큰 도시에서 먼 작은 도시는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 인구가 이미 정점을 넘었고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되면 소비가 계속 감소되면서 작은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동화가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인터넷 쇼핑이 다른 나라보다 일찍 발전된 만큼 젊은 세대는 오히려 가게보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 점차 매장은 사라질 것이다.

공주 루치아의 뜰 <공주 루치아의 뜰>

고령화와 인터넷 쇼핑과 같은 커다란 변화는 누구도 막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우선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옛날처럼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던 그 소비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공동화됐던 도심의 옛날 상권이 다시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공주 도심과 일본의 사례처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카페나 상점들이 들어온다면 완전한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작은 도시, 특히 관광객이 많이 없는 도시에 카페와 레스토랑은 한계가 있다. 최근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갤러리와 작가의 작업실을 유치하려고 하는 도시가 있다. 미술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고객이 필요하고 고객은 주로 큰 도시에 사는 고소득자이다. 게다가 미술 작품도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이 도심에 오도록 주말에 행사를 여는 도시도 많다. 한 때 이러한 특별 행사의 유치들이 성공을 했지만 너무 많은 곳에서 비슷한 행사들이 나타나면서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또 다른 방법은 매장을 사무실로 바꾸는 것이다.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가능하지만, 문제는 사무실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은 컴퓨터나 로봇이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은행 직원은 융자 심사를 하지만, 앞으로 컴퓨터가 할 것이다. 금융, 세금, 부동산의 많은 일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하게 될 전망인데 그렇게 되면 사무실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다.

전주 시내 <전주 시내>

이 커다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지만, 없어진 일자리를 대체할 만큼의 숫자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도심 뿐만 아니라 신도시에서도 매장과 사무실이 계속 감소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산업 혁명과 20세기 소비문화의 산물이다. 즉, 도시 중심에 관공서와 상가들이 모였고, 주변부 주택가에 사람이 사는 도넛 형태이다. 미국은 20세기 후반에 자동차의 보급으로 도심이 많이 쇠퇴했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은 20세기 형태를 좀 더 오랫동안 유지했다. 그런데 21세기 초에 많은 사회 변화가 일어나 20세기의 도넛형 도시가 무너지고 있다.

그러므로 공동화한 도심을 과거에 대한 집착이 짙은 ‘회복’보다 21세기형 도시로 전환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21세기형 도시는 상업과 사무실 공간이 덜 필요하고 주거지와 상업지의 뚜렷한 구별보다 자연, 문화, 상업이 섞인 다용도가 필요하다. 공동화한 도심에 녹지가 있는 작은 공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문화 공간, 그리고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공원과 문화 공간의 일부를 공공이 만들기 때문에 공공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21세기의 이상적인 도시는 파전 형태가 아닌가 싶다. 즉, 주거, 상업, 문화, 자연이 다 섞어 있고 서로 네트워크처럼 연결이 된 형태이다. 도심과 같은 큰 거점보다 작고 개성이 있는 ‘도점’(都點)이 많은 도시를 상상해보면 현재의 도심 공동화는 과도기로 보고 그 변화 속에서 다양한 기회를 열심히 잡을 때이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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