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를 마음을 먹고 나서 누구나 한번쯤 셀프 공사라고 하는 직영 공사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금전적인 장점보다 건축의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감당해야할 책임과 한계가 너무 크다는 걸 알게 되면 누군가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갖고 떡 하니 나타나줄 해결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처음엔 건축가에게 기대하고, 그 다음엔 시공업체 사장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그래도 안 되면 현장소장에게 기대하게 되지만 기대만큼 건축주의 만족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포털에 검색을 해봐도 ‘집짓기 해결사’는 찾기가 어렵다. 필자에게는 그렇게 집을 지으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을 두드린다.

건축주들이 흔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는 공사 중 추가대금 청구이다. 예산을 기획할 때 예비비를 책정해두었다면 그래도 다행이겠지만 대출을 받아 공사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한도가 꽉 차서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여지가 없다면 전쟁이 시작된다. 요즘 수익형 주택 건축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건축주들의 대부분이 땅이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사자금을 마련한다. 대금 문제로 자칫 분쟁이 생겨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주장하며 현장을 점거해버리거나 소송을 할 경우, 건축주는 자금 회수가 점점 늦어질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상황이 보다 악화되면 담보 잡힌 땅과 집이 경매로 넘어가 졸지에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때문에 건축주는 처음 건물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 공사대금에 대한 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해야한다. 5년의 기간 동안 집짓다 소송만 네 번을 하고 네 번을 승소하는 과정에 일반 건축주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노하우를 지니게 된 필자는 어려움에 처한 건축주들에게 상담요청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집짓기 세미나 강연 요청도 꾸준히 받는 편이다. 상담을 하던 강의를 하던 오프닝 멘트는 한결같다. “집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건축주에게 있다”는 것이다.

건축주는 소비자이기에 앞서 건축사업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한 건축주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시공사가 자꾸만 추가공사를 했다고 하며 돈을 달라고 하니, 이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회수가 안 되는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시공사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며 “나한테 이럴지 몰랐다”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생애 처음으로 집을 짓는 경우라면 집짓는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기 마련이다. 화장실을 1칸으로 만들기로 했다가 2칸으로 늘릴 수도 있고, 창문을 단창으로 시공하려던 것을 이중창으로 시공하기로 한 경우 단창과 이중창의 자재비 단가 차이가 2배가 난다면서 기존 공사비의 2배를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 여기서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건축주가 변심했으니 당연히 건축주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자, 집중해보자! 화장실을 1칸 더 늘릴 경우 그 부분에는 원래 공사를 하려고 했던 다른 용도의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마음이 변심해도 골조를 변경해 평수를 늘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실내 용도의 변경이다. 그 공간이 세탁실이었다고 하면, 화장실이든 세탁실이든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니까 어차피 수전시설과 배수구를 설치하기로 설계하고 공사비를 책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세탁실을 화장실로 변경한다고 해서 사실상 추가로 들어가는 공사비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즉, 서로 상계처리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추가대금 청구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 추가대금을 주는 것이 맞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부당함이 느껴진다면 추가대금 청구의 적정성 검토를 해보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초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악화된다면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모든 솔루션의 시작은 바로 “적정성 검토”다.

유치권이 들어온다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이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시공사가 주장하는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여부를 파악해야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가 먼저라는 말이다. 계약서 상 유치권 배제 특약은 없는지와 계약의 내용, 설계도면, 내역서 등을 종합해서 시공사가 주장하는 채권이 존재하는 것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이 확인 과정에서는 조사의 결과가 법적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하자분쟁 관련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 회사가 존재한다. 시공사에서는 유치권을 행사하며 추가공사대금으로 1억 원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전문 엔지니어가 현장조사를 해보면 50%이상 감액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렇다면, 그 감액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공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공사를 하다보면 설계도면과 달리 미, 변경시공이 이루어지거나 부실시공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건축주로서는 시공사에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추가공사대금과 손해배상이 상계가 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전문 엔지니어와 건설 전문 변호사들은 미, 변경, 부실시공 부분을 쉽게 파악하고 금액 특정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건축주가 지급받아야 할 금액과 건축주가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할 적정한 대금을 비교해보면 결국 건축주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없거나 오히려 추가로 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모든 건축 관련 문제는 전문 분야에 관한 전문가의 검토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내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필자의 경우 재판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변호사는 수임을 해주긴 했지만 건축전문 변호사가 아니었기 까닭에 어려움이 많았고, 사실관계 증명에 대해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적정성 검토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협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송작가 활동을 하면서 구축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인맥이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준 덕택이었다. 그래서 그 인맥을 공유하고자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고 “건축어벤저스”라는 타이틀로 대형 건축 박람회에서 전국 투어 세미나를 기획했다. 지난 2월 세미나에는 11명의 건축어벤저스가 함께했다. 집짓기 시장은 아직 표준화되지도 시스템화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철저한 인맥 비즈니스 시장”이다. 누가 어디서 어떤 시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일을 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시장. 깎아달라고 떼를 쓸수록 바가지 쓰기 참 쉬운 시장. 이 시장에서 투명한 집짓기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필자는 취지에 공감하여 합류해준 건축 어벤저스들과 함께 왕초보 건축주들의 건승을 응원한다.

서동원 contentsm@naver.com 주택건축관리 전문기업 ‘친친디’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 엠드라마타운의 대표, 주택문화칼럼니스트, 주택기획가로 활동중이다. 양평 모던엣홈, 양평 친친디 콘셉트 하우스, 산청의 봄, 유휴채 등의 주택모델을 기획, 개발 및 사업관리를 총괄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 파트너 선정부터 집짓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주택오픈마켓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2017년에는 건축주와 건축파트너들이 상생할 수 있는 투명한 집짓기 온라인 플랫폼인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집짓기 엑스파일’이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