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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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됐다. 박 전(前) 대통령은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재판관 8명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지만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처음이다. 또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박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헌재는 '공무 수행의 투명성'이란 헌법적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검찰·특별검사의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말을 바꾸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불허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파기하고 자신이 한 일을 은폐하려는 행동에서 여러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는 것.

여기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유출된 대외비 문건 등 '객관적 증거' 앞에서도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꼬집었다. 박 전 대통형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행은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런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헌법의 명령임을 강조했다.

또 이 대행은 '8인 체제'가 이번 선고가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 문제없는 이상 헌재는 헌정위기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는 세월호 참사를 탄핵 판단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 대행은 선고에 앞서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지만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과 관련해 "향후 절차를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에 반발하며 유감을 드러냈다.

서 변호사는 "이 재판이 올바른 재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변론 과정에서) 증거 신청을 무더기로 기각시키는 경우에 한정해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헌재 소장이 무더기로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파면으로 반 전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연금지급 등 법에서 규정한 모든 예우를 박탈하게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으로 향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으며 제도 취지상 사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단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항을 판단하지 않았을 때' 재심이 허용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 측이 재심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수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는 중이라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대해 탄핵 반대단체 집회가 과열될 것으로 우려된다. 탄핵 결정 후 탄핵 반대단체들이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20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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