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속까지 무수리는 어쩔 수 없다. 푹 쉬기로 해놓고도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오래된 호텔이라 외풍이 세다. 침대에는 전기요를 깔아 놓아서 따뜻하다. 눈은 뜨고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서 한참을 꼬물거렸다.

배고파서 할 수없이 기어 나와 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픈데도 먹을 것이 없다. 방 번호 말하니 직원이 삶은 계란을 하나씩 준다. 부페식이라 이름 붙이고 배급식으로 운영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싸 들고 갔으면 이러나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삼림공원입구쪽 호텔 중 가장 좋다는 4성급호텔인데 수준 이하다. 가격이 싸니깐 할말은 없다. 뭔가 부족한데 딱히 트집잡기도 어렵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왠만하면 그러려니 넘기게 된다.

호텔을 나와 황석채로 걸어가는데 차들이 밀려서 사람보다 더 천천히 간다. 춘지에 휴가기간이라 자가용행렬의 끝이 안보인다. 호텔에서 걸어서 갈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위치로는 최고의 호텔이다.

장가계국립공원 패스를 샀다. 4일동안 유효한 카드를 준다. 보험료 3위안까지 따로 지불을 했다. 입장하는데 지문 등록을 한다.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최상의 방법이다. 카드에 지문을 등록하다니 중국의 기술수준이 보인다. 남편 카드랑 바뀔까봐 각자 보관했다.

황석채 트레일 입구를 찾느라 지도를 보는데 젊은 아가씨가 말을 건다. 황석채 양가계 장가계 금편계곡까지 모조리 하루에 보여줄 수 있단다. 가이드 해주겠다는데 내가 알아들을 능력이 안된다. 내 중국어로는 겨우 먹고 자고 이동할 정도이다.

못 알아듣는다는데도 계속 따라온다. 우리는 걸어서 등산할거라니깐 회들짝 놀라며 말린다. 계단이 8887개란다. 그래도 걸어서 올라갈거라고 계단으로 오르기 시작했더니 우리를 버리고 간다.

황석채는 장가계풍경구중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1위 풍경구다. 걸어서 올라가는 길은 계단의 연속이다.

중간중간 기암괴석이 불쑥 솟아 있어서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케이블카로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내려올 때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무거운 카메라들고온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거의 다 올라오니 정상을 돌아보는 코스가 시작된다. 다행히 식당이 있다. 아침을 시원찮게 먹어서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단 먹자고 했다. 감자 옥수수 꼬치 완탕을 각각 하나씩 시켜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인지 맛있게 먹었다.

점심 먹고 뷰포인트들을 돌아보는데 한참 걸렸다.

하나도 놓치지않고 다 돌았다.

바위마다 이름도 희한하게 잘 붙였다. 화창한 날씨가 아니라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

비가 안오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일년 중 화창한 날이 드물다니 봉우리들을 다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간간이 햇빛이 살짝살짝 비춰주기까지 한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남편은 올라올 때와 다른 코스가 있다고 걸어 내려가자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오늘은 쉬엄쉬엄 놀망놀망하기로 해놓고 남편은 브레이크가 또 오작동이다. 남은 날들을 위해서 말렸다.
케이블카타기 잘했다. 황석채의 아름다운 석림사이로 내려가며 감회를 정리했다.

내일 돌아볼 양가계입구까지 갔다가 금편계곡으로 갔다. 인력 가마가 줄을 서있다. 남편이 타라고 하는데 타고 싶지않다. 그냥 가볍게 산책하고 나왔다.

저녁은 제대로 먹고 싶은데 식당마다 앞에 늘어놓은 개구리 자라들을 보니 식욕이 사라진다. 크기는 어찌나 큰지 징그럽다.

식당들 고르면서 내려오다 보니 호텔에 거의 다왔다.

할 수없이 노천식당에서 재료를 골라 요리해주는 곳에서 먹었다. 내가 너무 추워하니 주인이 화로를 식탁에 놓아주었다.

내가 고른 재료들을 볶아서 냄비에 담아왔다. 화로에서 끓이며 먹으니 전골을 먹는듯 하다. 어제 호텔에서 먹은 소고기철판구이도 그렇고 오늘 전골에서도 사천식 훠궈맛이 난다. 알싸한 매운 맛 덕분에 먹을 만 하다. 저녁은 제대로 된 좋은 식당에서 먹고 싶었는데 맘대로 되지않는다.

저녁 먹고 과일 사서 호텔로 왔다. 내가 좋아하는 손가락 귤을 실컷 먹었다. 크기는 탱자만 한 것이 달달하니 참 맛있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실컷 걸었더니 온몸 구석구석이 상쾌하다. 전기요를 최고 온도로 높이고 침대 속으로 푹 잠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