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무릉원 입구 쪽으로 이사하는 날이다. 3박4일동안 지낸 호텔인데도 정이 들지 않는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전기요가 깔린 침대를 벗어나기 싫어 마지막 날에도 게으름을 피웠다.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호텔승용차를 내준다. 택시보다 상태가 좋은 지프다. 근데 밤새 내린 비가 얼음이 되어 차를 덮고 있다. 시동을 켜고 녹이고 닦은 다음에야 출발을 한다.

무릉원 입구 쪽 호텔은 로비부터 맘에 든다. 체크인을 하려니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짐 맡겨놓고 오후에 오란다. 춘지에 기간이라 프론트는 체크아웃 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하다.

로비에 카페가 있다. 원두커피기계가 보여서 반가운 맘에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2잔에 백위안이다. 중국에 온지 첨으로 마시는 원두 커피라 기대하고 마셨는데 맛은 그저 그렇다.

일단 무릉원 입구로 갔다. 입구에서 내 카드가 지문인식이 안된다는데도 그냥 통과시켜준다. 그런 경우가 많아 보이는데 일일이 따지기 어려울 듯 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산 위에서는 눈이 되어 내리나보다.
천지산쪽으로는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십리화랑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십리화랑은 산수화가 펼쳐진 듯한 십리길을 말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감상할 수도 있고 걸어서 갈수도 있다.

오늘은 관광모드라 타는 것은 무조건 다 활용하기로 했다.

황석채와 금편계곡등을 다보고 와서 그런지 십리화랑경치가 그다지 감동스럽지가 않다.

어제 못본 원가계풍경을 보기 위해 다시 백룡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어제는 하행을 탔는데 오늘은 상행을 탔다. 천지산케이블카가 운행하지 않아서 그런지 수많은 인파가 백룡으로 몰렸다. 엘리베이터타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뒤에서 하도 밀어서 나도 밀리는데 앞에 선 여자가 나보고 화를 버럭 낸다. 밀지 말라고 하는데 기가 막힌다. 나도 마른 오징어가 될 판인데 뒤에서 미는 걸 내가 어쩌냐고 소리치고 싶은데 중국말이 짧아서 그냥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버럭 소리질렀다.

오징어짐짝신세로 겨우 탄 백룡엘리베이터안에서 다행히 창가에 섰다. 콘크리트벽을 지나 올라서자 창밖에 별천지가 펼쳐진다. 감탄할 사이도 없이 도착했다. 줄 서서 대기한 시간은 30분이 넘는데 탄 시간은 1분도 안걸리니 허망하다. 상행, 하행 다 타봤으니 더이상 탈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아바타배경으로 유명한 할렐루야산과 천하제일교로 갔다. 구름이 잔뜩 가려서 흐릿하게 겨우 보인다.

다리를 건너는데 발 아래가 까마득하다.

계곡이 너무 깊어서 현기증이 날것 같다.

천하제일교는 겨우 형체만 보인다.

아무래도 내일 다시 와야 할 듯 하다.

어제 봐둔 한국식당으로 갔다. 여행자센터건물 3층에 한국식당이 있다고 표시가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살벌하게 얼어있다. 조심조심 힘들게 올라갔는데 문이 닫혀있다.

할 수없이 KFC로 갔다. 오후 3시인데도 사람들이 꽉 차있다. 어제 못 먹은 한을 풀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천지산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드디어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나보다. 천지산까지 한시간가량을 간다.

구름 속을 달리는데 아찔한 커브를 수없이 지난다.

나무에 하얗게 내린 눈꽃이 아름답다. 구름비가 얼어서 나무를 장식하는듯 하다.

드디어 천지산에 도착하자 남편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달려간다. 길이 얼어서 미끄러워 살살 따라갔다. 화장실앞에서 남편을 기다리는데 나오질 않는다. 그사이를 못 참고 케이블카쪽으로 갔나보다. 케이블카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남편이 여전히 안보인다. 못 만나면 호텔에서 만나겠지 생각하며 버스를 탔다.

케이블카매표소앞에 가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이별하고 만났는데 이산가족상봉이 따로 없다. 케이블카 티켓을 사고 입장을 하니 줄이 또 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줄 서는 날인 듯 싶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데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듯 비경이 펼쳐진다.

천지산 경치도 좋다하더니 장관이다.

오늘 하루 고생한 보상을 다 받은 기분이다.

호텔로 오는 길에 괜찮은 식당이 있나 찾아도 맘에 드는 식당이 없다. 난 늦은 점심으로 때워도 그만인데 남편은 절대 안된다. 호텔에서 먹기로 하고 체크인을 했다.

호텔방은 딱 현대식 5성급답다. 소음없이 따뜻하고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크기도 넓직하니 좋다. 중국호텔답게 침실에서 목욕탕이 다 보이는 유리로 되어있다. 방은 온도가 딱 적당해서 활동하기도 좋다. 방에서 나가기 싫어서 룸서비스로 저녁을 시켰다. 이것이 진정한 호텔이다. 며칠 동안 난방도 제대로 안되는 구식호텔에서 묵다가 신세계를 만난 듯 좋다. 너무 좋아서 깡총깡총 뛰었다. 오랜만에 방에서 복싱 훅과 잽도 연습하고 푸쉬업도 했다. 좋은 호텔은 허여사를 춤추게한다. 훌라훌라~~~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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