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대로 천문산을 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일찍 나섰다. 호텔 입구에 어제 우리를 버렸던 기사가 있다.
미안한지 시선을 피하길래 내가 웃으며 먼저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니 빤뻔스럽게도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천문산간다고 말하고 다른 택시를 탔다. 속이 후련하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장가계 가는 버스를 탔다. 고속도로를 달려서 장가계 시내 한가운데 세워준다. 5백미터정도 걸어서 케이블카역에 도착했다.

표 사는 줄이 길다. 30분을 줄 서서 겨우 표를 샀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표를 판다. 남편이 60세이상이라 할인을 해준다. 2월28일까지 에스컬레이터는 운행을 안하고 케이블카만 운행을 한단다. 케이블카타는 줄은 기가 막힐 정도로 줄이 더 길다.

표 사고 케이블카 타는데 3시간 걸렸다. 뭘 보려고 이틀 동안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구름 속을 통과한다. 정상에 도착하니 여전히 구름 속이다. 일단 안내도를 보고 계획을 세웠다. 동쪽구간에서 천문을 볼 수 있으니 먼저 서쪽으로 돌기로 했다. 구름이 조금이라도 걷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쪽잔도를 걷기 시작하면서 바로 환성이 터져나왔다. 대단한 중국이다.

1450m높이의 험한 절벽 위에 이런 길을 만들어 붙이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리잔도에 도착해서 덧신을 빌려 신고 들어갔다.

구름에 쌓여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발아래 까마득한 절벽이 얼핏 보인다. 구름 속에 있어서 시야가 흐린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어제까지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옷을 입혀서 환상적인 경치를 선물했다.

잔도를 걷는 내내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사진 찍으며 돌았다.

서쪽을 다 돌고 동쪽으로 접어들어 옥호봉전망대로 올라가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다.

힘있게 부는 바람이 구름을 밀어 올리고 내리면서 점점 시야가 맑아진다. 왠지 느낌이 좋다.

천문북쪽이 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구름은 발 아래로 내려가고 천문이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다. 동절기라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하지않아 완전한 천문은 보질 못했지만 아쉽지가 않다.

구름 위로 드러난 봉우리들이 온몸에 희열을 선물한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서쪽 유리잔도로 다시 갔다. 구름 속에서 보던 모습하고 사뭇 다르다.

귀곡잔도까지 달려가듯이 다시 가서 천문산의 벗은 모습을 봤다. 더이상은 아쉬움이 없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가니 줄이 또 만만치 않다. 줄 서서 케이블카를 타기까지 1시간넘게 걸렸다.

케이블카에 타고 움직이는데 바로 탄성이 터졌다. 구름 위로 해가 비치면서 작별인사를 한다.

장가계도착한지 6일만에 완전한 해를 만났다. 만나자 10초만에 이별을 했다. 내일은 그 찬란한 얼굴을 오래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케이블카에 같이 탄 중국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버스터미널가서 무릉원 가는 버스를 탈 거라고 했다. 옆에 앉은 여자가 버스가 없을거란다. 무슨 말인가 더이상은 물어보기 어렵다. 내 중국말의 한계다.
일단 버스터미널로 갔다. 입구의 맥도널드가 먼저 눈에 뜨인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먹고나서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 가서 과일과 간식을 샀다. 나와서 버스터미널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닫혀있다. 저녁 8시도 안되었는데 버스가 끊어졌다. 할 수없이 택시를 잡아서 무릉원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200위안 달란다. 어제 150위안주고 갔다고 했더니 올 때 손님 없다고 왕복요금내란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종일 앉은 기억이 없다. 케이블카에 탔을 때와 맥도널드에서 저녁 먹을 때 앉아본 것이 다였다. 천문산 위에 제대로 된 식당이라곤 달랑 하나 있는데 거기서도 오뎅, 핫초콜릿 등을 서서 먹었다. 10시간을 서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호텔에 도착해서 사진을 보니 다시 감동이 살아난다. 오늘 하루 신선의 세계에서 놀다 온 기분이다. 천상에서 놀았더니 몸은 나른한데도 정신은 말짱하다.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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