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장가계에 온지 일주일 만에 날이 맑다. 오늘은 체크아웃을 하는 날이라 짐을 다 싸서 호텔에 맡겨놓고 나왔다. 택시를 타니 기사아저씨가 오늘 날씨 좋다고 인사를 한다. 장가계국립공원입장권을 다시 샀다. 4일동안 유효한데 어제 천문산에 가느라 하루를 날렸다. 그래도 못본 광경을 제대로 본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
입장권 사는 줄이 길다. 새치기하는 얌체들까지 있으니 입장권 사는데 30분이상을 소비했다.

다행히 케이블카줄은 길지않아서 천지산에 쉽게 올랐다.

구름을 뚫고 올라서는 순간 케이블카에 탄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얼마만의 보는 파란 하늘인지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이니 낯설기까지 하다. 천자산을 돌아보고 원가계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장가계국립공원을 어찌나 헤매고 다녔는지 눈감으면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다.

근데 점점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천자산은 1200미터 원가계는 950미터니 그럴 수도 있다. 갑자기 힘이 빠진다.
천하제일문과 할렐루야산을 제대로 보려고 다시 찾은 건데...

원가계중심에 도착하니 구름이 자욱하다. 3번째 찾은 곳인데 매번 같은 상황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 위로 온기가 느껴진다. 일단 점심을 먹고 시간보내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햇빛때문에 가벼워진 구름이 점점 밀려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3층 한국식당에 가보니 여전히 문이 닫혀있다.
할 수없이 다시 KFC로 가서 닭다리 뜯으며 시간을 보냈다. 중국여행을 그렇게 다녔는데도 중국 음식에 정이 안드는 것이 신기하다. 디저트로 나온 에그타르트가 맛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구름이 많이 걷혔다. 하늘도 맑게 개이고 있다.

천하제일문으로 갔다. 아직은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약간 아쉽다. 할렐루야산까지 다녀오면 깨끗한 모습을 볼 듯 싶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떠밀려 겨우 갔다. 해가 나오고 날이 따뜻해지자 원숭이가족들이 나무에 나와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는다. 사람들은 과자나 간식을 주며 사진도 찍고 좋아한다. 인파에 밀려 겨우 할렐루야산에 도착했다.

아바타의 할렐루야산이 이 산을 본떠서 만들었고 영화가 나온 이후에 바위 이름도 할렐루야산으로 바꾸었다 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천하제일교와 할렐루야산근처에 몰려있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할렐루야산을 보고 다시 천하제일교로 가니 드디어 깨끗한 모습을 드러내준다.

다리위로 걸어 건너서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소원을 담아서 빨간 리본과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드디어 장가계국립공원안에서 볼 것은 다보고 하고싶은 것도 다했다. 천자산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줄이 길어서 한시간 넘게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탄 아이들이 천자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어제낀다. 남편하고 둘이서 이해된다고 이야기했다. 애들에게 장가계풍경이 뭐 그리 좋을까 싶다. 노인들에게도 편한 여행지는 아닐 듯 싶다. 더 나이들기전에 오길 잘했다고 둘이서 이야기했다. 호텔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어디 갈 거냐고 묻는다.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풀만 호텔 가서 짐을 찾아서 하모니아호텔로 갈 거라고 했더니 백위안을 달란다. 기가 막힌다. 바가지도 왠만해야 써주는거다. 그냥 택시를 타려고 하니 바로 50위안으로 깎아준다. 차에 올라타니 귀여운 아가씨 둘이 합승을 한다. 7인승 차라서 불편함도 없고 아가씨들이 예뻐서 참았다. 한국인이라니까 너무 좋아한다. 몇 마디 주고받다가 말이 막힌다. 깊이 있는 중국말이 되질 않는다. 젊은 아가씨들인데도 영어를 전혀 못한다.

오늘 예약한 호텔로 왔다. 오늘 호텔이 내게는 장가계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숙소도 여행에서는 중요한 테마다. 이 호텔은 장가계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리조트호텔이다. 위치가 다소 불편한 곳이라 장가계국립공원쪽 여행을 마무리하고 온 거다. 내가 이 호텔을 좋아하니깐 남편이 하루 더 연장해서 3박하자고 한다. 어제 오늘 줄 서서 고생했더니 불쌍해 보였나보다. 고마워서 뽀뽀를 날려주었다. 이럴 때는 조물주 위에 군림하는 남편님이시다.

리조트는 빌라형이다. 우리집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욕조가 거실에 개방형으로 있다. 샤워실은 따로 있고 구조가 특이하다. 욕조에 앉아서 경치를 즐기면서 쉴 수 있다.
대리석바닥으로 난방이 되는지 바닥이 따뜻하다. 방에 들어오니 꼼짝도 하기 싫고 나가기도 싫다. 룸서비스로 저녁을 시켰다.

나시고랭과 새우만두를 시켰는데 제대로 맛있다. 3박4일동안 끼니 걱정은 안해도 될듯하다. 어제 오늘 고생한 것이 다 사라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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